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작가 황보정순, 장편소설 ‘석산’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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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작가 황보정순, 장편소설 ‘석산’출간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8-08-21 오전 08:31:35  | 수정 2018-08-21 오전 08:31:35  | 관련기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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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玉露문학에 소설로 등단하고 현재 고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보정순 씨가 지난 16일 장편소설 석산을 출간했다.

 

황보정순 작가는 1959년 경남 양산에서 출생했다. 2003玉露문학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2007년 첫 번째 장편소설 피앙새를 출간하고 2015년 장편소설 바람의 벽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아 출간한 뒤, 2017년 소설집 낭도의 봄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8석산장편소설 역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출간했다.

 

저자는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경남소설가협회, 경남문인협회, 고성문인협회 회원이면서 고성문화원 부설 한국디카시연구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황보정순 E-mail : hbjs4589@hanmail.net

 

 

 

[소설 에필로그

 

한쪽으로 차를 세워 둔 채 논길을 향해 걸었다. 언덕 쪽으로 두릅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풀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두릅의 특유한 냄새를 풍기는 곳이었다. 하물며 고속도로가 생긴 후, 차가 쌩쌩 지나는 곳이기도 했다. 차들은 자동차 경주하듯 총알처럼 달렸다. 타이어가 탄력에 의해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사라졌다. 논물을 보기 위해 자주 다니던 곳이다. 구급차 또한 빠르게 지나갔다. 목숨을 담보로 주행하는 구급차를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어느 가정에서 저렇게 위독한 환자가 생겼을까.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걷기 시작한 나는 그들의 동향을 염려하기도 했다. 많은 사연들로 움직이는 물체가 낯설지는 않았다. 그동안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고속도로가 생기기까지는 고요한 동네였다. 마당에서 보면 산이 앞을 가렸고 바라볼 때마다 숨이 컥컥 막히는 데였다. 몹시도 어려웠던 절기가 있었으나 그때가 언제였나 싶다. 어느 날은 무작정 달려온 나의 삶이 어느 지점에까지 머물고 있는지 하늘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쯤에서 머물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세월은 오래전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가슴 아픔이 있을지라도 ‘-괜찮아요.’ 했다. 비록 내 몸속에서는 울고 있었지만 난 어쨌거나 ‘-괜찮아요.’ 라고 답했다.

 

 

모처럼 풀이 무성한 밭길을 걷고 있을 때도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언덕 아래가 보이는 곳이었다. 전날에 내린 비로 인해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거대한 물줄기로 인해 몸이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물줄기로 인해 정신을 온전히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끔찍했다. 나는 점차적으로 많은 사연을 갖게 되었다. 단편적인 기억들과 상상력이 뒤엉켜 누가 뭐라고 질문을 던졌으나 먼저 답변을 못해 볼 때가 많았다. 조용한 겨울이 지나가고 세월이 가면서 기력이 좋은 날은 장편소설을 썼다. 가슴에 못 박힌 말들을 끌어안고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그게 전부였다. 시골로 이사 온 뒤, 현실에 적응하며 지냈다. 이 또한 아무런 불만도 모른 채 지냈다.


8월이 지나가고 9월이 넘어갈 때까지 기운을 차리는 날이 생겼다. 한낮의 햇볕은 눈을 뜰 수 가 없었으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빛이 내게 다가왔다. 애타게 찾았던 꽃무릇이 많이 피어 있었다. 붉은 빛이 주변을 눈부시게 했다. 무리를 이룬 채 나의 온몸을 다독여 주었다. 붉은 무리가 모여 나를 향해 원 없이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황보정순프로필사진01.jpg

 

[작가의 말

 

그의 비보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그로 인해 나로서는 아주 특별한 날을 접하게 되었으니까…….

미운 정이 많은 관계여서 일까…….

그의 죽음은 억장이 무너지게 하였고 숨을 쉴 수가 없게 만들었다.

며칠째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더니 결국은 저세상을 향해 떠나고 말았다.

해마다 그는 명절이 되면 내 집에 찾아왔다.

그는 내 집에서 태어났고 내 집에서 성장하였다.

내 집에 오는 날이면 혹독한 세상살이를 접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길목이었지 싶다.

대문을 들어서면 자신이 왔다고 나에게 먼저 알렸다.

고향집에 다니러 왔다고 소리쳤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는 영영 만나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의 장례를 치루고 돌아오는 길은 무척 힘겨웠다.

간밤에 뜬눈으로 보낸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운 건 당연했다.

문득 그와의 관계를 정리할 일이 생겼다.

휴대전화에 입력된 번호와 카톡방까지 지워 버렸다.

그는 끝내는 미워지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해주고 갔다.

 

목구멍을 차고 터져 나오는 울음조차도 멎게 해주었다.

이제는 그를 생각 할 명분이 없어졌다.

머릿속은 아무런 기억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가고 난 며칠 뒤였다.

비는 끊임없이 내렸다.

유리창 너머로 소리 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모든 것은 다 지나갔다.

 

[목차

 

프롤로그

 

1. 노새가 머물던 길

2. 딸을 판 아비

3. 그날을 위한 기도

4. 막장

5. 깊이가 있는 감정

6. 지루한 일상

7. 허기진 꽃밭

8.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이유

9. 그들의 과거

10. 매미의 죽음

 

에필로그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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