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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7-04-13 오후 03:38:26 | 수정 2017-04-13 오후 03:38:26 | 관련기사 건
- 제4회 소년해양신인문학상 수상
고성군 대가면 갈천리 종생마을 출신의 아동문학 진수영 작가가 신인 작가 등용문인 ‘소년해양신인문학상 소년소설 부문’에서 발군의 역량으로 당선돼 지난 3월 30일 월간 소년문학과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가 주는 상장을 받았다.
진수영 작가는 당선소감에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어른들의 마음과도 소통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 고 밝혔다.
진수영 작가는 ‘우리 미래인 아이들이 늘 아름답고 예쁜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진수영 작가의 소감문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행복한 동행 길.
지난해 둘째 아이가 혼자 놀기 심심하다며 친구를 집으로 데려 온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제가 집에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친구를 데려와 지금은 한 소대를 이룬답니다.
같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는 마냥 개구쟁이처럼 해맑음과, 뜨끔뜨끔 놀라게 하는 사춘기를 맞은 친구들의 모습들이 상반되어 함께해,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격고 있는 일들을 듣게 되었고, 그러한 일들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큰 고민 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돌아보면 저에게도 있었던 고민들이라 공감대도 컸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소년소설을 쓰게 되었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토대로 함께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는 소년소설이라는 아동문학을 통해, 아이들이 나아가는 길에 같이 동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신인문학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은 꼬마 친구들이 생겨 즐거움에 행복을 더하고 있는데요, 오늘 당선 소감을 들었을 때 그 친구들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사춘기를 떠나 아이들은 쉽게 토라지고 쉽게 화해하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이 신기하게 느껴져 많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일들에 대해 아이들이 놀라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로움을 일깨워 대처함으로써, 또래 친구들과 서로 부대 겨 가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자연과 같은 마음을 품고 꿈을 키우며 아이들과 손을 잡고서 세상을 열어 가겠습니다.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경남지회 회원.
진해문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10회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계간 국제문학 16회 시 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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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바다의 소망
진수영
바다는 요즘 무척 쓸쓸합니다.
참, 바다가 누구냐 면요? 유치원 때부터 지금껏 같은 반 친구로, 송화를 졸졸 따라 다니는 보기 드물게 순진하고 장차 외교관이 꿈인 멋지고 잘생긴 남자 아이랍니다.
처음엔 바다라는 이름 때문에 여자애 같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때 혜성처럼 나타나 편들어 주던 친구가 바로 송화랍니다.
아버지께서 이름을 지을 때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감싸 안을 줄 아는 큰 인물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데 그걸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밥을 먹어도 놀이터에 가서 놀아도 온통 머릿속에는 보길도로 전학 간 송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송화는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단짝 친구로 성격도 밝고 명랑한 친구인데요, 일주일 전만 해도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놀던 친구가, 훌쩍 바다 건너 먼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바다도 생각이 깊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을 잘 도와줍니다.
그래서 송화는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놀 때면 항상 바다를 데리고 가곤 한답니다.
바다와 늘 단짝인 이유도 있지만, 송화 동생 용화 때문입니다.
용화가 남자아이다 보니 송화가 미처 못해주는 것을 바다가 해결해 주어서, 송화도 그런 바다를 참 고마워합니다.
바다는 송화가 부탁이라도 할 때면 너무 기쁩니다.
언제부터인지 바다는 송화 생각만 해도 미소가 그려지고 행복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바다는, 그런 송화를 떠난 보낸 마음이 복잡해서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어요.
‘겨우 일주일 지났는데 송화가 너무 보고 싶네. 쫑화(강아지)는 두고 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데리고 갔대…….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괜히 길에 떨어진 돌멩이한테 화풀이 하듯 툭 찹니다.
‘아, 아……. 내 발가락, 너무 아…….파!’
바다는 돌멩이를 찬다는 것이 그만 땅을 차고 말았습니다.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누가 보기라도 하면 놀림 깜이 될까 봐 꾹 참습니다.
순간 송화도 송화 용화도 쫑화도 모두가 미웠습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송화와 용화가 ‘바다야’ 하고 부를 것만 같아서, 미운 마음은 곧 떨쳐 버립니다.
쫑화는 송화네 강아지 이름인데요, 일 년 전 주인에게 버림받고 마을 뒷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송화 아버지가 가엾게 여기고 데려왔어요.
송화 아버지는 목욕도 시켜주고 밥도 주며, 다시는 주인을 잃지 않게 구청에 등록도 해 주었지요.
바다를 무척 따랐던 쫑화도 송화만큼이나 눈앞에 아련 거립니다.
햇살이 어찌나 따가운지 마치 여름처럼 느껴져, 막 오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카시아 꽃 향이 바람을 타고 콧등을 간질입니다.
투덜거리며 집에 도착한 바다는 할머니께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 저, 다녀왔어요.
할머니는 바다가 평소와는 다른 표정임을 살피고는,
“우리 강아지, 할머니 뽀뽀 안 해 주고 가니? 할머니 뽀뽀해 줘야지”
다시 방문을 열고 나와,
“할머니, 오늘 안 하면 안 돼요? 오늘은 뽀뽀하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응, 그래? 우리 강아지 기분이 별로구나. 친구랑 싸웠니?”
“아니요. 제가 뭐 싸움꾼인가요? 송화랑 용화가 없으니 허전해요. 학교 가도 텅 빈 것 같고 재미가 없어서 빨리 왔어요.”
“할머니도 송화가 보고 싶구나. 연락이 없으니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 강아지, 뭘 먹어야 기운이 날려나. 해물파전해줄까?”
“아니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할머니가 먹고 싶어 그러지. 얼른 부쳐서 같이 먹자.”
“싫다니까요!”
바다는 대답하고 나서 미안한지 피식 미소를 보입니다.
그리고 할머니도 송화가 보고 싶다는 말씀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어요.
빈 방에 혼자 있는 바다는 송화와 같이 놀았던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고, 눈물이 맺혀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태연한 척 숙제를 하려고 해도, 동화책을 꺼내 들어도……. 지난날의 자신이 한 못마땅한 행동들이 후회가 되었답니다.
3학년 때였어요.
바다 생일날, 송화가 예쁘게 포장된 사탕을 선물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이날 이후로 둘이 사귄다고 마구 놀렸답니다.
바다는 친구들의 놀림에 속상해서, 송화가 준 사탕 때문이라며 탓을 송화에게 돌렸지요.
그때 송화의 마음이 얼마나 민망했을지 지금 생각하니 자신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바다는 오늘 문득 유비로부터 들은 송화네 이야기도 떠올립니다.
바다가 학교 점심시간에 조용히 공만 만지작거리고 있자, 같은 반 유비가 내내 바다 눈치만 보고 있다가 저 쪽에서 큰소리로 말했어요.
“바다야, 어서 와! 같이 놀자. 너 송화 때문이지. 너희 둘이 사귀기라도 했냐? 너, 자꾸 그렇게 멍 때리면 사귄 걸로 보여.”
유비가 공놀이를 하다 말고 다가와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바다의 축 늘어진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답니다.
“뭐라고? 너, 이리안 와!”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지환이가 같이 놀자고 해도 무시해 버리고. 넌 송화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지? 우리도 송화 보고 싶어. 이런다고 송화가 다시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게 아니야! 걱정되어 그러지. 전화 연결이 안 돼. 일부러 안 받는 건지,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생각 중이거든. 귀찮아 너나 가서 놀아.”
“바보, 섬이니까 그렇지.”
“아니야, 엄마한테 보길도에 대해 여쭈어 봤는데, 땅 끝 마을에서 배 타고 45분 정도 들어가서 15분 정도 차로 이동하는데 유명한 관광지래.”
“송화 어머니가 편찮아서 쉬러 가신다고 했는데 관광지로 가셨겠니? 너도 참 바보구나. 송화가 이사를 가게 된 건 송화 어머니 요양 때문이잖아. 공기 좋은 곳에서 치료받으려고.”
“응, 그건 그래. 송화는 외할머니가 사시던 곳을 간다고 좋아하던데…….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신 말씀 우연히 들었는데, 전기만 겨우 들어오고 인 터넷도 안 되는 오지래. 그래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통신 신청을 올린 상태라 하셨어.”
“그게 사실이니?”
“응, 우리 어머니와 송화 어머니 친구잖아.”
송화 어머니와 유비 어머니는 타지에서 만난 아주 오래된 사이랍니다.
일손이 바쁠 때면 송화네 가게도 가셔서 자주 도와줍니다.
“아버지께 이번 토요일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말씀드리려고 안방에 갔는데, 방문이 조금 열려 있는 걸 모르고, 두 분이 말씀 나누시며 어머니가 울고 계셨어.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들었지. 걱정도 되고, 조금 죄송한 마음은 들더라. 그런데 송화네 얘길 하시잖아.”
유비는 송화가 이사 가는 전날 밤에 들은 이야기를 바다에게 들려주었어요.
“당신, 송화 네가 이사 간다는 곳이 어딘 줄 들었어요?”
“음, 당신도 들었다니 마음이 많이 쓰였겠소.”
“아이들한테는 얘기 안 했는데 외딴집이래요. 화영이 정말 괜찮을까요? 애들은 또 어쩌면 좋아요? 당신이 좀 알아보세요. 도와줄 일이 있는지.”
“벌써 알아봤지. 화영 씨, 태어난 곳인데 건물이 낡아 수리하는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들었는데,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는 중이니 너무 걱정 말아요. 참 통신은 급한 대로 미리 설치를 해 달라고 신청 넣었으니까.”
“고마워요. 번번이.”
“당신, 내일 자금이 필요하니 준비 좀 해 줘요. 그 친구 요즘 많이 힘들 거야. 화영 씨, 병원비며 용화 치료비로 살던 집 청산하고 겨우……. 중고차 삼백주고 샀다고 들었소.”
이야기를 듣고 난 바다는 표정이 더 굳어졌습니다.
“바다야, 기운 내! 송화 소식 궁금해 할 것 같아 말했는데 잘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무척 놀랐거든. 송화한테 전해들은 말과 너무 달라서…….”
“응, 그러게! 괜찮아야 할 텐데. 송화는 모르고 갔다면…….”
송화는 알고 갔는지 모르고 갔는지 바다 머릿속이 더 복잡합니다.
“고마워 유비야. 말하기 힘든 얘길 해 줘서.”
“그러니까 힘내. 우리 여름 방학되면 보길도 보내 달라고 하자.”
유비가 바다의 어깨를 툭 칩니다.
“응, 알았어. 잘난 채 그만해.”
수업 예비종이 울려 둘이는 교실로 향했습니다.
유비도 송화가 많이 보고 싶지만 바다가 송화를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은 다 알기 때문에 표현을 못할 뿐이랍니다.
바다는 마음속으로 유비 아버지가 참 고맙기도 하고 부러웠어요.
유비 아버지는 시청에서 복지에 관한 일을 하셔서 도움을 얻기 위해 가끔 동네 분들이 집으로 찾아오시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십니다.
‘치, 우리 아빠도 시청 공무원이나 하시지. 웬 학원 원장이람.’
지금 이 순간에도 송화를 도와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야속했습니다.
송화네가 이사 간다고 유비네와 바다네 가족들이 다 모여서 식사자리 같이 하자고 했는데, 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고 끝내 이사를 갔기 때문에, 바다 입장에서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많이 서운했습니다.
다음 주면 스케이트 타러 간다는 유비 말을 듣고 보니 바다도 가고 싶어 졌어요.
‘나도 아빠한테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말해 봐야지.’
집에 있는 내내 바다는 너무 심심했어요.
할머니도 경로당에 가시고 안 계시니, 이 틈을 타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어요.
바다의 아버지는 평일에는 중학생, 주말에는 고등학생 누나들과 형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거의 얼굴을 못 보고 잠들 때가 많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일 보다 더 바쁜 아버지이기에 이해를 하다가도 문득 화가 납니다.
어머니는 조금 일찍 귀가하시기는 한데 거의 10시가 다되어 들어오시고
지금 안하면 또 놓칠 것 같아서 전화기를 들었어요.
“네, 입시학원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오민수 원장님 부탁합니다.”
“지금 수업 중이신데요, 그럼 남광희 부원장님 좀 바꿔주세요. 지금 두 분 다 수업 중이시라 20분 후에 다시 전화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좀, 전해 주세요. 바다한테 전화 왔었다고…….”
“아, 바다구나! 반가워. 꼭 전해 줄게.”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바다는 통화 연결이 안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매일 6시가 되면 집으로 매일 전화가 오기 때문에 전달 사항은 그때 말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답니다.
바다도 기다렸다가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여러 가지로 화가 납니다.
분명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여쭈었을 것이 뻔합니다.
바다는 이번만큼은 전화를 걸어 주기를 기다립니다.
아버지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그림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유비 어머니와 송화 어머니가 친구인 것도 맘에 걸리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용화의 사고도 떠올랐습니다.
‘유비는 좋겠다. 유비 어머니와 친구 사이면 언제든지 보길도 놀러 갈 수도 있고, 난 뭐야! 아무것도 송화한테 해 줄게 없네. 용화가 사고로 다치지만 안 했어도…….’
순간 바다는 이 모든 것이 용화가 사고로 다쳐서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여기며 원망을 했습니다.
‘용화,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하늘을 쳐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습니다.
여태 단 한 번도 용화를 원망해본 적이 없는 바다인데, 송화가 곁에 없으니 별별 생각으로 자신도 미워지는 바다입니다.
사실 용화는 지금 3학년이고, 용화가 초등학교 1학년 봄방학 때 친구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인라인을 타고 놀다가, 사고로 다리를 엄청 심하게 다쳤어요.
순간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였지요.
많이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는 그냥 몇 주 지나면 나을 줄 알았는데, 상처 부위가 너무 심해서 발목 한쪽을 잃을 수도 있다고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다들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송화 부모님은 어떻게든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사 선생님께 애원을 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치료 방법도 힘들고, 그나마 어린 용화가 고통을 덜 받게 하려면 그 방법이 최우선이라고 하셨지요.
송화 아버지가 엄마를 설득해서 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다시 송화 어머니가 못하게 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답니다.
송화 아버지도 송화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어린이 전문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게 되었어요.
그곳에는 용화보다 더 어렵고 힘든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병실에 누워 있는 용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조금 시간만 지나서 몇 밤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믿었어요.
어린 용화가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 좀 지난 다음에 말하려고 가족들도 전혀 내색은 하지 않았답니다.
어린 용화가 받아들일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기에 말이에요.
바다는 송화네가 겪어 던 일들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어요.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빙빙 송화를 따라다닙니다.
바다의 눈가에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렸어요.
그때를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데 사슬처럼 얽혀서 바다를 괴롭힙니다.
재활 받던 내내 힘들어하던 용화를 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용화한테 가서 말동무도 해주고 동화책도 읽어주면서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용화 대단해! 넌 역시 멋진 동생이야. 넌 그림을 잘 그리니 꼭 유명한 화가가 될 거야.”
언제나 용기를 주는 바다입니다.
“응, 고마워 형! 난 그림 그릴 때가 제일 재미있고 행복해.”
단풍이 물던 가을 산을 아름답게 그립니다.
바다는 그림에는 소질이 없지만, 용화가 병실에 누워 있으면 심심할까 봐, 예쁜 풍경, 동물들 등을 찍어서 용화가 보고 그릴 수 있게 프린트도 해 주었어요.
“형, 나 걷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그림만 그리라고 해. 내가 그림을 화가처럼 잘 그리게 되면 그 때 걸을 수 있대……. 나 친구들도 보고 싶고 학교도 가고 싶어.”
“응, 용화야, 다음에 올 때는 너희 반 아이들 모습 보여 줄게.”
“정말이지 형? 거짓말 하면 안 돼.”
“그럼, 알았어, 동영상 찍어서 올게”
바다와 송화는 용화 반 소식을 담은 영상을 찍어서 전하곤 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 용화도 눈치를 채고는 예전처럼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형, 엄마는 내가 바본 줄 아시나 봐. 자꾸 다 낳으면 괜찮다고만 하셔.”
“사실, 나 다 아는데……. 엄마 자리 비운 사이.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 들었어.”
“누나한테 말했더니 누나는 못 들은 척 해. 걸을 수 있다고만 하고.”
“형아, 엄마가 내가 잠들 때면 자꾸 우셔. 그래서 속상해.”
용화는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서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삼킵니다.
“용화야, 재활 잘 하면 걸을 수 있어. 예전처럼 뛰어 놀 수도 있고, 걱정하지 마.”
“형아, 나랑 잘 놀아 줘야 해. 학교 가면 친구들이 놀릴 텐데. 나 장애라고…….”
“아무도 놀리지 않아. 놀리면 형아 가 혼내 줄게.”
형제처럼 다정한 바다는 용화에게는 든든한 형입니다.
사고가 있은 후 용화는 많이 의젓해졌습니다.
어리광도 피우지 않고, 이렇게 잘 이겨내 준 용화를 보면 동생이지만 참 많이 기득 합니다.
용화가 거의 다 나아갈 때쯤, 송화 어머니는 상담 선생님을 통해 용화가 최대한 충격을 덜 받고,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재활이 잘 되어 한쪽 다리 장애를 입어, 뒤뚝뒤뚝 절면서 다니지만 의족을 안 해도 되니, 잘 이겨 냈지요.
하지만, 끝은 여기가 아니었어요.
용화가 사고를 당한 후, 송화네는 가정환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용화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고, 용화 재활에 매달리느라 온 가족이 정신없이 지내다 상태가 좀 호전되었다 싶을 때쯤, 송화 어머니가 우울증이 왔습니다.
용화가 지금 이 상태로 완치되기까지는 송화 어머니의 노력이 제일 컸답니다.
치료를 잘 받아서 용화는 퇴원해서 잘 적응했는데, 사고 당시 너무 충격으로 인해서 인지, 용화 치료비가 많이 들어서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환경 때문인지, 용화의 다리가 나아 갈수록 송화 어머니의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사고 전만 해도 송화 네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습니다.
송화 어머니는 송화 아버지를 도와 동네에서 떡집을 운영하시고, 직원도 다섯 분이나 두고, 송화 아버지는 지난해 전국 우리나라 떡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떡 장인이지요.
떡 박람회에서도 호응도가 좋아서 떡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 학생들이 기술을 배우러 온답니다.
떡집 일이 바빠지게 되자 송화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고, 용화를 돌보는 건 송화 차지가 되었지요.
“송화야, 엄마가 많이 미안한데. 용화 잘 부탁해.”
“네, 그런데요 엄마, 이젠 장사도 잘 된다고 하시니, 직원 한 명 더 두면 안돼요? 친구들이 놀려요. 화장실 데리고 갈 때도 불편하고. 차라리 여동생이면 괜찮아요.”
송화는 화난 투로 어머니께 말을 했어요.
“엄마, 요즘 용화는 제 말도 잘 안 들어요. 학교 마치면 곧바로 오라고 해도 친구 집으로 가서 찾게 하고, 엄마가 돌보면 안 돼요? 네에?”
송화는 그동안 힘들었다는 얘기를 어머니께 한 적이 없어 어머니는 순간 당황했어요.
“얘……. 송화야! 송화야!”
놀라며 어머니가 송화를 불렀지만, 송화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송화야!”
송화가 마음이 많이 아픈 것 같아서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방으로 들어갔어요.
“송화야, 엄마랑 얘기 좀 하지 않을래? 그동안 엄마가 미안했어. 우리 딸 힘든 줄도 모르고……. 우리 딸 덕분에 엄마는 편하게 일하는 걸. 엄마가 아빠와 의논해 볼게.”
“네, 엄마, 죄송해요. 으흐흐 흑!”
송화가 엄마 품에 안기자 소낙비와 같은 빗줄기가 두 눈에서 마구 흘러내렸어요.
어머니도 같이 울었답니다.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난 송화는 조금 전에 한 행동이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했어요.
송화가 투정을 부리고 나니 편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더 이상 친구들로부터 눈치는 받기 싫었어요.
“그래, 알았어. 엄마가 중간 중간 집으로 갈게.”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너무 어리잖아.”
“용화도 이젠 2학년인걸요. 알았어요. 제가 잘 돌볼게요. 대신 허락 없이 친구 집에 몰래 가지 않게 해 주세요. 저, 매번 찾으러 다녀요.”
“용화야, 용화야!”
송화 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네, 엄마 불렀어요?”
“용화 너, 요즘 왜 누나 말 안 듣고 말썽이니? 누나가 너 데리고 놀아주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
용화는 금 새 눈물이 뚝뚝 흘렀어요.
“오늘도 말도 없이 아랫마을 친구 집에 갔다며?”
“그 건 휴대폰이 없어 연락을 못했어요. 말을 하고 싶어도 누나는 아직 학교에 있고, 집에 와서 전화했는데, 엄마는 전화 안 받고……. 그래서 조금만 놀다 온다는 것이 죄송해요. 엄마, 잘못 했어요. 누나 미안해!”
용화는 엄마 눈치를 살피며 덥석 엄마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립니다.
“누나 말 잘 들어야 해. 이 녀석, 너 누나 말 안 듣기만 해. 엄마가 혼을 낼 테니까.”
“네, 엄마! 그런데요, 누나 맨날 나만 혼내요. 친구 집에도 못하게 하고, 게임방도 가면 안 된대요. 이잉이 잉.”
송화 어머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 가게 나가지 말고 나랑 놀아요. 다른 친구들 엄마들은 다 집에 있단 말이에요.”
엄마는 이래저래 속이 상합니다.
“그래, 알았어. 엄마도 미안해.”
엄마는 용화를 꼭 안아줍니다.
송화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퇴근해 오시자, 용화 때문에 더 이상 가게를 나갈 수 없으니 대책이 없겠냐고 말을 했어요.
요즘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직원을 두는 건 당장은 어려움이 따랐지요.
그래서 규모를 줄여서 운영하자며 결론을 내렸습니다.
봄 방학까지만 도와주기로 했는데 그 사이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론 송화 네의 행복한 삶이 점 점 무너져 갔습니다.
용화의 사고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송화 어머니의 우울증까지 겹쳐서 집안이 폭풍이 밀려왔다 간 것처럼 혼란스러웠어요.
송화 아버지는 송화 어머니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요양원에 보내셨는데, 병원에서 차도가 보이지 않자 다른 곳에서 요양을 해보라는 연락을 받고, 공기가 좋고 어릴 때 추억이 담긴 보길도, 송화 어머니 고향을 가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송화는 늘 씩씩하고 명랑했어요.
용화의 사고가 송화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도 많이 했답니다.
학원 때문에 같이 놀아 주지 못해서 변을 당한 것 같아 속으로는 많이 울었어요.
송화가 슬퍼하면 부모님이 더 힘드실까 봐 놀이터에 와서 그리움을 달래곤 하지요.
예전에는 송화가 친구들하고 놀면 용화가 같이 끼고 싶어 졸라 될 때는 귀찮았는데, 요즘은 전혀 싫은 내색하지 않고 잘 데리고 놉니다.
오히려 친구들도 용화가 할 수 있는 놀이를 하자며 먼저 말을 해 줘서 많이 고마워했지요.
이런 송화도 좋은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슬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사 가기 전 송별회를 했는데, 송화는 울기만 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훌쩍훌쩍 피자를 시켜 놓고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고, 눈물이 피 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유머가 뛰어난 한솔이가 분위기를 바꿨지요.
몸을 던지며 노래도 부르고 어설픈 마술도 하면서 말이에요.
바다는 송화에게 예쁜 필통과 메모리 카드를 선물했는데요, 며칠을 어머니께 졸라서 깜짝 선물로 영상을 만들어서 주었답니다.
울다 웃다 그렇게 송화와 작별을 하고 난 후, 송화는 미리 준비해 둔 우편물을 가지고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인데요, 손 편지로 또박또박 적은 편지와, 용화가 그린 그림도 함께 넣어 이사 가는 날 도착 될 수 있게 했지요.
바다는 송화가 그리울 때면 매일 꺼내보곤 한답니다.
오늘도, 바다가 그만 송화를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어요.
따뜻한 봄볕이 유리창을 뚫고 내려앉아 강하게 비추자, 바다는 덥고 힘이 빠지고 지쳤나 봐요.
꿈속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나 신나게 놀았지요.
커다란 유람선을 타고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달립니다.
“송화야, 보고 싶었어. 도착하면 바로 연락을 준다고 하더니, 왜 전화도 안 했어? 나……. 보고 싶지 않았니?”
“아니, 보고 싶었어.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만났잖아.”
“형……. 아!”
“용화야, 잘 지냈니. 반가워!”
바다 아버지는 어쩐 일인지 전혀 없던 일인데, 오늘은 일찍 귀가하셨어요. 사람이 들어와도 모르고 쿨 쿨 자면서 잠꼬대하는 바다를 한참 바라봅니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컷 지?’
바다는 새 학기가 시작된 후로, 키가 많이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조심히 바다의 얼굴과 손, 발을 물수건으로 닦아 주고는 씩 웃습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데, 바다는 혼자서 소리 내어 웃다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가, 얼굴을 찌푸리다가 꿈속에서 바쁩니다.
‘송화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해서 영화 보러 가자고 왔더니 전화를 하고 올 걸……. 깨울 수가 없네.’
늘 바쁜 아버지도 바다가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낮에 걸은 전화가 바다 아버지의 마음을 짠하게 해 걱정이 되었지요.
바다 아버지도 간단히 씻고 나오시더니 바다를 안고 안방으로 갑니다.
오늘만큼은 바다와 함께 있어 주고 싶었답니다.
다음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자, 바다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송화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구나. 여름 방학 때 놀러 가면 되잖니?
송화 엄마가 완치되면 다시 온다고 했으니,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라.”
바다 부모님은 번화가에서 학원을 운영하셔서 부모님 얼굴은 아침에 잠깐
보는 게 전부라, 아침 식사는 꼭 가족들과 함께 먹는 답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바다는 힘이 납니다.
“당신 지키지 못할 약속은 바다한테 하지 말아요. 번번이 애가 얼마나 기다리는데요.”
“나와 못 가면 당신이 데려가면 되잖소. 허 참 그 사람.”
“그렇잖아도 유비네 스키 타러 간다고 부러 워 하는데…….”
“바다야, 스키 타러 갈래? 유비 아버지하고 같이. 지난번에 유비 아버지가 너만 좋다면 같이 가자고 하시던데. 아빠가 부탁을 드렸거든. 놀이공원이나 박물관에 유비 데리고 갈 때 우리 바다도 좀 데려고 가주면 어떻겠냐고. 흔쾌히 좋다 하시든 걸.”
“싫어요, 아빠. 전 아빠랑 가고 싶단 말이에요.”
“아무 곳도 가지 않을래요.”
“바다 삐졌니? 이젠 4학년인데 더 어리광을 피우네?”
바다 어머니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씀하시지만 평소 말썽 피우지 않는 바다를 보면서 많이 감사해합니다.
바다 아버지는 투정 부리는 바다를 보며,
“5월 셋째 주 1박 2일로 독도 갈까?”라고 말씀하신 아버지는 바다의 눈치를 살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독도에 가자고 애를 태우던 바다였기에 설 적 던졌어요.
“아빠는 우리 보고 약속 잘 지켜야 된다고 하시면서. 아빠는 매번 바쁘다며 취소하고……. 친구들한테 여행 간다고 자랑도 못해요.”
“비행기 타 보지 못한 애는 우리 학교에서 저 밖에 없을 걸요.”
바다는 울먹이며 계속 말했어요.
“엄마한테 말하면 아빠한테 여쭤봐라 하고, 우리 집에서 나는 외톨이 인걸요 외톨이.”
“바다야, 너 말버릇이 못쓰겠구나. 아빠, 엄마가 일을 하니까. 바다가 이해 좀 해주면 안 될까? 엄마도 속상해.”
“작년 가을에 곡성 오토캠프장도 간다 하고선, 유비네와 송화네만 캠핑장 갔고 우리만 못 갔잖아요. 친구들이 갔다 와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자랑을 하는데…….”
“전, 앞으로 엄마, 아빠랑은 약속 안 할 거예요. 저도 이젠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바다가 많이 속상했겠구나. 우리 아들 미안해.”
바다 아버지는 정말 바다에게 미안했습니다.
“아빠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 아들이 많이 가고 싶었구나.”
바다 아버지는 바다의 등을 토닥여 주었어요.
여전히 바다는 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 놀이터 다녀올게요.”
“아침부터 놀이터는 왜?”
바다 어머니는 바다의 행동이 못마땅합니다.
“응, 조심해서 놀아. 위험한 장난 하지 말고. 친구랑 자전거 탈 땐 꼭 보호 장비 착용해야 해.”
대신 바다 아버지께서 인사를 받아주시며 어머니께 그만 좀 하라는 눈짓을 보냅니다.
“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안 놀아요.”
바다는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바다 어머니도 웃으시며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듭니다.
용화사고 이후론 바다 어머니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 바다야. 엄마 말씀 꼭 기억하고 친구들이랑 놀다 와.”
한 번 더 다짐을 받는 바다 아버지입니다.
“네. 아빠.”
바다가 대문을 나서자 바다 아버지가 따라 나와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바다야 조금만 놀다 와. 아빠랑 산책하자.”
“네. 아빠 다녀올게요.”
바다의 아침식사 시간은 다른 가족들의 저녁처럼 분주합니다.
이렇게 늘 생활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어요.
바다의 아버지와 엄마는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면 다시 휴식을 취하시고 오후 한 시가 되면 출근을 하십니다.
바다가 커 갈수록 신경을 써야 한다며 바다 어머니는 바다 아버지께 늘 말씀 하십니다.
사춘기가 오기 전에 바다와 많은 대화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라며 말이에요.
바다가 그동안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건 송화가 누나처럼 다독여 주었지요.
속상한 표정을 짓는 날이면 송화는,
“바다야, 너 여행 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너 네 부모님, 바쁘셔서 못 갔나 봐. 다음엔 가면 되지. 기죽어 있지 마.”
바다는 송화가 위로해 주던 말들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놀이터에 유비라도 와 있길 바라면서 갔지만 텅 빈 놀이터 바다뿐입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혼자 그네에 앉아서 하늘을 봅니다.
먹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 가족이 부럽기만 합니다.
저 구름에 오르면 바람을 타고 송화가 있는 곳까지 데려 줄 것만 같습니다.
‘에이, 심심하다. 아빠랑 탁구나 칠걸.’
그런데, 갑자기 차가 빵빵거리며 소란스러웠습니다.
바다는 그네에서 내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는데,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도로를 질주를 하며 달려오고 있었어요.
뒤에는 주인이 이름을 부르며 뛰 따라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토록 바다가 그리던, 쫑화가 아니겠어요.
너무나 놀라서 놀이터 담을 넘고 달려갔어요.
보통 때 같으면 인도를 걷는 쫑화가 도로 가운데를 막 달려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답니다.
순간 반갑기도 하고요.
단숨에 달려와 바다 품에 안겼어요.
쫑화는 바다 품에 안겨서 낑낑대며 얼굴을 비비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다 얼굴을 핥았어요.
“쫑화야! 쫑화야! 너, 왜 여기 있니? 누나 따라 안 갔니?”
바다는 반가움에 꼭 안고서 숨 쉴 틈도 없이 묻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너도 같이 갔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시던데.”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니?”
쫑화는 낑낑대며 바다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렸고, 바다도 쫑화를 보자 너무 반가워서 울었어요.
조금 뒤 쫑화를 쫓아온 분은 송화 아버지였습니다.
쫑화가 배를 타는 것을 무서워해서 아는 지인 분께 맡겼는데, 짱화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연락을 받고 걱정이 되어, 바다네에 쫑화를 부탁하려고 오든 길이랍니다.
바다는 기쁨도 잠시, 많이 약해 있는 쫑화를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쫑화도 가족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바다는 송화 아버지를 보자 송화 안부부터 물었어요.
아직은 낯선 환경에 다들 힘들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바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송화 아버지께서 섬이라 휴대폰 수신이 잘 안된다며, 다음 달쯤 일반 전화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으로 공유 할 수 있어 송화와 용화를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다는 모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가족이 소원을 들어준 것처럼 행복합니다.
바다는 푸른 오월의 품에 안겨서 쫑화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달립니다.
마치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것 같았어요.
송화 아버지도 바다와 쫑화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 왔어요.
그리고 궁금해 할 송화와 용화를 위해서 멋지게 영상에 담았어요.
며칠 후면, 용화가 그린 수채화가 바다를 건너서 우편함에서 방긋이 웃고 있을 그날을 상상하며, 바다는 푸른 오월의 향긋한 내음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었습니다.
녹음이 짙게 내린 산 빛을 보며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지낼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
바다는 이제 무척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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