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환상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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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너지 환상인가, 기회인가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4-29  | 수정 2009-04-29  | 관련기사 건

LG경제연구원 양성진

 

전세계적으로 그린 열풍이 거세다. 깨끗한 환경,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의 확립을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신재생에너지가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던 수소에너지의 진행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수소에너지의 상용화 지연은 수소에너지 자체의 근원적 문제라기보다는 타깃 어플리케이션 선정과 같은 접근 방식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수소에너지 보급 및 발전을 위해 가정용/발전용 연료전지의 상용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대기업의 참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수소에너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수소에너지에 대한 논란

Ⅱ. 수소에너지 상용화 지연 이유

Ⅲ. 잠재력이 큰 우리나라의 수소에너지

Ⅳ. 수소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한 과제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린 열풍은 거세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비롯하여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EU의 ’20-20-20 정책(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 20% 달성, 온실가스 20% 감축)’ 등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그 중심에 신재생에너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은 독일, 일본 등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이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화석연료의 궁극적인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는 수소에너지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본고에서는 수소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상용화 현황 및 지연 이유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시장 선점 가능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Ⅰ. 수소에너지에 대한 논란

 

‘수소혁명(The Hydrogen Economy)’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대체재로 수소를 지목하고, 이를 통해 수소 기반의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소를 미래에너지로 보는 이유는 우선 화석연료 중 가장 먼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석유뿐만 아니라 다른 화석연료도 대체할 수 있다.

 


즉, 에너지 체계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수소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일조할 수 있다. 또한 수소는 물에서 제조할 수 있어 가채량 제한 및 지역 편재성이 없기 때문에 지역 편재성이 높은 석유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각국 정부는 수소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일본 정부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실용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소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소에너지 시대가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 1. 청정에너지인가?

 

우선 수소 제조에 대한 청정성 논란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는 경제성의 이유로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되고 있기 때문에 CO2가 부산물로 생성될 수밖에 없다(<표 1> 참조).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도 아직까지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전세계 발전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 발전을 이용하게 되면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CO2가 발생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 분해가 논의되고 있고 이와 더불어 바이오매스, 박테리아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여 수소를 제조하는 것은 ‘전기→수소→전기’의 프로세스가 필요하여 비효율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전기는 특성상 저장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잉여전력을 흘려보내는 것보다 수소를 제조하여 에너지를 저장해 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수소의 청정성 논란은 제조 측면만이 아니라 소비를 포함한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논란 2. 고효율인가?

 

둘째, 수소 자체의 에너지 효율은 높지만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손실에 따른 효율 저하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하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모보다 연료전지의 발전 효율이 높고 가정용/발전용은 발생되는 열까지 사용할 수 있어 전체적인 수소에너지의 효율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으로 다른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 수준이다. 단순 비교로 보면 같은 양으로 3~4배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 효율도 47%로 화력 35%, 태양광 17%보다 높다.


하지만 수소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 등을 감안했을 때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의 경우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수소를 추출하면 개질 효율은 60%이다. 여기에 연료전지의 발전 효율 47%를 감안한다면 총 발전 효율은 30% 이하다. 이와 함께 발생되는 열을 이용, 난방과 온수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때 열효율은 40% 이상이다.


그러므로 가정용 연료전지의 총 에너지 효율은 발전 효율과 열효율을 합쳐 70% 수준이다. 도쿄가스의 연구에 따르면 가스보일러의 열효율은 80% 이상이기는 하지만 연료전지의 경우 전력 이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가스 사용량의 16%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고효율은 자동차용 연료전지에서 두드러진다(<그림 1> 참조). 가솔린 엔진은 Well to wheel(에너지의 채굴로부터 차량 주행까지) 효율이 14~16% 수준이지만 연료전지를 이용하게 되면 42%까지 높일 수 있다.

 

 

논란 3. 안전한가?

 

셋째, 안전성 문제도 수소에너지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수소의 강한 확산성 등 수소의 물리적 특성과 수소 저장 기술 개발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수소는 강력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는 가연성·폭발성 가스다. 뿐만 아니라 수소의 확산성이 천연가스의 4배, 가솔린의 12배에 달하기 때문에 폭발시 파괴력도 그만큼 강력하다.

 


그러나 수소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석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연료가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취급에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전제로 생각하면 수소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분명 아니다.


수소의 강력한 확산성은 폭발력 증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수소가 공기 중에 누출됐을 때 천연가스처럼 특정 공간에 축적되지 않고 신속히 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량으로 누출되지만 않는다면 자연발화 되더라도 순간적으로 화염이 일었다가 사라지는 플래시화재(flash fire) 수준에 머무른다.


실제로 미국의 연료전지 관련 기관인 BTI(Breakthrough Technologies Institute)에서 수소 연료전지자동차와 휘발유자동차의 연료 누출에 따른 화재 전파 실험을 한 결과, 안전 측면에서 수소 연료전지자동차가 휘발유자동차에 비해 더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각 차량에 강제로 연료를 누출시켜 화재를 일으킨 후 휘발유자동차는 1분 만에 실내로 불이 전이되어 차체가 전소되는 반면 수소 연료전지자동차는 누출 부위에서 순간적으로 높은 불길이 치솟지만 1분30초 후에 완전 연소되어 차량의 피해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Ⅱ. 수소에너지 상용화 지연 이유

 

수소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일본, 미국, 독일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소에너지와 연료전지 연구에 꾸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위기감 고조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어 수소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석유 고갈로 인한 수송용 연료의 대체재 및 발전 시간 등이 불규칙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저장을 위한 에너지매체(Energy Carrier)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이 열린 태양광, 풍력 등에 비해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는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국 정부와 기업의 잘못된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상용화 시점에 대한 질문에 10년 후를 얘기하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10년 또 10년’이라는 말이 수소에너지 개발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소에너지의 상용화 지연 이유를 신기술 확산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 정책, 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그림 2> 참조). 

 

 

산업적 측면 : 타깃 어플리케이션 선정의 문제

 

수소에너지의 상용화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연료전지 개발의 타깃 어플리케이션 선정의 문제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에너지 사용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 처음 수소에너지 체제를 논할 때 각국 정부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판단하고 석유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송용에 집중하였다.


수소에너지는 국가 차원의 니즈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시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개발 초기에는 산업의 파급 효과와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하여 타깃 어플리케이션을 선정하였던 것이다. 

 

수송용의 경우,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및 캘리포니아의 ZEV(Zero Emission Vehicle) 의무 판매 등의 규제와 맞물려 도요타, GM 등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도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가 비용, 성능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대체재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수소 스테이션 등 인프라 구축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연료전지자동차는 상용화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연료전지자동차가 무리 없이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반경 100km 이내에 200개의 수소 스테이션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은 연료전지자동차를 보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수소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범적으로 설치된 수소 스테이션은 전세계에 170개 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휴대용 연료전지에 대한 개발은 보다 뒤늦게 시작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전자 기업들은 휴대폰, 노트PC 등 모바일기기에 채용할 휴대용 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했다. 휴대용 연료전지는 2000년대 초반 시제품을 각종 전시회 등에 출품되어 상용화 시점이 다가온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 역시 리튬전지 등 기존 기술과의 차별화 미흡의 이유로 상용화가 지연되었고 근시일 내에 시장 창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어플리케이션은 개발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정책적 측면 : 보급을 위한 지원 미흡

 

타깃 어플리케이션 선정 문제는 정책 지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국 정부는 수송용 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


미국은 1960년대 우주 및 군사용으로 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하였고, 2000년 이후 미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 주도로 수송용 연료전지를 타깃으로 한 수소의 생산과 운송 인프라 개발을 위한 ‘Hydrogen Fuel Initiative’와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을 위한 ‘FreedomCA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EU의 국가들도 수송용 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미흡으로 상용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용 연료전지도 함께 개발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보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태양광의 경우 1991년 독일에서 시행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와 저리 융자, 일본의 설치 보조금 등 각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고 신재생에너지의 선두 자리를 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연료전지도 정부 주도의 보급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상용화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측면 : 경제성 확보를 위한 기술 혁신 미흡

 

상용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미미한 상황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성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수소 제조에서부터 발목이 잡힌다. 화석연료를 통한 수소 추출 방법을 제외하고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물 전기분해 등의 수소 추출 방법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 기술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연기관이 석유에너지 시대의 핵심이었듯이 수소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연료전지다. 수소에너지를 연소시켜 이용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연료전지란 물 전기분해의 역반응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발전기이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수소에너지 시대 준비를 위해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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