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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7-16 | 수정 2008-07-17 오후 11:07:58 | 관련기사 건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그렇잖아도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은 남북을 더더욱 돌이키기 힘든 대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나름대로 보인 바로 그날 발생한 일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모처럼 잘해보려는 순간에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 터졌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지금 남과 북 모두 물러서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민간인이 북측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구역에 남측 관광객이 규정을 어기고 들어온 만큼 남측의 원인제공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남과 북 모두 자신의 논리와 감정에 따라 한 치의 양보도 힘든 처지인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은 우리 남북관계의 과도기적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이 본격화되던 1999년에도 서해에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에 힘입어 남북관계가 진전되던 2002년에도 제2의 서해교전이 벌어졌던 게 남북관계이다.
화해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지구에도 남북의 군사적 대치의 현장은 공존하고 있다. 남측 관광객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지만 출입이 금지된 군사구역에서는 총격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이번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인 셈이다.
총격 사망사건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거울
항상 존재하는 불안요인이 실제 사건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사실 그때그때 남북관계의 상황에 좌우되는 바 크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남쪽의 대북 입장이 강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남인식도 매섭게 변했다. 금지선을 넘어 군사구역으로 들어온 남쪽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남북관계가 부드러울 때와 껄끄러울 때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해오던 식량지원을 이리저리 미루는 것을 보고 북측 초병은 관광지구를 찾은 남측 민간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더 큰 차원의 구조가 불안한 남북관계의 실제 사건을 촉발하는 토양이 되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일단은 이미 발생한 불의의 사건을 얼마나 현명하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즉자적 여론에 따라 감정적 반북 대결로 치달을 경우 불의의 사고는 의도된 남북관계 파탄으로 귀결된다.
1995년 대북 쌀 지원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던 김영삼 정부가 예기치 않은 돌발사건에 잘못 대응함으로써 관계개선은 물론 최악의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해야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입항하는 배의 마스트(중심부 기둥)에 인공기는 달지 않고 선미에 태극기만 달았던 남측도 잘못이었고, 그렇다고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케 한 북측 실무자도 잘못이었다.
오랜 적대관계에서 화해협력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서로에게 익숙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 불의의 사건은 대결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상호 이해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이번 금강산 사건 역시 출입금지 구역을 넘은 남측과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북측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한 잘못이 있음을 상호 인정하는 전제에서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지금의 남북관계를 더욱 안정적인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과 북 모두 퇴로가 없는 수용 불가능한 요구와 주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황을 진정시키고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남북대화의 계기로 삼아야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하기 힘든 요구와 주장만 내세울 경우 이번 불의의 사고는 또다시 남북관계 파탄으로 구조화될 수 있다. 남측이 내세운 현지 진상조사는 북이 현실적으로 받기 힘든 요구이다. 북측 지역에 남측 당국자의 조사를 허용할 리 없다.
실제 북을 굴복시키거나 태도변화를 이끌 만한 마땅한 카드나 지렛대도 없는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북이 내세운 남측으로 만의 책임전가 역시 국민정서상 남측이 도저히 수용하기 힘들다. 등을 돌린 비무장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남측 당국이 참여하는 현지 진상조사 요구를 우회하면서 `과잉대응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한발 물러서면서 북한의 과잉대응 인정과 사과 표명을 받아내는 게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렇게 문제의 첫 단추를 잘 꿰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간 실질적 협의를 제안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지속과 안전보장 및 사고처리 씨스템 등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포괄적인 의제를 놓고 당국간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사건이 오히려 남북대화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당국간 대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이번 사건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음도 큰 문제다. 1999년 민영미씨 억류사건에서도, 같은 해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의 상황에서도 당시 남북대화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
사실 올해 2월에 남과 북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같은 남북 공동의 금강산 관리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후속논의를 통해 그 기구만 구성되었어도 남측의 참여는 물론이고 사건 수습과정이 훨씬 매끄러웠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당국간 채널이 중단된 것 자체가 이번 불의의 사고를 더욱 확대하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당국간 공개 혹은 비공개 채널의 유용성이 더욱 빛나게 마련임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서둘러 남북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대외정세는 여전히 남북관계의 개선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북핵문제가 호전되고 있고, 쟁점은 남아 있지만 6자회담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며 진전되고 있다.
오랫동안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했던 이명박 정부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주 국회개원 연설에서 좀 더 전향적인 정책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북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번 금강산 사건을 계기로 예의 맹목적 강경기조로 회귀한다면 후일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의 필요성과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번 금강산 사건은 분명 위기이지만 오히려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김근식 / 경남대 교수, 정치학
1965년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언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공저) 『남북한 관계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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