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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4-06-06 오후 12:21:02 | 수정 2024-06-06 오후 12:21:02 | 관련기사 건
고성 황포냉면.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으니 체인점은 아닌 것 같다. 체인점이든 아니든 아무튼 냉면 맛이 일품이다.
사실 냉면으로 유별나게 유명한 집이 아닌 다음에야 국물 맛이 거기서 거기더라 만 고성 황포냉면은 국물 맛만 좋은 게 아니다. 면발도 수년 동안 변함없는 식감으로 저절로 ‘그래 이 맛이야’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여태껏 냉면 하면 으레 그렇듯 국물에 식초를 치고 겨자를 넣어 먹어야 하는 줄로 알았고, 실제 그렇게 먹어 왔다. 황포냉면을 알고부터도 주욱 그래왔다. 그러던 어느 날 황포냉면 사장님은 ‘겨자 식초를 치지 않고 드셔보십시오’라고 말하는 걸 얼핏 들은 적 있어서 그렇게 아무것도 치지 않고 먹었더니 참 희한하게도 입안에서 감치는 국물 맛이 그냥 글로 나타낼 수도 말로 할 수도 없지 뭔가! ‘마약○○’ 이런 말 쓰지 말라니 안 쓰겠는데, 진짜 중독성 강하게 감치는 이 국물 맛을 뭐라고 나타낼까.
일단 앉아서 주문하고 기다리면 곧바로 찐 계란이 사람 수대로 나오는데, 이건 뭐 또 무슨 조화를 부린 맛이란 말인가. 나는 한 개 500원 하는 이 찐 계란을 한 번 더 시켜서 먹는 편이다. 계란 찐 것이 이토록 맛있을 수도 있구나 하고 먹는다.
기가 막힌다고 할까 웃긴다고 할까. 냉면 먹으면 반드시 따라 나오는 그 볼품없는 무우 김치 있지 않은가. 그게 또 그렇게나 달콤 새콤 짭쪼름 한 것이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가니 이것도 참 일품이다.
또 있다. 시원한 냉면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이 따끈따끈하면서도 입에서 뗄 수 없는 육수는 도대체 무얼 넣었기에 이토록 감칠맛이 나는가. 어쩌다 간 밤에 술이라도 잔뜩 마셨다 싶은 날이면 이 육수가 최고 해장국이 된다. 냉면이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육수가 넘어간다.
소고기 육전은 육전대로 듬뿍 들어가고, 면은 면대로 넉넉하게 들어가서 굳이 곱배기를 시키지 않아도 될 만한 냉면 한 그릇을 사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이렇게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데, 그 자리서 한 그릇 더 시켜 먹으면 정신이상자로 볼 까봐 내일 먹기로 하고 일어선다.
참고로 나는 냉면에 생오이 채가 들어가거나 참깨가 동동 떠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두 가지를 빼고 달라고 주문한다.
고성 황포냉면, 나한테는 이 세상 최고 맛이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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