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폐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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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폐 민주주의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5-18  | 수정 2007-05-18 오후 4:53:28  | 관련기사 건

러시아의 문호 고골리는 ‘검찰관’이라는 작품 속에서, “빳빳한 새 지폐를 손에 쥐면, 새로운 행복이 뒤따라 온다”고 썼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도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거나, “돈이 제갈 양”이라며 돈의 위력을 한껏 드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고액지폐가 나오리라는 게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작년에 천원, 5천원, 만 원권 등, 부분적으로 새 은행권 발행이 완료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외국은 6-7년마다 도안을 변경하는 게 상례인데, 우리 돈은 무려 22년 동안이나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자책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제도나 품질 면에서 볼 때도, 아프리카나 아시아 후진국에 비해서도 매우 뒤떨어져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는 부끄러운 비판이 가세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화폐의 크기까지 커서 외국인들의 지갑에 들어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품질도 형편없어서 수명이 짧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 원 권과 5만 원 권 등 고액권을 오는 2009년 상반기 중에 발행할 계획이 착착 준비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널리 쓰이는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그에 따라 과연 어떤 인물이 새로운 고액권의 주인공으로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액권 화폐에 들어갈 인물 도안으로는 김구, 정약용, 신사임당 등 그 동안 새 화폐 발행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던 후보들 중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폐 속 인물이나 상징물은 그 나라와 정신을 대표


하기야 지구상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폐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상징물들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또는 민족정신의 정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지폐에 등장하는 면면들을 살펴보면, 야릇한 감회를 어쩔 수 없다. 천 원 권에는 이퇴계, 5천 원 권에는 이율곡, 만 원 권에는 세종대왕(이도)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들 three 李 씨들은 대한민국과는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500년 전의 왕조시대 인물인데도, 버젓이 지폐에 올라앉아 대한민국의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한편 외국 지폐, 예컨대 우리가 숭상해 마지않는 미국 달러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참고로 살펴보면, 1달러 권에는 미국의 국부인 조지 워싱턴, 5달러 권에는 아브라함 링컨, 10달러 권에는 토마스 제퍼슨, 100달러 권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가 인쇄되어 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비록 미국의 역사가 대단히 짧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1달러에 국부인 워싱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5달러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림 받는 링컨의 초상화를 넣음으로써, 대표적인 자유민주국가로 알려진 미국에서 워싱턴이나 링컨은 단지 존경받는 역사적 위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 대중들로부터 사랑도 동시에 받는 인물임을 말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치 지도자와 일반 국민 사이의 친근감을 유도하고, 민주적 정신문화의 동질성을 확보하여 국가적 통합을 밀도 있게 추진하려는, 수준 높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 위인에 대한 국민의 친근감을 유도하고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어, 왕 출신인 이도 세종대왕이 만 원권, 퇴계보다 벼슬이 높았던 율곡을 5천 원 권에, 상대적으로 가장 벼슬이 낮았던 퇴계의 초상화를 천 원 권에 각각 배치함으로써, 직위고하에 따라 지폐의 등급을 자리 매김 하는 유교적 권위주의 같은 것이 은연중에 스며들어 있는 눈치다.


한 사람은 왕조시대의 임금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허례허식에 치우친 남의 학문인 주자학에 편승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데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 얼, 한국 정신의 상징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가?


그들 대신 혹시 광개토대왕 및 정약용, 또는 김구 선생 등이 들어간다면 어떨까?


예컨대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존경하는 아브라함 링컨을 그냥 에이브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 자신들의 친구인 양 친근감을 표시하는데, 예컨대 세종대왕의 이름이 이도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글쓴이 / 박호성

· 서강대 사회과학대 학장 겸 공공정책대학원 원장

  정외과 교수

· 한겨레신문 객원 논설위원

· 학술단체협의회 대표간사

· 미국 Berkely 대학, 캐나다 뱅쿠버 대학(UBC) 객원교수

· 저서 :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전망>, <우리 시대의 상식론>,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 등 다수

<영광함평 박 청 기자(yhinews23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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