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풀꽃편지-여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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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편지-여섯 번째 이야기

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2-10-15  | 수정 2012-10-15 오전 7:52:50  | 관련기사 건

길가 코스모스가 황금들녘과 어우러지는 계절입니다. 가을걷이가 이제 시작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을들녘은 다양한 들국화가 한창입니다. 이맘때가 여행하기 젤 좋은 때입니다. 어딜 가나 꽃 잔치에 적당한 햇살과 온도, 황금빛 들녘, 이제 시작되는 단풍..이때가 아니면 언제 계절을 즐길까요. 나서보세요. 오늘..

 

 

쑥부쟁이

 

 

쑥을 캐는 대장장이의 딸을 줄여 `쑥부쟁이`라 했다는 이야기 아시나요? 한눈에 반한 사냥꾼을 잊지 못하던 쑥부쟁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안타까운 삶을 마감한 이후 들녘 가득히 이 꽃이 피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풀꽃전설의 대부분은 이루지 못한 사랑, 안타까운 사연이 주를 이룹니다. 슬픈 이야기죠.

 

그래서일까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이랍니다. 가을의 길목 지켜내며 온 산천을 환한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쑥부쟁이, 올해 가기 전에 충분히 감상하세요. 지금 밖에 나가면 천지에요.

 

 

까실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랍니다. 이런, 이런 쑥부쟁이 종류가 왜 이리 많냐구요? 찾아보니 무려 15종 가량 된답니다. 올 가을에 들국화라 통칭되는 종류들 맘먹고 알아보고자 노력중입니다. 잎도 그렇고 생긴 것도 까실까실 합니다.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날부터 가을까지 핀다고 하는데 마침 상당산성에 무리져 피어있더군요.

 

처음에는 개망초가 뭉쳐 나는 것 같기도 했구요. 제가 만난 녀석은 1미터쯤 되는 키에 잎은 밑쪽으로 쳐져있고 줄기 끝에 많은 꽃송이들이 뭉쳐있었습니다. 가만 보면 꽃 크기가 비슷한 미국쑥부쟁이와도 다르구요. 여타의 쑥부쟁이류와 다른 모습입니다. 쑥부쟁이들의 공통점은 잎들이 모두 다르기는 합니다만 쑥잎을 닮아있답니다. 그래서 쑥부쟁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미역취

 

 

동네 뒷산에도 `미역취`꽃이 한창입니다. 취나물종류가 워낙 많은데-60종쯤- 이중 나물로 먹는 것은 25종 가량 된다고 하죠. 미역취는 한번 데친 후 잘 비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역처럼 거품이 많이 나고 미역 맛이 난다더군요. 언제 꼭 한번 먹어봐야 겠어요.

 

울릉도 미역취는 명이나물과 함께 울릉도의 중요한 판매용 나물입니다. 전국 각처에 나는 미역취와는 조금 다른 종류로 보입니다. 전남 순천만에는 양미역취가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는 군요. 미역취와는 외형이 다릅니다. 그렇거나말거나 상당산성에도 미역취꽃이 한창입니다.

 

 

딱지꽃과 고들빼기

 

▲ 딱지꽃

 

▲ 고들빼기

 

철모르는 풀꽃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녀석은 딱지꽃입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피는 꽃인데 왜 지금보일까요? 그것도 제철 만난 것처럼 아주 멋지게 피었습니다. 딱지처럼 납작하게 자라는 장미과의 풀꽃이에요. 요즘 들녘에 철모르는 녀석들이 많이 보입니다. 세상이 원..

 

이 녀석도 봄에서 여름 넘어가는 즈음에 많이 보이는 고들빼기라는 녀석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 녀석은 철모르고 피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초여름쯤에 꽃을 피우고 나서 씨앗을 퍼뜨리고 나면 가을녘 또 한 번 피어오릅니다. 그래서 잎이 피어있는 상태로 겨울을 납니다. 개중 줄기가 생기고 꽃까지 피우는 녀석도 있는 거죠. 그래서 고들빼기나물 혹은 고들빼기김치를 담글 때 늦가을 생겨난 잎과 뿌리를 채취하는 겁니다. 물론 3월쯤 줄기가 나오기 전에도 나물로 먹습니다.

 

향유

 

 

 

`향유`라고 합니다. 이름그대로 특유의 향기가 납니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꼭 싫지만은 않더군요. 그래서인가요? 한방에서도 토사, 곽란에도 좋다고 하고 배앓이에도 좋답니다. 뿌리부터 꽃까지 모두 욕탕료로도 사용한다는군요. 향기가 워낙 강하고 우리나라 산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꽃이라 언제라도 꼭 중요한 쓰임새가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외래종 허브가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산천에서 나는 강한 향기나는 풀과 나무들은 활용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생강나무, 비목, 누리장나무 등 좋거나 나쁘거나 강한 향이 나는 풀들은 뭔가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직 무소식이에요. 혹시 아나요. 이것들 중 사람에게 정말 요긴한 명약의 재료로 쓰일지. `향유`도 그렇게 생각나는 풀꽃 중 하나랍니다.

 

 

뚱딴지

 

 

북아메리카원산이며 국화과 해바라기속의 `뚱딴지`입니다. 돼지감자라고 하면 아실거에요. 키가 2~3미터까지 큽니다. 꽃도 해바라기를 닮았으나 가운데 씨앗열리는 부분이 덜 발달되어 있어요. 가을철 해바라기처럼 큰 키로 하늘하늘 피어있답니다.

 

뚱딴지는 당연히 덩굴뿌리에요. 옛날에는 구황식물로도 활용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당뇨와 다이어트에 좋다고 일부러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는 군요. 숲해설가 중에서 재배하시는 분들 때문에 쪄온 돼지감자를 몇 번 먹어보았습니다만 사실 맛은 감자보다 못했습니다. 그래도 정성이 어디에요. 서리 내리고 나면 맛보라고 또 보내오실 텐데 맛나게 먹어줘야...

 

곤드레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시인 김남극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 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 비벼 먹으면서

첫사랑 여자네 어머니가 사는 집 마당을 넘겨보다가

 

한 때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햇살도 한 평밖에 몸 닿지 못하는 참나무 숲

새끼손가락만한 연초록 대궁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종아리가 희고 실했던

가슴이 크고 눈이 깊던 첫사랑 그 여자 얼굴을

사발에 비벼

목구멍에 밀어 넣으면서

허기를 쫓으면서

 

강원도 특산 ‘곤드레’ 씨앗 받으려 심어놓은 녀석을 찍었습니다. 이제 청주에서도 재배를 하겠죠?

 

 

백일홍

 

 

흔해도 너~무 흔한 백일홍. 멕시코의 일년생 풀꽃을 개량해서 세계의 정원을 수놓는 인기 있는 원예종으로 보급되었답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동안 피고 지는 백일홍의 꽃말은 `기다림`이랍니다.

 

머리 세 개 달린 이무기에게 제물로 받쳐진 여인을 구해준 용사가 돌이오길 백일 간 기다리다 자결을 한 자리에서 피었다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풀꽃전설은 이루어 지지 못하는 애틋한 스토리지요. 개량종 종류가 수십 개라서 모양과 색상도 다양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는 꽃이라고 해서 정말 그런지 보기만하면 확인하는 중입니다.

 

 

이광희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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