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프랭크 지음 /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매년 즐거운 책읽기 첫 책으로 어떤 것을 읽을까를 약간은 고심한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우파는 어떻게 승리했을까, 미국 민주당은 왜 실패하는가 뭐 그런 내용의 책을 골라왔던 것 같다. 올해 역시 고르다 보니 ‘토마스 프랭크’의 책을 골랐다.
이미 작년에 소개한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Pity the Billionaire』는 2008년 금융 위기의 원흉임에도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버젓이 재기하는 보수우파의 모습, 또 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무능을 그려낸 책이었다.
올해 첫 번째 읽은 책은 토마스 프랭크를 유명하게 만들어낸 그 이전 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이다. 이 책은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됐는데, ‘당시 토마스 프랭크가 걱정스럽게 짐작했던 부시의 승리를 적중시키면서 발간된 후 장기간《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획기적으로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펴들면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보통 생각할 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대초원의 서부 고지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태껏 남들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공화당 후보를 찍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p.9)“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의 고향 캔자스의 정치성향의 변화를 통해 미국사회 보수의 전략을 이야기 한다. 이 책 원 제목이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What's the matter with KANSAS'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미국 우익들의 속내를 이렇게 표현한다. “보수 반동의 지도자들이 말로는 그리스도를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행동은 기업을 위할 뿐이다.
가치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보수파가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전통적 가치들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현상의 기본적 특징이다. … ‘레이건은 자신을 전통 가치의 수호자라고 자처했지만 … 그가 정말로 주목한 것은 20세기의 규제 받지 않는 자본주의의 부활, 뉴딜정책의 폐기였다.’”
이어 “2000년 미국에서 보수대반동을 일으켰던 공화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중도파와 달리 네오콘이라 부르는 기독교 우파였다. 이들은 중도파와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파조차 민주당의 하수인으로 매도할 정도로 극우적 성향을 띤다.
보수대반동은 이런 기독교 우파들의 문화전쟁을 바탕으로 격렬하게 진행되는데, 그들의 문화전쟁은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현상에 민중의 분노를 집중시킨다.
떠들썩한 그들의 주장 속에서 민중들의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은폐하게 만든다.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수많은 사람의 목을 조르는 규제 철폐와 노동 유연화를 비롯한 자유방임 정책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이러한 보수 우파의 집요한 노력에 비해 민주당에게도 여러 면에서 안이했고 실책을 범했다는 점을 빼먹지 않고 비판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특히 “1996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클린턴이 선택한 ‘삼각화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전략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자, 농민, 서민층을 버리고 일부 중도 성향의 보수파와 지식인들을 포섭하려고 했다. 삼각화 전략은 오히려 민주당이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은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제노선으로 돌아서고 자신들조차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오류였다. 토마스 프랭크는 민주당이 비록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으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지적한다. 토마스 프랭크의 지적대로 민주당의 오판은 2000년, 2004년 대선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 책을 통해 미국 보수우파의 전략을 한국에 활용하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노림수를 알 것도 같았다. 더구나 한국 기독교의 정치적 활용과 종북론을 필두로 하는 근거 없는 색깔론의 전파, 민주당의 주된 지지근거인 복지와 평화통일론의 베끼기 등 필사적인 정권유지를 위한 그들의 노력은 일부 미국보수우파의 전략을 차용한 측면을 여러 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양당정치가 한국의 민주세력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고 이미 그들의 경험이 한국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세심히 바라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올해 첫 번째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목차
서문: 미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1부 대초원의 수수께끼
1장 두 개의 나라, 도대체 이해 못할 그들의 선택
2장 캔자스는 어쩌다 보수의 중심이 되었나?
3장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다
4장 두 명의 버넌,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다
5장 공화당이 왜 민주당을 도왔을까?
2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
6장 박해받고, 힘없고, 눈먼
7장 망할 놈의 러시아 이란 디스코
8장 행복한(?) 공화당의 포로들
9장 캔자스가 당신의 죄를 대속하다
10장 반지성주의의 물결
11장 엉뚱한 곳에 분노하는 사람들
에필로그: 세상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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