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풀꽃이야기-여덟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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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이야기-여덟번째 이야기

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2-10-28  | 수정 2012-10-29 오전 6:56:04  | 관련기사 건

 

가을걷이 끝난 들녘에 고요함이 남습니다. 여전히 단풍들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만 한해 정리되는 자연의 이치는 여지없이 또 한 계절을 넘어설 겁니다. 짙어질수록 아쉬움도 커지는 걸까요. 남아있는 晩秋, 아쉬운 듯 보내야 하는 시간, 그렇게 서로의 뒤끝을 남기나 봅니다. 비어버린 들판에서.....

 

 

산국

 

 

명실상부 `산국`의 계절입니다. 만발한 국화의 야생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저기 동산이든 논둑밭둑가든 노란색 가득 피어있으면 `산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동네 구룡산 절개지 산책로 가득 찬 향기까지 포함해서 지금은 산국이 대세입니다. 아, 물론 감국도 있습니다만 감국은 꽃 크기가 산국보다는 많이 큽니다. 그냥 알아만 보시면 됩니다.

 

아름답고 향기 좋은 산국은 앞 마당가 심어두기 좋습니다. 차로도 만들고 술을 담아도 좋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두통, 현기증, 머리 맑게 하는데 산국차가 좋더군요. 일단 향기가 죽이잖아요. 가을 속 깊은 속살을 보고 싶으시면 산국의 향기를 맡아보세요.

 

 

며느리밥풀

 

 

올해는 며느리밥풀꽃을 못 볼 줄 알았습니다. 꽃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등 몇 종류가 있지만 통칭 며느리밥풀꽃이라고 할게요. 여름에 피는 풀꽃인데 가을에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지난주 미동산에서 본 녀석이에요. 한해라도 이 녀석을 못보고 지나가면 뭔가 허전해 진답니다.

 

가난한집 남편이 돈 벌러 나가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잘못 들어와 그런 거라고 원망하던 시절, 밥이 설익었는지 보려 밥알을 물고 있던 며느리를 밥 훔쳐 먹는 못된 년이라고 하셨지요. 그길로 목을 맨 자리에 피어난 풀꽃이 `며느리밥풀`이랍니다. 밥알 두개를 물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 아주 오래전 만화가 이현새의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라는 만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꽃 이었습니다

 

 

용담

 

 

시월에 피는 꽃 `용담`입니다. 가을하늘 닮은 청아한 꽃 색이 아름답습니다. 관상용으로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름이 딱 한약재 같지요? 간과 위, 혈압 등에 좋다고 합니다. 곰의 쓸개처럼 쓰지만 몸에 좋다고 용담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풀꽃이름으로는 저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에는 12종 가량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을산행 시 꼭 찾아보세요. 혼자서 피어있어 알아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만 꽃빛깔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쥐꼬리망초

 

 

`쥐꼬리망초`라 불리는 녀석입니다. 꽃이 아주 작아요. 망초도 닮지 않았고, 쥐꼬리를 닮았다고 이름은 붙었지만 별로 닮아 보이지 않고, 아주 작은 꽃으로 피어오릅니다. 충북대 농과대학 뒤쪽 작물실험실 쪽으로 난 작은 길에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도대체 웬 놈인가 했었어요.

 

오늘은 우리 동네 뒷산 양지바른 무덤가에 피어있더군요. 앙증맞게, 그러나 생명력은 아주 강해서 그 작은 꽃으로 벌을 불러들이고 기어이 씨앗을 만들어 냅니다. 수천 개의 씨앗 중 피어나는 놈은 또 몇 놈 안되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번성해 나갑니다. 이런 거 보면 모든 생명체가 다 자기 역할이 있고 쓰임새가 있는 거지요.

 

주목열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주목나무` 열매입니다. 붉을 ‘주’자를 쓴 이유는 나무줄기가 붉어서입니다. 좀 자라야 붉은색이 되더군요. 최근에는 정원수로 많이 보급되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겉씨식물 열매라서 그런 걸까요. 붉은 열매의 과육은 미끈거립니다만 속에 있는 딱딱한 씨앗을 아주조금만 보이게 하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입니다.

 

주목나무에서 택솔이 생산된다는군요. 택솔은 말기 유방암의 경우 50%, 난소암 30%, 폐암 25% 등의 치료효과가 있는 강력한 항암물질입니다. 미국에서 개발됐다고 합니다. 우리주변의 흔한 나무와 풀꽃 중에 또 다른 신약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나무 ‘주목’입니다.

 

가막살이

 

 

도깨비바늘이라고 면바지 등에 달라붙는 녀석이 바로 가막살이 입니다. 이거 떼어내려고 참 고생하게 되죠? 벼 베고 나서 논가 서리내리기전에 꽃피우고 사람과 짐승 등에 붙어 멀리 퍼뜨립니다. 생명력이 강해 물가에서도 뭍에서도 피어납니다. 최근에는 미국가막살이, 나래가막살이 등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어요. 그래도 국화과의 풀꽃이구요, 한방에서 약으로도 쓴답니다. 물론 새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는데요, 우리민족은 못 먹는 풀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니 먹지 못하는 풀이 별로 없는 건지..

 

 

화살나무와 복자기 단풍

 

 

산속에 봄이 오면 회잎나물을 가장 먼저 뜯는다고 합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녀석들은 대체로 화살대의 날개 같은 모양을 보기 힘들지요. 그러나 최근에 각광받는 공원수로 어디가나 흔한 ‘화살나무’가 바로 그 회잎나물의 주인공이랍니다. 누구는 서로 다른 종이라고도 하는데 전 구별을 못하겠더군요. 이 녀석이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가을 단풍이 끝내준다는 겁니다. 붉은색으로 가을을 물들입니다.

 

가을단풍으로 각광받는 복자기는 단풍나무과 입니다. 단양에서는 아예 가로수로도 활용 되구요. 단풍 아름답다는 유명산 입구 쪽에는 모두 복자기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꽃보다 더 붉은 잎 단풍으로 아름다운 가을을 채색하는 나무들을 소개합니다. 어디 풀꽃만 우리 곁에 있나요 꽃보다 아름다운 나무들의 향연도 즐겨보세요.

 

 

이광희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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