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미지 언어와 언어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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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미지 언어와 언어 왜곡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1-16  | 수정 2007-01-17 오전 8:52:27  | 관련기사 건

새해가 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은 고위 공무원들 앞에서 일부 언론을 불량상품으로 규정하는 직설법을 사용하였다. 언론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논조를 지속해 온 데 대한 대통령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대통령을 ‘씹지’ 않으면 축에 못 낀다는 듯이 신문에서부터 거리와 사무실과 계모임과 술집에서까지 대통령을 조롱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고, 이렇게 대통령을 조롱할 수 있게 된 것이 민주주의가 완성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의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대통령을 조롱했다기보다는 어쩌면 우리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직설적 비외교적인 대통령 말, 언론에 의해 이미지 악화 증폭


말로 먹고 산다고 하는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출현하자 모든 사람들은 그의 현란한 말솜씨를 듣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의 말은 언제나 직설적이고 때로는 무모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그의 막말에 언론이 들고 일어났고 국민이 이에 화답함으로써 결국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나는 언어를 이미지로 파악하는 언어적 왜곡의 역기능이 언론을 통해서 증폭되고 이를 다시 국민이 체화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언어적 왜곡이란 그 언어가 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언어의 개념과 상관없이 자기 생각이나 목적에 맞추어 언어를 사용함을 뜻한다.


‘빨갱이’를 비롯하여, ‘친북좌파’ 또는 ‘극우보수’ 같은 용어가 그 개념보다는 상대를 헐뜯고 폄하하기 위해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반면에 우리나라에 진정한 진보와 보수가 있느냐는 목소리는 거의 파묻혀 온 게 사실이다. 일본의 우익은 민족주의 세력인데 왜 우리의 우익은 사대주의자들인가 하는 물음도 별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좌파’, ‘우익’, ‘진보’, ‘보수’ 같은 용어를 그 개념보다는 그 말이 주는 막연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미지에 사로잡혀 언어를 쓰는 한 언어의 왜곡은 피할 수 없고, 언어의 왜곡이 일어나면 그 언어가 주는 정치적, 사회적, 사상적 메시지는 실종되고 오직 말꼬리를 붙잡고 벌어지는 말싸움만 횡행하게 되어 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듬어지지 않은 말솜씨를 칭찬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정치적 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진중하게 표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대통령을 칭찬하고 싶다. 그것은 그의 언어가 이미지에 사로잡힌 언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그가 쓰는 언어는 그 개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바짓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냐”라는 말이나, “일본에서 국가가 일어나서 통일되면 한국에 와서 짓밟고 중국이 통일되고 또 중국에서 새 왕조가 일어났다 하면 꼭 한국에 와서 분탕질쳤다”라는 말로 우리 언론이 심히 요동친 일이 있었는데, 우리 언론이 조금만 사려 깊게 생각했다면 이런 노 대통령의 입을 비외교적인 것으로 질책할지언정 그의 말의 본질은 안으로 새겼어야 했다.


그런데 언론은 그의 말을 조금도 새겨듣지 않고 그의 말꼬리를 붙잡고 총공격을 감행하는 데 매진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데 활용했다.


메시지는 실종되고 말꼬리 잡는 말싸움만 일으키는 언어왜곡 그쳐


만일 언론이 국가와 국민을 그렇게도 위한다면 노 대통령의 언어를 이미지로 이해하지 말고 개념에 충실하게 이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가 노무현 정권 5년의 경험을 잃어버린 5년이 아닌 생산적인 5년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적을 공격하기 위하여 온갖 가십성 기사를 동원하거나, 추잡한 성적 묘사로 발행 부수를 늘리려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거나, 언론자유를 언론사주의 자유로 악용하거나,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언론은 분명히 불량상품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런 불량상품을 추방하는 데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그렇다. 그런 언론은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새로워져야 한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매체인 동시에 우리의 생각을 왜곡할 수 있는 가장 고약한 매체이다. 언어를 이미지로 파악함으로써 언어 왜곡을 일삼는 일, 언론인이나 정치인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이제 이런 언어 습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 보면 좋겠다. 언어문화를 선진화하는 시발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큰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 노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짐을 느낀다. 

 

  글쓴이 / 남영신

  서울대 법대 졸업

  국어문화운동 회장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장

  저서: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 <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공부> <문장 비평>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등

 

 

박 청 기자(yhinews23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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