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눈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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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물의 정치학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1-08-30  | 수정 2011-08-31 오전 11:57:42  | 관련기사 건

▲ 강남대 대우교수.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시장 직을 던졌다. 무릎을 꿇고 주민투표의 참여율을 높여 보려던 그의 승부수가 먹혀들지 않았다. 마치 무슨 큰 죄를 지은 양 석고대죄 하는 모습으로 눈물까지 흘렸는데도 투표함의 뚜껑을 여는데 실패 하였다.

 

지난 수해 때에 시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아서 일까? 눈물의 진정성이 부족해서 일까? 그래서 감동이 줄어든 탓에 시민들이 외면한 것일까? 지난 일이지만 시장 직을 사퇴할 때 흘려야 할 눈물의 선후가 바뀐 느낌은 크다.

 

스페인 출신 화가인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가 그린 눈물을 머금은 베드로의 초상그림을 보면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슬피 울었다(마태 26장)는 베드로의 회한(悔恨)이 가득 찬 눈망울과 그의 눈물은 그림을 바라보는 이에게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온다.

 

반면에 영화 쿼바디스에서 네로 황제가 불타는 로마를 바라보면서 눈물단지를 대령하여 한 방울씩 눈물단지에 보관하려는 장면에서는 비록 영화지만 폭군 네로 황제의 눈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도세자의 둘째 아들인 정조는 애처롭게 돌아가신 사도세자를 사모하여 항상 눈물로 베게 머리를 적시었다고 한다. 사도세자의 묘에 송충이가 만연하자 송충이 몇 마리를 잡아오라 하여 “네가 아무리 미물인 벌레이기로서니 선친묘소의 솔잎을 먹을 수 있느냐, 차라리 내 오장을 먹어라”하고 삼켰다고 하니 그의 효심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작년 한 방송 토크쇼에 출연하여 어머니의 가르침을 회상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던 영부인과 패널, 방청객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던 일이 있다.

 

한국정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청문회장에서의 눈물이다. 우리가 유독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럴까? 그 이유는 눈물은 감정이입의 한 방안이며 지지를 얻어내는 수단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감정이입은 상대가 내 보내는 마음의 파장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을 통하여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원초적 감정이입’과 사회가 어떤가를 인지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 상대의 생각과 감정의 의도를 파악하는 ‘구체적 감정이입’으로 구분된다.

 

또한 우리는 정치인에게 아버지처럼 강한 사람이기를 바라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대중은 정치인들의 눈물에 항상 감동의 박수를 보내지는 않는다. 냉소와 혐오를 불러올 수도 있다.

 

눈물의 정치학. 그 성공의 비밀은 진정성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설득(Persuasion)이 아니라 공감(sympathy)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 감정이입을 높이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고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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