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북정상회담,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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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남북정상회담, 기대해도 좋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8-16  | 수정 2007-08-16 오전 9:31:02  | 관련기사 건

예상했던 8월에 마침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7월말의 장성급회담이 결렬되면서 `올해는 어렵겠구나`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장관급회담 등 주요 남북접촉 계기를 통해 북측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경우 특사를 파견할 용의도 있음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지난해 말부터 `정상회담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시기는 주변정세와 남북관계 상황을 보면서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다시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북측이 이에 호응해온 것은 그만큼 남북의 정상이 다시 만나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정세는 냉전체제의 마지막 먹구름이 걷히며 새로운 동북아평화체제의 모양새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종전선언`, 내년 상반기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북미관계의 급진전도 예고되고 있다.  

 

한계에 부딪친 남북교류에 활력소를 기대


과거 100여 년 전 우리는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채 식민지로 전락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새로 짜일 동북아의 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 합의를 두고 제기되는 `정략적 대선용` `뒷거래 의혹`, 개최 장소 등의 논란은 사실 부차적인 사안이다. 남북관계만이 아닌 북미관계와의 동시 진전은 전통적인 `친미와 반미` `연북과 반북`의 구도와 대립을 뒤흔들고, 60년 넘게 지속되어온 `분단체제`를 허물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6·15공동선언의 생명력을 되찾고,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도 나와 있는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년째를 맞으면서 한계를 드러낸 당국 間, 민간 차원의 대화와 교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남북 당국자 사이의 최고 협의기구`로 역할을 해온 남북장관급회담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합의하는 데 한계에 봉착해 있고, 6·15와 8·15에 열리는 남북 민족공동행사도 의례적인 행사 위주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은 당국과 민간 접촉 모두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남북대화를 논의하는 새로운 상설기구 설치에 남북이 합의할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화해와 협력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남남갈등` 해소하는 디딤돌 되기를

 

2차 남북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남남갈등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해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남남갈등은 북미가 화해를 하고, 당사자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즉 남남갈등의 국제화를 통해서, 국제문제의 합의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통일의 방향과 새로운 남북대화기구 설치, 경제협력과 인도적 문제 등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에서는 이른바 `4대 근본문제`, 즉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통한 서해안의 긴장완화(NLL문제), 북측 참관지 제한 해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남북화해를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문제의 해결 등을 제기할 것이다. 물론 모두가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6자회담-남북정상회담, 한 수레 두 바퀴로 맞물려야


하지만 국제적인 외부상황이 뒷받침되고, 올해 2·13합의 이후 남북이 오랜 기간 준비했기 때문에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낙관은 2·13합의의 1단계 조치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북핵의 연내 불능화`가 확실히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다.


또 6자회담과 북미대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풀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2차 정상회담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의 향방은 북과 미국이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당장 평화체제나 군사적 긴장완화의 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원칙의 합의가 이뤄지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정부를 누가 맡더라도 현 부시행정부 말기에 북미관계가 좋아짐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같이 좋아지는 큰 틀의 그림을 예상할 수 있다.

 

정상회담 이후를 예비하는 포석 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꼭 합의에 이룰 의제와 향후 실무협의로 넘길 사안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과 북미대화가 빠르고,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열리는 만큼 2차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다. 이제는 정상회담과 성공 여부보다는 회담의 성공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정상회담의 성공은 곧 이어질 6자회담, 6자 외무장관회담에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7월초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발언했다. 북미관계에 일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 하는 발언이었다.


이제 동북아 틀에서 한반도 미래를 보자


그동안 `종전선언`이나 4자 정상회담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4자회담이란 것도 될 수 있겠구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 만나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나라들이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문제들이 구체화되고, 그것의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는 단계로 전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관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진전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지난 3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회의에서 북측 대표는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통해 친구관계를 맺고 싶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제사회로 나오려는 북측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 당국간 회담이 활성화될 경우 민간 차원의 교류는 일정기간 축소될 우려도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대북 관련 NGO들의 분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냉전체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정세 속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틀에만 갇힌 `우물 안 사고`와 아전인수식의 `정파적 이해`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틀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인식의 대전환이다.

 

저자 소개


정창현(鄭昌鉉) | 국민대 겸임교수

 

현대사연구소 소장, 『민족21』 편집주간. 저서 『곁에서 본 김정일』 『朝鮮半島のいちばん長い日』(공저),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 『북한사회 깊이읽기』 『북녁의 사회와 생활』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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