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개발투자 위축, 석유 공급불안 초래하나

> 뉴스 > 칼럼&사설

유전개발투자 위축, 석유 공급불안 초래하나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8-03 오전 10:15:40  | 수정 2009-08-03 오전 10:15:40  | 관련기사 건

LG 경제연구원 이광우

 

저유가와 국제금융 경색으로 유전 개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이미 개발에 들어간 대형 유전들의 생산 개시로 석유 공급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능력의 확대가 둔화됨에 따라 석유 공급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있어보인다. 

 

세계 경제가 적어도 내년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도 개도국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유전 개발 투자 감소에 따른 원유 공급 능력의 부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이 정체될 경우 2008년 상반기와 같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2011년부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연구기관에 따라 공급 능력에 대한 전망이 상이한 상황이다. 

 

본고에서는 유전 개발 투자 위축의 정도와 영향을 살펴보고 향후 공급 불안의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저유가, 신용경색으로 부진한 유전 개발 투자 

 

지난 5년간 유전 개발 투자 규모는 세계 석유 수요 증가에 따른 국제유가의 상승세 지속,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인한 저비용 자금 조달 환경 등을 발판으로 연평균 21%씩 증가해 왔다. 

 

그러나 활기를 띠던 유전 개발 투자는 2008년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10년 만에 위축세로 전환되었다. 금융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하였고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25년 만의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2008년 연말 배럴 당 31달러(WTI 기준)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IEA, Barclays Capital 등 주요 에너지 연구기관과 구미 금융기관(IB)들은 저유가와 신용경색으로 인해 유전의 탐사·개발 등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가 2008년 대비 10~2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 1> 참조). 

 

 

유전 개발 투자의 차별적 위축  

 

저유가와 신용경색에 의해 줄어들고 있는 유전 개발 투자는 지역별, 석유 기업별로 각각 위축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원유 생산의 채산성, 자금 조달 능력 등에 따라 저유가와 신용경색의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전 개발 비용이 높고 자금 조달 능력이 낮은 중소 규모의 석유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비OPEC 지역이 OPEC 지역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심해 및 오일샌드 부문이 크게 위축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때 석유 기업들이  가장 먼저 투자를 축소하는 부문은 유전 탐사 사업이며, 다음으로는 완료 기한이 많이 남아 있는 유전 개발 사업이다. 또한 한계 생산 비용이 높은 유전 개발 사업도 우선 축소의 대상이 된다.  

 

 

CERA(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es)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나이지리아, 멕시코만 등의 신규 심해 유전 사업의 한계유가(경제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유가 수준)는 60달러 이상, 캐나다의 오일샌드 개발 사업은 90달러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한계유가는 20~50 달러로 추정된다. 2009년 상반기의 국제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51 달러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심해 유전이나 오일샌드의 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중소형 기업의 투자 위축이 가장 심해 

 

유전 개발 투자의 위축은 유전의 채산성이나 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사업 참여자인 석유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유동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이 115%(2009년 1분기 기준, ExxonMobil, BP, ConocoPhilips, Chevron 등 4개 석유 메이저 기업 유동비율의 평균값)로 높고 차입금 비중(자산 대비 차입금)이 22%로 낮아 재무 상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신용경색에 따른 투자 위축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국영 석유 기업들도 정부로부터 자금이나 채무 보증 등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본 조달 사정이 크게 나빠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전 개발 투자 자금을 주로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중소 규모의 석유 기업들은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 조달 상황 악화와 저유가로 인한 자금 조달 능력 저하로 유전 개발 사업의 추진이나 계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림 3> 참조).  

 

 

북미 등 비OPEC의 투자가 크게 위축 

 

이에 따라 유전 개발의 수익성이나 기업의 투자 능력을 고려해 볼 때 OPEC 지역 보다는 비OPEC 지역에서 유전 개발 투자가 더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PEC 지역은 원유의 한계 생산 비용이 낮고 국영 석유 기업이나 석유 메이저들이 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비해 비OPEC 지역 유전은 심해 유전, 오일샌드 등 한계 생산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을뿐 아니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석유 기업들이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일샌드가 매장돼 있는 북미 지역의 경우 중소형 석유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 개발 투자의 위축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4> 참조). 

 

 

유전 개발 투자의 회복세 전환에는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개발 비용의 조정이 필요 

 

유전 개발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원유 생산 시점에서의 국제유가와 한계 생산 비용의 차이로 결정되는 채산성을 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래의 국제유가는 미래의 석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석유 수요는 글로벌 경제와 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석유 공급은 석유 매장량과 유전 개발 투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래 석유 수요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미칠 ‘포스트-교토 협약’에 대한 협의가 올해 연말에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래 석유 수요의 불확실성은 ‘포스트-교토 체제’ 구축 협의가 완료되고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를 전후해서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로 인한 채산성 악화 속에서 장기 국제유가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석유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유전 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전 개발 사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개발 비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석유 기업들이 유전 개발 투자를 미루는 요인이 되고 있다. Global Insight와 CREA가 조사·발표하는 ‘IHS-CERA 상류부문 자본비용 지수’를 살펴보면 유전 개발에 필요한 자본 비용은 빠르게 상승해 오다 2008년 4분기부터 하락하고 있다(<그림 5> 참조).

 


이러한 유전 개발 비용의 하락은 철강, 시멘트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OPEC은 유가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유전 개발 비용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저점을 확인한 이후 상승세가 나타난 시기가 2009년 4월부터이기 때문에 유전 개발 비용의 하락은 2010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국제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과 유전 개발 비용의 하락세 지속이 예상되기 때문에 유전 개발 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유전 개발의 투자 패턴을 살펴보면, 국제유가는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유전 개발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6>, <표 1> 참조). 

 

 

당분간 석유 공급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낮아 

 

그러면 이와 같은 유전 개발 투자의 위축이 앞으로 석유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전 개발 투자 위축이 공급의 변화로 나타나기까지의 시차와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대형 유전들의 생산 개시를 고려할 때 석유 공급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당분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분석에 따르면 원유 투자의 변동이 실제로 공급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10~15분기 정도의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7> 참조).

 

 

이를 적용할 경우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전 개발 투자 위축에 따른 원유 공급 능력의 감소 효과는 2011년 1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기존 대형 유전의 개발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원유 공급 능력의 감소 효과는 2012년경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과 신용경색에 따른 유전 개발 투자의 위축이 신규 탐사나 생산 시점이 먼 사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면, 원유 생산 개시 시점이 가까운 유전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비OPEC에서는 브라질(Tupi 유전) 등 남미 지역과 아제르바이잔(ACG 유전), 카자흐스탄(Tengiz, Kashagan 유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OPEC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Khurais 유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최종 개발 단계에 이른 유전들이 잇따라 생산을 개시할 전망이다(<그림 8> 참조).

 

 

이들 효과에 힘입어서 2011년까지는 세계 원유 공급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글로벌 경제가 내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석유 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저탄소 사회를 위한 선진국 중심의 녹색 성장 정책 대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 제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EA와 Goldman Sachs는 세계 석유 수요가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될 시기를 2012년, OPEC은 2011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 수요와 원유 공급 능력의 전망치를 감안하면 석유의 공급 부족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IEA와 OPEC이 추정한 세계 원유 공급 능력과 세계 석유 수요를 바탕으로 계산한 원유의 여유 공급 능력을 살펴보면 이들 기관들은 당분간 석유의 공급 위기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 9> 참조).

 


원유의 공급 능력이 기존 예상보다는 낮아졌지만, 수요의 점진적인 회복세, 대형 유전들의 생산 개시 등으로 인해 여유 공급 능력이 2011년까지는 세계수요 대비 6%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2008년 상반기에 OPEC의 여유 생산 능력이 세계수요 대비 2%대까지 위축되었음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발생 이전의 수준으로 석유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석유의 공급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석유 공급 불안 가능성 잠재  

 

단기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최근의 유전 개발 투자 부진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비OPEC을 중심으로 생산 정점을 지난 대형 유전들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여기에 최근 유전 개발 투자 부진의 영향이 겹칠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북해와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이,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등 비OPEC은 주요 산유국 대형 유전의 노후화로 인해 공급 능력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IEA와 EIA 등 에너지 기관들은 신규 유전 발견의 부진과 대형 유전들의 생산 감소로  비OPEC에서 전통적 원유의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 10> 참조). 

 

 

고성인터넷뉴스

ⓒ 고성인터넷뉴스 www.gsi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 비밀번호 :

칼럼&사설전체목록

내란은 처벌되고 우리 민주주의는 비약적 진전을 이룰 것이다

최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