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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2-08-30 오후 05:45:03 | 수정 2022-08-30 오후 05:45:03 | 관련기사 건
며칠 전 글쓴이의 SNS 친구 한 사람이 봉하마을에 갔다가 고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에 있던 노 대통령 관련 여러 자료들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선거 당선증을 촬영해 SNS에 올렸는데, 그 당선증을 보고 크게 놀랐다. 세상에 이런 엉터리로 당선증을 써서 주고받았다는 거 아닌가!
"있어서"란 낱말은 "무엇이 있어서 무얼 할 때 수월했거나, 무엇이 있어서 무얼 할 때 방해가 됐다"고 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다행히도 잘 되건 뜻 밖에 제대로 못 하거나 할 떼 ‘~있어서’를 쓴다.
예를 들면 ‘사다리가 있어서 쉽게 올라갔다’ ‘망치가 있어서 깰 수 있었다’처럼 무언가가 있어서 긍정이 된 경우이고, ‘길 가운데 꺼져 있어서 지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있어서 도로 돌아와버렸다’에서 보는 것처럼 ‘있어서’가 부정의 작용을 한 경우가 있다.
당선증 글귀를 한 번 보자. 당선증에는 마땅히 "당신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말 말고는 더 들어갈 게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귀하는 12월 19일 실시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인으로 결정됐으므로 당선증을 드립니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런 해괴망측한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란 표현은 도대체 어느 나라 말법인가. 그것도 선거관리위원장이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선의 증표로 주는 중요 서류에 이 따위로 써서 주고받고 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때 선관위원장이 누구였는지 몰라도, 알 필요도 없지만 두 눈이 있으면 미리 읽어보고, 당선자 이름은 맞는지, 당선증 글귀는 제대로 썼는지 봐야 할 것 아니던가!
초중학교생들도 이따위로 상장을 만들거나 당선증을 만들지 않을터다.
국어교육학자들이나 한글학자, 국어관련 석박사들 좀 각성해야겠다! 무엇보다 오늘도 강단에 서서 무수하게도 "~함에 있어서" "~하는데 있어서"하고 엉터리로 말하는 대학교수들! 더러는 공무원들도 이런 표현을 자주 쓰던데, 이거 모두 "~할 때"로 말해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있기는 뭐가 있단 말인가? 뭐가 있어서 좋았다. 뭐가 있어서 못했다 할 때 말고 "있어서"가 어디 그렇게 쓸 수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모르고 써왔다면 이제부터라도 고쳐서 제대로 말하고 쓰자!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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