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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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8-01  | 수정 2007-08-02 오전 8:54:03  | 관련기사 건

미국의 낮은 관세율로 인해 수출 확대 효과가 소폭에 그쳤던 한미 FTA와 달리, EU는 평균 관세율과 주력 수출품 관세율이 높아 상당한 수준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그러나 EU측이 반대급부로 환경, 지적재산권, 노동 등의 제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가시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도 그 막이 올랐다. 미국과의 협상이 종료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세계 최대 경제권과 새로운 FTA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EU FTA가 이처럼 서둘러 추진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배경을 살펴보고, 한미FTA와 비교해 볼 때 한-EU FTA가 갖는 특징적인 기대 요인과 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EU FTA 신속 추진으로 한, EU 상호 이익 극대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한-EU FTA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동아시아 진출 교두보 마련과 FTA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EU의 필요와 세계경제의 다극화 시대에 대응하고 유럽시장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한국의 절박함이 함께 맞물려 있다.


먼저, 중국의 부상, 일본의 부활 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ASEAN, 미국 등과 FTA 협상을 완료한 한국은 EU가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의 중심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배경은 EU의 통상정책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EU는 2001년 도하개발계획(DDA) 협상이 시작된 이후 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통상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고수해 왔다.


중동의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중남미의 Mercosur, 칠레 등 일부 국가들과 양자간 특혜무역협정(PTA, Preferential Trade Arrangement)를 체결했거나 추진 중이지만, 이는 정치적 동기나 자원 확보, 역사적 유대 등 경제외적 측면의 특수관계로 인해 이루어진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으며 그 외의 경우에는 다자주의 우선 원칙을 계속 고집해 왔다.


그러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자유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EU의 통상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WTO 도하개발계획(DDA) 타결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진 것이다.


지난 2004년 새로 구성된 EU 집행위원회의 피터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다자주의 일변도의 대외 통상 전략으로는 변화하는 국제 무역질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며 회원국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6년 11월에는 양자간 협정과 다자간 협정을 함께 진행하는 新통상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올 4월, EU 통상위원회는 그 여세를 몰아 한국, 인도, ASEAN과의 FTA 협상지침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고 곧이어 한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EU와의 FTA는 우리 입장에서도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 EU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미국경제의 둔화가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세계경제 성장의 축 변화에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과의 FTA 체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EU에 대해 굳이 시장을 막아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U는 회원국들의 경제 회복과 2004년 이후 새로 합류한 동유럽 국가들의 수입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한국의 2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재의 높은 관세율과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을 감안할 때 FTA 출범으로 시장 접근이 개선될 경우 현재 2%대에 머물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EU FTA 체결을 통해 우리 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EU 제품이 경합을 벌이게 한다거나 투자 유치 및 기술 교류 분야에서 미국과 EU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후생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EU FTA vs. 한미 FTA, 유사점과 차이점


한-EU FTA는 선진국과의 FTA라는 점에서 한미 FTA와 자주 비교된다. 기술집약적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발달해 있어 우리 기업들과의 수직적 분업에 유리하고 한-EU 기업 간 기술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점은 한미 FTA를 통해 기대하는 바와 유사하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비관세 장벽 철폐에 관심이 많고 경쟁,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국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EU는 미국과 여러 면에서 특징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 주력 수출품 관세율 높아 큰 폭의 수출 확대 예상


가장 큰 특징으로는 관세율 차이를 꼽을 수 있다. EU의 평균 실행관세율은 4.2%로 미국의 3.7%보다 높으며,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10%), 평판디스플레이(0~14%), 영상기기(14%), 섬유(12%), 의류(10.5~12%)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관세 장벽은 미국 시장에 비해 훨씬 높다.


우리나라 對EU 수출의 30% 가까이를 자동차(18.9%), 평판디스플레이(6.5%), 영상기기(4.3%) 등 세 품목이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FTA를 통해 공산품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 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은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낮은 관세율로 말미암아 관세 철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던 미국과 달리 EU와의 FTA는 수출 확대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 태도가 훨씬 유연하다는 것도 미국과 구별되는 점이다. 단일 국가인 미국과 달리 27개 국가의 연합체인 EU는 탄생 이전부터 상호 존중과 설득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기에 상대국의 입장에 대해 훨씬 관용적인 편이다. 따라서 우리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개성 문제와 같이 태생적으로 민감한 문제나 양측의 의견이 상충되는 이슈들에 대해 일방주의적 태도를 고집하기보다는 적당히 양보하거나 포기하는 식의 탄력적인 협상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처럼 상호 민감 품목의 존재를 폭넓게 인정하는 상황에서는 개방 목표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1차 협상을 통해 합의한 관세 철폐 목표 수준 역시 100% 개방을 이끌어 낸 한미FTA와 달리 95%에 그쳤다는 점이 그 좋은 예다.


● 비관세 장벽 제거, 제도 변화 요구 많을 듯


하지만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며 언급하였듯이 한-EU FTA는 지적재산권, 비관세 무역장벽 등 각종 제도 변화까지 수반하는 新세대(new generation) FTA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EU가 지금까지 체결한 다른 어느 FTA보다 변화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는 그 동안 상품 관세를 폐지(1세대)하거나 투자 및 서비스 분야로의 개방 범위 확대를 포함(2세대)하는 정도의 FTA를 추진해 왔으나 이번 한-EU FTA를 통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계속 적용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협정문 모델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비록 관세 철폐 수준은 95%로 다소 낮을지 몰라도 비관세 장벽과 관련된 상당한 폭의 제도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 ‘지속가능 개발’ 분과이다. 한-EU FTA 협상은 17개 분과를 구성해 세부 사항까지 다뤘던 한미FTA와 달리 상품, 서비스/투자, 기타 규범, 지속가능 개발 등 총 4개의 분과만을 구성했는데 노동, 환경 등 지속가능 개발과 관련된 이슈에 하나의 독립적인 분과를 할당한 것이다. 이 분과는 주로 양국의 생산 여건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경쟁 요인 제거에 활동의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 두 개의 유럽 고려해야


EU 내의 상이한 경제발전 단계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변수이다. EU는 27개의 회원국 숫자만큼이나 경제 규모나 발전 정도, 산업별 비교우위, 유망 품목 등이 상이하다. 얼핏 EU라고 하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은 서유럽의 전통 부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의 개발도상국도 10여 개 국에 이른다.


이런 다양성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갖고 있다. 소비자 층이 다양하다는 점은 완제품 수출이 많은 우리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 2004년 동유럽 10개국 가입 이후 對EU 수출이 급증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아직까지는 선진국보다 개도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EU에 대한 수출 전략을 수립할 때도 서유럽 중심의 선진국 연합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다양한 소득 수준과 소비 특성을 고려해 이에 걸맞은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EU 내에서 상당한 수준의 역내 수직 분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산업 격차가 커 한국 기업과 우리 제품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후발 동유럽 국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빠른 성장세를 감안할 때 두 지역 국가들 간의 산업협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 서비스 시장, 개방 분야 열거(positive) 방식 주장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태도 역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일부 분야만을 개방에서 제외하는 선별 유보, 즉 비개방 분야 열거(negative) 방식을 주장해 관철시켰고 한국 역시 EU에 대해 같은 방식의 개방을 주장했다. 하지만, EU는 반대로 개방을 허용하는 분야만을 따로 지정하는 WTO 식의 개방 분야 열거 (positive)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서비스산업은 EU가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이며 공공, 의료, 교육, 시청각 서비스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방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협상단이 열거 방식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미래의 불특정 분야에 대해서까지 개방을 인정하는 데 따른 회원국들의 불안과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EU FTA 효과 극대화 위한 과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어떻게 협상을 풀어나가야 할까? 이 문제는 한미 FTA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외 부분과 대내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협상 파트너인 EU에 대해 관철시켜야 할 내용과 제도 정비나 산업정책 마련처럼 국내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의 두 부분이다.


● 무역 장벽 제거에 협상력 집중


관세율이 낮고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적은 미국과 달리 EU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모두 높은 편이다. 따라서 향후 FTA 협상 과정에서는 이런 무역장벽을 낮추는데 협상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특히 2005년 기준 연간 수출 실적이 1000만 유로 이상인 273개 제품(HS코드 4단위 기준) 중 10~20%의 고관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이 TV수신기, 영상기록용 기기, 티셔츠 등 19개 제품으로 전체 수출의 7%에 달했다는 점에서 해당 품목들의 관세 철폐는 상당한 수출 확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EU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비관세 장벽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전자 제품 폐기물 제도나 유해물질 사용 제한 등의 환경 관련 규제, 까다로운 표준 및 각종 인증 제도와 같은 기술 장벽 등이 무역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역시 한국의 화장품 및 의약품 심사제도가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불투명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 제도가 미국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비관세 장벽에 관한 양측의 논의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 1995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WTO에 보고된 EU와 한국 간의 무역구제 현황을 살펴  보면 EU가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사안(37건) 중 실제 조치로 이어진 경우는 43.2%(16건)에 불과했다.


즉 절반 이상의 경우가 무혐의로 판명됨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 착수 전에 양국 관련 기관의 중재를 거치거나 조사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식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국내 제도 정비에도 힘써야


우리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U 시장은 관세, 비관세 장벽이 높은 만큼 해당 무역장벽 제거에 성공하기만 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EU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비관세 장벽 제거와 공정경쟁 기반 확충을 위한 각종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관세 장벽은 낮추되 新화학물관리제도(REACH)나 전기전자장비유해물질제한지침(RoHS) 등과 같은 환경 관련 조건을 준수하는 업체에게만 시장 접근을 허용할 수도 있다.


도쿄 협약, 국제노동협약 등에서 나타나듯이 장기적으로 노동 및 환경과 관련된 기업들의 의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EU FTA 체결에 따른 각종 제도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오히려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 가지 전략적 대안이다. 이를 통해 국내의 각종 법령이나 규정에 남아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이 점차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경 산업이나 기술 표준 및 각종 인증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역내 다른 국가들보다 선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 해도 너무 쓰거나 독하면 쉽게 먹을 수 없듯이 국내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외부연구보고서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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