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십자가와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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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십자가와 초승달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8-30  | 수정 2007-08-30 오후 4:22:16  | 관련기사 건

아프가니스탄에 잡혀 있던 한국인 인질 19명이 곧 석방된다는 소식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물론 2명의 소중한 인명과 엄청난 국력의 소모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세계를 보는 우리의 시야가 좀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소득이다.


값비싼 대가 치렀지만 반성의 계기로


우선 다행인 것은 연말까지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로 불리는 한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많은 국민들이 명분 없는 분쟁에 휘말린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막연한 국익이나 한미관계를 내세워 강행되었던 파병이 이번 기회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엇이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가며 해외 파병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이달 말까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선교활동을 중단하고 민간요원들이 모두 철수하기로 한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봉사나 선교도 안전이 보장된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여행위험지역이나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는 것은 경솔한 것인가 오만한 것인가. 선교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생명의 안전을 무시한 무책임한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 교회도 이번 기회에 공격적인 해외선교가 과연 합당한 일인지 차분하게 되돌아보기를 기대한다. 상대방의 문화와 전통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선교는 자칫 엄청난 반발과 적개심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었다. 탈레반이라는 극단적인 회교원리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의 해외선교에 적대적인 반감을 드러낸 것을 기독교도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외선교에 들이는 비용과 노력을 북한의 수재민이나 국내의 빈곤층, 농민, 비정규직을 돕는 데 쓴다면 선교 효과는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남을 도울 때도 티내지 않고 조용히, 은밀하게 돕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할 것이다. 선교 봉사활동을 가면서 배낭여행 떠나는 학생들처럼 V자를 그리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아무래도 종교적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른 가치, 다른 종교, 다른 문화도 존중해야



종교나 신앙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다른 모든 가치보다 우월한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종교단체도 결국 신도들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검증을 받아야 한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의 선례에 따라 모든 종교단체들이 재정을 공개하고, 소득이 있는 목사나 신부,스님들도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럴 경우에 그들은 성직자로서 더욱 존경을 받고 저절로 권위가 부여될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중동 회교국에서는 적십자 대신 적신월사(赤新月社)라는 단체가 인도주의적인 구호활동을 벌이며 인질 석방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십자가가 아닌 초승달이 중동에서는 인도주의의 상징으로 통용된다는 초보적인 상식을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야 가까스로 배운 것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서야 우리는 다른 인종, 다른 종교, 다른 문화도 존중받아 마땅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진리를 조금씩 깨닫게 될 것인가.

 

  글쓴이 / 정지창
· 영남대학교 독문과 교수
· 전 민예총대구지회장
· 저서: <서사극 마당극 민족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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