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봐야 뭐해 지키는 놈만 손핸데. 참 요령도 없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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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봐야 뭐해 지키는 놈만 손핸데. 참 요령도 없어 정말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3-07-12 오전 10:37:47  | 수정 2013-07-12 오전 10:37:47  | 관련기사 0건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에게 죄 짖지 않으려면 옳은 것이 옳게 진행하도록 말해주고, 잘 못 된 것은 지적하고 고쳐줘야 한다. 바른 생각을 나누어 주신 네티즌 김형민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응원한다.

 

아래는 네티즌 김형민님의 글 全文이다.

 

지켜봐야 뭐해 지키는 놈만 손핸데. 참 요령도 없어 정말.”

 

달포 전 동네 통닭집에 외식가던 중 신호를 기다리던 내게, 신호를 무시하고 어슬렁어슬렁 건너면서 아들이 툭 내던진 말이다. 평소 차가 없으면 신호등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처지이나 아들의 이 같은 태도 앞에서 잠잠할 수는 없어서 지킬 건 지켜야 되는 거야.”라고 박카스 중년 행세를 하긴 했지만 이미 아들은 동풍 앞의 말이요 경 앞의 소다. 혀를 차며 개탄을 하는데 문득 저 녀석이 벌써 저렇게 사회를 알았나 싶어서 픽 웃음이 나왔다.

 

지킬 건 지키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되려면, 그 규율이 상하귀천을 망라하여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전제와 위반한 이들은 반드시 응분의 처벌을 받는다는 교훈이 필요하다. 이건 법치의 원리이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권리 없는 의무는 있을 수 없으며 그 의무를 위반한 이에 대한 처벌은 공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게 무너지는 사회는 법치국가가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지키는 놈만 손해이고 이긴 놈이 장땡인 사회라면 그건 사회라는 이름이 붙은 정글이며 야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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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력을 기울인 정보기관, 감사도 받지 않는 조 단위의 예산을 펑펑 쓰는 국가 기관이 건곤일척의 선거판에서 자신들의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사이버 여론을 조성하고, 한 지역에 대한 폄하와 경멸을 퍼붓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길게 고민할 것이 없다. 만약 지난 정권이 노무현 정권이었다고 치고, 노무현 정권 치하의 국정원 직원들이 친일파 다까끼 마사오 딸년운운 또는 박정희의 변태 행각운운하는 댓글을 마구 마구 수만 개씩 달다가 걸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역지사지면 족하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고춧가루 냄새와 살타는 내음이 겹쳐져 있는 역사로부터 자유롭고자 노력해 왔던 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고, 4.19부터 6.10까지 국민이 그 지도자를 정당하게 뽑을 권리를 사수하기 위해 일어섰던 한국인들의 명예를 흙탕물에 굴리는 일이다. 그 참람한 국정원의 행각이 선거를 좌우했건 그렇지 못하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등수에 관계없는 컨닝은 허용되는가. 승패를 좌우하지 못한 승부조작은 용서되는가. 그 결과를 뒤집자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태의 책임자들을 민주주의에 대한 역적으로 단죄돼야 하고 대통령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북악산 바라볼 일이 아니라 그 역모로부터 자유로움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이 왜 민주주의의 역적인가. 간단하다. 그들은 공화국의 근간을 구성하는 선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다. 국가기관이 언제든 선거에 개입할 수 있으며 또 그리 하고 있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역적들에게 자발적 개혁을 요구하는 뚱딴지 앞에서 과연 우리는 공명선거를 부르짖을 수 있겠는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이 추악한 정보원들이 요령껏단죄를 피해 간다면, 그래서 지키는 놈만 손해인 선거를 조장하고 조작하고 조직한다면 우리는 그 선거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선거는 일종의 최후의 보루다. 과거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영역에 비리가 만연했을 때에도 국가고시만큼은 그 공정성을 인정받았던 것처럼, 선거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망상일지언정 희망이었다. 이건희 회장도 1, 노숙자도 1표라는 평등한 권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게 망가지고 있다. 아니 망가졌다. 그리고 망가져 갈 것이다. 우리가 이 사태를 그렇고 그런 것이지 하고 넘어간다면. (이미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열심히 게임하고 있는 아들 녀석의 뒤통수를 보면서 나는 우리 세대가 우리 후대에게 지키는 놈만 손해인 나라를 물려주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라는 원칙과 상식과 법률이 아닌 사실상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보다 더 정의 앞에 추악해지고 불의 앞에 무덤덤한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으로 나는 아무리 해 봐야 이 사회에서 방귀깨나 뀔 을 녀석에게 물려줄 자신이 없고 녀석도 그럴 능력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상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는 순간 퇴보는 빠르다.

 

네티즌 김형민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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