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죽을 힘을 다해 항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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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죽을 힘을 다해 항거하라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1-12-01  | 수정 2011-12-01  | 관련기사 건

▲ 정종암 시인.문학평론가.수필가   

               미래연합 前 대변인

성범죄가 끊임없이 들끓고 있다. 그릇되게 분출되는 성욕구에 의해 성적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음에도 남성우월주의 등으로 성범죄에 대한 단죄는 엄격하지 못한 측면이 다분하다. 성범죄는 살인으로까지 변질되어 이 사회를 경악케 한다. 일례로 조두순 사건과 김깉태 사건이 있으며, 금년에 상영된 한 작가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도가니` 영화가 상영된 탓으로 이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그 사건을 담당했던 사법당국은 이례적으로 영화는 실제사건과 상이한 면이 있다고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는 촌극을 벌였다.

 

근간 전남의 시골마을에서는 정신지체장애우 여성을 강간하고도 그 중에서 일부는 `고령 등` 의 이유로 불구속되었기에 분노를 사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다. 지역민의 부끄러움으로 쉬쉬하다가 결국에는 법의 심판을 받은 사건이다. 일부 시골에서는 살인에 준하는 정신지체장애우 여성을 성폭행하고도 아주 고약하고 그릇된 명예를 내세우며 토호세력을 비호하면서 은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범죄에 대한 법의 심판을 피하려거나 동조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살인에 버금가는 약자의 인격권까지 짓밟고도 힘의 우위로 덮이고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피하려는 작태에 양심 있는 이들은 사법기관과 지역 언론까지 탓하는 여론이 수면 아래에서만 들끓고 있지는 않을까. 세상에 보호할 게 없어 이 세상의 약자 중에 약자를 짓밟은 행동에까지 `내 몰라라` 함은 어쩌면 `너도나도 공범` 의 범주에 속할 지도 모른다.

 

영화 `도가니`가 화제가 되면서 화두가 된 게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규정하는 `항거불능` 조항이다. 이 조항은 장애우에 대한 성폭행을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 또는 사람 추행하는 것이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형법 제 299조에서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 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성폭력 사건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의 부녀를 강간해야만 성폭력이 인정이 되지만, 일반인과는 달리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른 장애우들은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폭력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런데 `항거불능` 이란 조항이 엄청난 문제를 낳고 있어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인하여 심리적 또는 반항이 불가능한 경우를 일컫는다. 어느 2급 정신지체장애우가 성폭행당하고도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항거불능이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면서 `항거불능`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내린 판결이다. 피해여성이 정신상의 장애가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항거불능인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무죄선고를 받은 경우이다. 국가가 발행한 장애우 수첩을 반납하는 사태로까지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면을 우리 사회와 지각 있는 남성들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렇다면 여성들은 인면수심의 남성들의 추악하고 공공의 적인 그 반항에 몸을 흔들기만 해야 되나. 흔들어도 안 된다. 흔들어본들 추악남(?)의 머리칼 한 올만 나부낄 뿐이다. 온 몸으로 죽음과 버금갈 정도로 무한하지 않은 유한한 자기 목숨까지 걸고 항거해야만 유죄판결을 받는 셈이다. 보통인의 상식선에서 보자. 그게 가능하겠는가이다. 일반여성들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인데도 죽을힘을 다해 항거해야 한다. 정상적인 여성도 불가능한데 신체상 이상이나 정신지체 여성으로서는 더욱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온 몸을 죽음과 맞바꾸어야만 항거불능의 상태는 아닐까. 이러고도 신체 건강한 남성들이 이러한 여성들에게 저지른 성범죄에 대한 법의 잣대는 너무 관대하다. 그 인면수심의 인간들에게까지 말이다.

 

또한 사법부의 잣대는 `고령` 이란 이유를 든다. 그러한 잣대가 현실적인 측면과 부합할까.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요즘 일부 노인회관에서는 80세 이하 연령대는 어울릴 수 없다는 노인군(群)에 속하는 판정 아닌 판정이 내려진 경우도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60대 정도는 노인측에 속하지도 않는다. 사실컨대 주변에서는 젊은이 못지않은 60대중반에서 70대중반까지의 젊은 노인들도 많다. 우리 형법이 제정된 지 근 60년에 가깝다. 이로써 `고령` 의 범주도 시대변천에 따른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성범죄는 장기간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듯한 토호세력이자 힘 있는 자의 성폭력이 수면 하에서만 분노하는 예가 있다면 그게 사라지게끔 사법당국은 인지수사나 내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성폭행을 당하고도 보복을 두려워해서야 되겠는가.

 

특히 힘없어 보호받아야 할 장애우 여성에게 범하는 성폭력은 더욱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성폭력의 대부분이 주변의 아는 이들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쌍방간 주거일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가 위협을 느껴 장기간 은폐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항거불능` 조항을 적용시 심신상실자나 지체장애우만이라도 아예 삭제하거나 폭넓게 해석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동인간으로써 그들을 더 보호하고 아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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