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한나라당은 헌재 판결 전에 결단하라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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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한나라당은 헌재 판결 전에 결단하라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부쳐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7-29  | 수정 2009-07-29 오후 6:30:03  | 관련기사 건

한나라당은 방송법 등 미디어법 개정안 날치기에 `실패`했다. 재석 부족으로 부결되었고, 부정투표로 표결 자체가 무효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인과 언론학자, 야당과 시민단체 등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법이라는 점에서 천우신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5억 원 이상의 국민 혈세로 `미디어선진국` `세계적인 경쟁력` 운운하며 대대적인 미디어법 광고에 나섰고, 방송통신위원장은 통과되지도 않은 법을 기정사실로 확산하기 위해 분주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미디어법 중에서 특히 방송법이 부결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상황을 돌이켜보자. 신문법을 강행처리할 때 재석의원은 161명이었다. 현재 국회의 전자투표 방식에서 출석과 재석은 다르다. 의원들이 자리에서 재석버튼을 눌러야 `재석`이 된다.

 

신문법 표결 시 161명이던 재석의원이 방송법 표결 때는 145명으로 줄어들었다. 16명의 의원이 어떤 이유에서든 재석 확인을 `거부`한 것이다. 이들이 재석버튼을 누를 수 없도록 여·야당 의원 등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절차에 따라 표결을 시작했고, 또 절차에 따라 표결종료를 선언했다. 따라서 방송법개정안은 부결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이 대리로 `부정투표`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3일 신문사와 재벌의 `공공방송영역` 진입 및 겸영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7개 미디어법안을 확정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국회에서의 여야 극한대립,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표명,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설치 및 100일간의 논의에 이어 7월 22일 날치기 처리 `실패`까지 거의 7개월 이상을 미디어법 논란으로 소란했다.

 

한나라당은 여론수렴 기구였던 미디어위원회의 여론조사를 원천 봉쇄했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야당을 무시하고 나아가 국민을 무시하고 강행처리했다.

 

수정된 방송법안의 독소조항

 

물론 지난 7개월의 논란 속에서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되기도 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참여 상한선을 20%에서 10%로 낮추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듯이 문제의 핵심은 신문과 재벌기업의 공공방송영역 `진입 여부`다. 일단 이들이 진입하면 지상파방송 등은 파당적인 신문사와 재벌기업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령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에 독도에 대한 10%의 점유권만 인정해주고, 10%의 점유로는 독도를 `소유`할 수 없으니 문제없다고 강변할 것인가?

 

둘째, 구독률이 20%를 넘는 신문의 방송 진출을 금지하고 진입 이후 신문과 방송 등 매체합산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광고제한 등의 방식으로 사후에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언론재단 조사에 의하면 거대신문사의 구독시장 점유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조중동이 결합하여 한 `신문`이 되지 않는 한 규제대상이 되는 신문은 없다. 사후규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기준으로 볼 때 현재 KBS의 2개 채널 총 시청시간과 <조선일보>의 발행부수를 다 합해도 미디어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기는 어렵다. 물론 신문 발행부수와 시청시간을 어떻게 합산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한마디로 모기를 막는다면서 모기장 대신 `새그물`을 쳐놓은 격이다.

 

셋째,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구성하여 `칸막이`가 없어진 미디어시장을 규율한다는 것이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이 `융합`하는 상황에서 여론독과점을 규제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독일의 매체집중조사위원회(KEK)는, 신문과 방송 등이 여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오랜 논의를 거쳐 미디어별 가중치(텔레비전 100, 신문 50, 인터넷 50, 대중잡지 10)를 확정한 후 총점유율이 30%가 넘는 경우 미디어기업 겸영 등을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합산규제의 전제조건은 시장의 투명성이다. 텔레비전 시청률처럼 신문의 유가발행부수, 인터넷의 실질영향력 등을 명확하게 측정한 후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이전 신문법 제16조 `자료신고 관련조항`을 삭제했다.

 

이 조항에는 각 신문사가 신문발전위원회에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 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등을 신고하고 검증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다.

 

거대신문사 위한 방송개편, 공영방송 구조 무너뜨린다

 

그들의 주장대로 한나라당 법안이 정상통과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연내에 3개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허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종편채널 3개를 허용하는 이유는 `조중동` 때문이 아니라 전국 지상파방송이 3개이기 때문이란다.

 

웬 해괴한 논리인가? 한나라당 법안의 종편채널은 출범과 동시에 전국민에게 송출될 수 있는 `신이 내린` 미디어다. 전국방송을 위해 KBS는 18개 지역국을, MBC는 19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고, SBS는 9개 지역민방과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OBS의 경우 100% 자체제작을 하는 지상파방송임에도 서울 등에 송출이 여의치 않아 매년 수백억씩 적자를 보고 있다.

 

알려져 있듯이 종편채널은 거대신문사를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뜻대로 되어 신문사가 방송을 겸영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다 큰 문제는 공영방송 중심의 국내 방송구조가 붕괴된다는 데 있다. MBC는 물론이고 KBS조차 광고가 주요 재원인 것이 현실이다.

 

현재 2조원 내외의 지상파방송 광고시장은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이 광고시장에 대기업과 거대신문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새로운 종합편성 방송사 3개가 추가 진입할 경우 이들은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누가 제어할 것인가

 

수신료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내의 공공써비스방송사(지상파방송과 YTN 등)는 말라죽거나 아니면 대기업,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종편방송은 거대신문사 뉴스를 방송 버전으로 재생산하여 신속하게 확산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내 여론시장에서 조중동의 주장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의견 이외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이후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퇴출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그리는 미래가 국가권능은 사라지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민주주의는 역사책에나 존재하는 그런 사회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 판결 전에 스스로 미디어법이 부결되었음을 선언해야 한다.

 

미디어법 개정의 이유로 내세웠던 `경제살리기` `미디어선진국 진입` `2만개 일자리 창출` 등도 모두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디어악법은 즉각 폐기하고, 공공미디어와 지역미디어 정상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최영묵 /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저서로 『시민미디어론』 『텔레비전 화면 깨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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