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올려주고 부려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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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비, 올려주고 부려먹자

한창식 기자  | 입력 2016-09-13 오후 04:50:29  | 수정 2016-09-13  | 관련기사 건

몇 일전 지방신문들은 일제히 의정비 인상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고성군 의정비가 他지역과는 달리 동결된다는 것으로 잠정결론 내린 상태에 있고 나머지 지역은 상당히 인상 된다고 밝힌바 있다.


또, 지난 10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충북 괴산군에서는 내년도 郡의원 의정비를 지금의 2천1백만 원에서 4천2백만 원으로 100% 인상키로 잠정 결정해 군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괴산군은 의원들의 활동범위가 넓어 인상안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만 생각해오던 지방의회 의원직이 유급제가 되면서 자치단체별로 약간씩 차이가 나겠지만 광역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쳐 6천만~7천만 원, 기초의원의 경우 4천만~5천만 원 선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하는 등 의정비 책정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지방의원 월급에 대해 주민이 자율로 결정한다는 ‘지방 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와 여비, 월정수당 중 월정수당을 상한선 제한 없이 매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의회에서 조례로 확정하도록 하고 지역주민으로 구성되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구성 돼 자율결정에 들어간 뒤, 그동안 예상해오던 액수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무튼 지방의원들은 군소리 없이 1년을 보냈다.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시절에는 소선거구제가 실시되던 때라 자그마한 면단위에서 당선되는 지방의원은 어차피 무보수에다 수당 조금씩 받으니 그럭저럭 견디기도 하고 그런 줄 알고 덤벼들었으니 별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급제 이후 막상 중선거구제가 되고 보니 활동범위가 몇 배나 넓어졌고 일어나는 일들도 다양하고 행사도 사건도 많아지니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이러나저러나 시민들로서는 유급제의 취지를 수긍하게 되고 특별한 반대 없이 지난해 5.31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지방의원을 선출했는데, 의정비를 현실화시키고 인상시켜 주는 것에 대해 대단히 못마땅한가 보다.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지방의원 유급제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무엇이었던가 라는 점이다.


그동안 소선거구제를 하면서 전부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야말로 지방자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동네 졸부들이나 내가 내네 하는 지역 토호들과 이권개입을 노리는 업자들이 출세와 명예욕에 눈이 멀어 노랑 돈 몇 푼 써서 의원에 당선 돼 행사를 했던 일이 전국적으로 허다했다.


세상이 점점 밝아지고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니 참된 자치제를 실시해보자고 도입했던 제도가 바로 ‘줄 만큼 주고, 부릴 만큼 부리자’는 취지의 지방의원 유급제가 아니었던가.


올바른 지방자치제를 위해 전문가 집단의 적극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당신이 전문가로서 벌어들일 돈을 지역민들이 줄 테니 그 지식을 지역민을 위해 써라’ 라는 의미일터다.


혹자는 ‘하는 일 없이 돈만 축내는데 뭣 땜에 월급 올려줘?’ 할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잘못 된 생각이다. 하는 일 없을 것 같은 사람은 진작부터 표를 주지 말아야 하고, 당선 되고난 뒤 저렇게 할 줄 몰랐다고 생각된다면 주민소환 하면 된다.


고성군의회는 현재 연봉 2천531만원으로 매월 211만원을 받는 셈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많은 금액이 아니다. 아무리 적게 움직여도 자동차 연료비가 하루에 1만원(1×30일=30만)은 든다. 휴대전화 요금 월 5만원, 집 전화(인터넷 사용료 포함) 월 5만원, 하루 식대 6,000원(6,000×30=18만 원) 이렇게 최소 비용을 잡아나가도 도저히 그 돈으로는 활동을 할 수 없다.


얼마 전 경남 각 시군 의정비심의위가 열려 거의 모든 곳에서 의정비를 상당한 수준까지 올리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양시의회가 현재 3천120만원에서 4천320만원으로 38% 인상을, 거제시의회가 33%인상을, 진해시 의회는 30% 인상을 각각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고성군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 2차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고 현재 2천531만 원의 의정비를 동결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필자는 2차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취재차 현장에 있었는데 ‘동결 이유가 너무 기가 막혀 막상 그날 의정비 2차심의위에 대해 기사를 출판 할 때에는 ’동결‘만 부각시키고 말았는데,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 그 이유란 것이 ’올려주면 군민들로부터 욕을 듣겠고, 안 올려주면 의원들한테 욕을 듣겠고‘ 뭐 대충 이런 것이었다. 물론 그날 ‘절대 올리면 안되고 팍! 깎아야 돼’ 하는 심의위원도 있었다.


힘들게 사는 사람 많다고 의원들 월급을 거기다 맞춰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그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의원들한테 봉급 제대로 주고 그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의원 봉급 없애고 옛날처럼 무보수 명예직으로 되돌려도 어려운 사람은 여전히 어렵게 산다. 그래도 좀 더 괜찮은 사람 의원으로 뽑아서 차츰차츰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해야 마땅한데도 의원들한테 주는 봉급은 그저 아까운가보다.


적당히 일 할 수 있는 만큼 주고 잘못하면 호되게 따지자. 아마 지금 의원들은 “올려주지 마라! 깎아라!” 이런 말들이 나오도록 부추기지는 않아도 그저 침묵하고 있을지 모른다.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되고, 이대로 동결되면 질타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그렇게 강하지 않을 테니까.


의정비와 관련한 앞으로의 일정은 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결정된 의정비는 반드시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거친 뒤 해당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장에게 통보하고 조례를 통해 확정되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고성군 의회 의원들은 우리가 선택한 사람들이다. 100% 주민동의를 얻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 일반원칙에 따라 선택된 의원들이다. 특별한 하자가 있지 않고는 앞으로 2년 6개월간을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고성군행정과 같이 고성군 살림을 감시감독하고 책임져야 한다.


일 할 수 있도록 돈도 주자. 잘못하면 소환하고 다음에 표 안주면 된다. 아시다시피 우리 고성도 이제는 예전과 달리 역동적이고도 바삐 돌아갈 것이다. 우리 의원들한테도 거기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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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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