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에는 규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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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쟁에는 규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동환 기자  | 입력 2010-05-26  | 수정 2010-06-01 오후 9:43:38  | 관련기사 건

정당간 선거공조가 있는 지역에서 다른 정당 소속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에 대해 논란이 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타 정당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에 대해 알아보자.

 

선거의 공정을 지키기 위해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제한한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와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ㆍ토론자(이하 ‘후보자등’)가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은 후보자 사이의 담합과 매수 가능성을 차단하여 유권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을 위한 것이다.

 

후보자에게는 선거사무소 설치, 유급선거사무원 선임, 선거벽보, 선거공보, 거리유세, 신문·방송광고 등 특별한 선거운동방법이 허용되고 있고, 이 선거운동방법은 횟수와 규격, 수량, 시간, 방법 등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이와 같은 선거운동의 기회를 이용해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게 된다면 지원을 받는 후보자는 그렇지 못한 후보자에 비해 선거운동의 방법과 기회를 더 갖게 되는 불균형이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3명이 출마한 어느 선거에서 후보자 A가 자신의 당선은 뒤로한 채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B후보의 낙선을 위해 C후보의 당선을 지원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면 B후보자는 A와 C후보자를 상대로 불공정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결국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자들은 다른 후보자를 매수하거나 담합·공조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다른 후보자의 지원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유권자들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과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고, 그 규정이 공직선거법 제88조이다.

 

선거구가 겹치는 경우에도 후보자간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동일한 선거인이 다른 선거의 여러 후보자에 대해 투표하는 동시선거에서 선거구역이 겹치는 경우에도 여전히 후보자간 기회 불균형의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도지사 후보자가 군수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그 군수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에 비해 도지사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되어 후보자간의 기회 불균형이 생기고, 반대의 경우에도 군수 후보자의 출마지역에서 도지사 후보자가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동시선거에서도 ‘같은 정당’ 추천 후보자간에는 정당이라는 본질적 기능과 기본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선거지원이나 선거공조를 허용하고 있다.(§88 단서)

 

따라서 현행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따르면 ‘동시선거’에서도 같은 정당추천후보자가 아니면 선거구가 겹치는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것은 명백하다.

 

후보자가 아닌 정당간 공조와 선거지원은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와 후보자 사이의 선거운동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지 정당과 정당간의 선거공조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아니한 이들의 선거공조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

 

지난 97년 이른바 DJP 연합 때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간의 선거연대가 아니라 정당과 정당간의 선거공조였다. 그리고 2004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때에도 후보자 등록 전에 후보자를 단일화해 단일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공조를 한 사례였다.

 

따라서 정당간에 선거공조를 하는 경우 ‘정당의 대표자나 간부’가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등 공직선거법 제88조에 열거된 신분을 취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다른 정당추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수 있다.

 

반면, 후보자와 후보자간의 선거운동 지원과 관련해서는 종전 자치구·시·군 의원의 정당 추천이 허용되지 않았을 당시에도 시·도지사 후보자가 같은 정당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자치구·시·군의원선거 후보자를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1995. 5. 12. 위원회의 의결 등 다수 선례)

 

또한, 선거구가 겹치는 동시선거에서는 다른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자간의 선거연대도 선거법 제88조 위반으로 해석·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당간의 선거연대나 선거공조는 허용하면서도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 지원을 금지하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후보자끼리 법정선거운동기구·방법 등을 공유하거나 선거공조를 하는 것은 금지되나,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한 지역순회나 지지호소 과정에서 일부가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르는 경우에는 가능하다.(§88 단서)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공직선거법 제88조 규정의 본문을 엄격하게 적용해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단서의 규정을 들어 선거운동의 일부 지원의 범위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범주까지가 법에서 허용된 일부에 해당되는지에 관하여는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사례와 양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해당 법률의 규정과 입법취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실제 선거운동지원 사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명백히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해 이를 하지 말도록 예방·단속하는 가운데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간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목적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후보자간의 담합·매수행위를 차단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이기도 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88조 규정을 폐지하여 후보자간의 선거공조에 대해 모든 것을 유권자와 후보자의 판단에 맡길 것인지,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계속 존치할 것인지, 또는 동시선거에 한해 정당 간 선거공조 한 경우 선거운동지원을 허용하도록 할 것인지 여부 등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개정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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