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미국발 금융위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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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미국발 금융위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9-24  | 수정 2008-09-24 오후 3:43:37  | 관련기사 건

미국의 써브프라임 위기가 고조되면서 급기야 두 거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가 각각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되거나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다. 이로써 한동안 미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全세계 금융시장이 전례 없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미 이 사건 바로 전에 미국 금융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감지해 써브프라임 융자의 연체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부실자산이 급격히 늘고 있던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약 2천억 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전격 발표한 바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그만큼 더 컸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전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결국 100∼15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국의 두 거대 투자은행이 일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는 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경제 전체의 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7천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모기지(mortgage)금융의 부실을 다 털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써브프라임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뇌관


과연 써브프라임 위기가 두 거대 투자은행의 매각과 파산 그리고 부시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습되어, 많은 시장관계자들의 말대로 금융시장의 신뢰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을까?


문제는 써브프라임 위기가 두 거대은행의 파산으로 일단락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7천억 달러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금융기관의 추가파산을 막기에 충분한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번 위기의 뇌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융기관의 신용파생상품(CDO와 CDS)의 평가손이 두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씨티그룹, BoA(Bank of America), UBS, 모건스탠리 등 주요 거대 금융기관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평가손이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먼싹스만이 예외적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최대한 제어함으로써 여기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연쇄부실과 도산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써브프라임 위기의 발단은 주택융자를 받은 비우량 주택구입자들이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인상으로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데 있다.(졸고 〈미국발 경제위기, 어디서 시작되었나〉 참조)


2008년 5월에는 원리금 상환이 계속 지연되어 발생한 주택압류가 26만 건에 달했다. 이는 최근 주택차압 건수가 전후 최고 속도로 급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심각한 상황이라 하겠다.


이를 계기로 주택융자의 제공자인 상업은행과 저축기관, 주택융자 전문회사 그리고 주택 구입자와 주택융자 전문회사를 중개하는 주택융자 브로커들이 동시에 부실과 위기에 직면했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과 뉴쎈트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 등이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융자 전문회사이다. 이들은 부동산 담보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부동산 담보융자를 부당하게 많이 제공한 혐의로 연방 내지 주 수사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택금융 위기가 주택금융의 부실로만 그치지 않았다.


거듭되는 증권화,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급경로


한편 메릴린치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의 투자은행들과 씨티그룹, BoA 등 거대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자회사들은 주택융자 전문회사나 저축금융기관, 상업은행 등으로부터 주택융자를 사들여 그것을 새로운 증권인 MBS(자산담보부증권)로 전환시켰다.


이것이 바로 투자은행의 파산을 몰고 온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증권화(securitization, 채권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증권화과정에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중요한 것은 이 증권화과정이 한차례로 끝난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확대·증폭되었다는 점이다.


써브프라임 위기의 주범이자 두 거대 투자은행의 몰락을 초래한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2차 증권화과정에서 새롭게 발행된 CDO(채무담보증권)의 부실이다.


1차 증권화과정에서 발행된 MBS에 카드론, 자동차론, 기업대출, 대학생 학자금론을 담보로 발행된 다른 증권을 혼합하여 새로 만든 것이 바로 CDO이다. 투자은행들은 CDO를 발행·매각할 때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앞 다투어 CDO 발행과 인수·판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CDO의 신용등급을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도록 되어 있었는데, 투자은행 입장에서 CDO가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고 신용등급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투자은행의 이런 요구 때문에 신용평가회사의 CDO 평가는 상대적으로 아주 관대했다.


CDO 발행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신용평가회사의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늘어났다. 문제는 증권화가 2차 증권화(CDO의 발행)에 그치지 않고 투자은행이 이 CDO를 다른 자산담보부증권과 섞어 제3차 증권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여러 차례의 증권화과정을 통해 원자산인 써브프라임론의 리스크가 은폐되고 불투명해졌다.


늘어나는 금융기관들의 평가손과 추가도산 위험


하지만 고수익 추구는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CDO를 발행·인수·판매한 투자은행들은 CDO의 디폴트 리스크에 대비하여 보증보험회사 등과 일종의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이것이 바로 CDS 보험계약이다.


다시 말해 투자은행들이 CDO 같은 고위험 증권화상품의 리스크를 헤지(hedge)하기 위해 금융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CDS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은행이 보증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내면, CDO에 디폴트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보증보험회사가 원리금의 지불을 보증한다. CDO의 원자산인 써브프라임론에서 부실이 발생하여 디폴트가 발생하면, 금융보증보험회사의 원리금지불 보증금액이 증가하여 결국 금융보증보험회사의 부실이 늘어났다.


금융보증보험회사의 부실은 여러 가지 연쇄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선 보증보험회사의 보증능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실제 2007년 이후 앰백(Ambac), MBIA 등 주요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 조정되었다. 마침내 모노라인이라는 보증보험회사는 파산에 이르렀다.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와 계약했던 CDS 계약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그것이 결국에 가서는 손실로 계상되었다. 이것이 바로 CDS의 평가손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아직도 주요 금융기관들에서 CDS 같은 신용파생상품의 평가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추가부실과 도산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미국 자본주의를 자유시장형 경제의 전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이 지난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추구해온 것은 증권시장(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에서의 금융적 축적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20년대 말∼30년대 초 대공황 그리고 이에 대한 불완전한 제어인 뉴딜금융규제로 귀결되었다면, 신유주의적 세계화=금융화=미국화로 포장된 21세기 초 금융자본주의와 금융화는 어떤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이번 위기는 금융이 월스트리트의 금융권력과 금융엘리뜨들 그리고 이들을 든든하게 후원하는 금융관료의 전유물로 전락하여 사회적으로 제어되지 못할 때, 얼마나 심각한 파국적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융권력과 금융엘리뜨들은 이 교훈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전창환 /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주요 저서로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 (공저) 『위기 이후의 한국자본주의』 (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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