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도 한 번 품격 높은 지도자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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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도 한 번 품격 높은 지도자를 가지고 싶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7-31  | 수정 2007-07-31 오후 2:50:10  | 관련기사 건

우리도 한번 품격 높은 지도자를 갖고 싶다는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노년의 만델라가 퇴임 후에도 여전히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을 보거나,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이 해외토픽의 맨 첫머리에 오르는 것을 볼 때, 우리는 품격 높은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연말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그 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볼 때, 그것은 아무래도 요원한 일인 것 같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인상, 그들이 성깔이나 행태에서 우리는 고결한 품격 같은 건 전혀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따리장사라도 해봤으면 경제마인드가 있다고 하고, 코드인사로 분에 넘치는 요직을 거쳤으면 국정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자신의 실정으로 국정을 파탄시킨 책임을 통감하거나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서 수기(修己)의 흔적이나 고뇌 같은 건 한 점 찾아볼 수가 없다. 도토리 키 재기 같이 고만고만한 범여권후보는 그렇다 치고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야당후보들은 또 어떤가.


국민을 우롱하는 답변


얼마 전,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그들의 청문회에서 개발연대를 마구 휘저으며 막 살아 온 어느 후보의 재산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수백억원대의 도곡동땅이 당신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 비싼 땅이 내 땅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대답을 해놓고, 그것이 참으로 명답이었노라고 저희들끼리 희희낙락, 자평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차라리 절망감 같은 것을 느꼈다.


땅 한 평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수백억 수천억의 땅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이 나도는 그가 이따위 답변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조롱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여, 그 천박함이여.


또 다른 후보는 5.16군사쿠데타는 구국의 혁명이요, 유신정변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연좌제에 그토록 멍들었으니, 그를 그의 아버지에 연좌시킬 생각은 없다. 또 그의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이해는 할 수가 있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와 1인 권력의 절대화와 영구화를 획책한 유신정변을 미화하는 역사의식이라면, 그야말로 문제다. 그와 같은 역사의식 아래서는 모든 진실은 다시 땅에 묻힐 것이며, 독재와 폭압의 망령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그 아버지 대에 이어 21세기에도 또다시 이 땅에서 민주화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 자신이 얼마 전 장준하선생 부인을 찾아가 사죄한 것도 거짓된 쇼였고, 유신정권의 피해자를 향해 죄송하다고 한 것도, 그 모두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뛰쳐나가면서, 한나라당을 가리켜 수구냉전세력으로 군사독재권력의 잔재라고 말한 그 모두가 진실이요,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흠집이 없는 후보라고?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자신은 1%의 흠집도 없는 사람으로, 1백%의 당선가능성이 있는 후보라고 내세우는 거짓과 위선이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정수장학회·영남대·전두환으로부터 6억원의 정체불명의 돈을 받은 문제 등 수도 없이 많은 의혹의 한 가운데 있는 그가 1%의 흠집이 없는 후보라며, 염치나 부끄러움은 물론 겸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인가. 아아, 저 역사의 역주행이여, 철면피함이여.


비록 대의를 위해 박정희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지만, 박정희가 폄훼되는 것을 끝까지 삼갔던 김재규가 “공개된 법정에서 밝힐 수는 없는 것이지만 꼭 밝혀둘 필요가 있다”면서 제출한 1980년 1월 28일자로 된 ‘항소이유보충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는 총재에 최태민, 명예총재에 박근혜양이었는바, 이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따라서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큰 영애가 관여하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심지어 민원수석, 박승규 비서관조차도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본인에게 호소할 정도였습니다…본인은 박광현 당시 안전국장을 시켜 상세한 조사를 시킨 뒤, 그 결과를 보고하였던 것이나 박대통령은 근혜양의 말과 다른 이 보고를 믿지 않고, 직접 친국까지 시행하였고, 그 결과 최태민의 부정행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였으면서도, 근혜양을 그 단체에서 손 떼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근혜양을 총재로 하고, 최태민을 명예총재로 올려놓아 개악을 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중정에서 한 조사보고서는 현재까지 안전국(6국)에 보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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