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2-23(월요일)
-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 입력 2017-03-29 오후 06:22:29 | 수정 2017-03-29 오후 06:22:29 | 관련기사 건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한미 당국은 작년 7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기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배치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신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최근 중국의 반발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한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 또한 악화되고 있다.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중 당국자들이 한중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던 상황과는 천양지차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이명박정부 때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던 것은 사실이다. 2015년 9월 중국 건승절 기념 열병식 행사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가하고 중국은 최고의 의전으로 맞이했던 것이 그 절정이었다. 그러나 의전, 레토릭으로 치장된 한중관계 진전의 이면에는 이미 심각한 불안요인이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중 모두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 혹은 희망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드, 상대를 오해한 한·중의 갈등상황
박근혜정부는 중국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로 중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은 한중관계의 종속변수가 될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자신의 안전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핵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북한의 생존에 위협을 줄 정도의 제재에 동의하거나 나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북중관계의 단절을 넘어서 한반도 긴장을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미관계에 대해 나이브하게 인식했다. 경제적으로(주로 무역규모에서) 한중관계가 한미관계를 압도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박근혜정부도 중국의 안전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중국이 분단체제하에서 작동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셈이다.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오해에 기초한 것이었고 곧 상대에 대한 환멸로 전환되었다. 박근혜정부는 자신의 ‘기대’처럼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중국이 한국정부와의 협력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하자 박근혜정부는 바로 미국과 사드 도입을 위한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그런데 검토부터 배치결정까지 그 속도는 중국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일방적 진전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7월 말과 8월 초 약 1주일 사이에 중국의 인민일보와 신화사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논평을 각각 5편과 7편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사드 배치가 본격화된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한중관계는 심각한 후퇴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후퇴인가에 있다.
국가 간에는 군사적 대립과 충돌, 비군사적 제재, 대사 소환 등의 관계 격하, 정치교류의 중단, 정치적 항의 등 여러 수준의 갈등상황이 출현할 수 있다. 한중관계에서는 현재 군사적 대립과 충돌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상황이 출현했거나 언제 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있어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게 만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한국에 사드, 특히 탐지범위가 약 2000km에 달한다고 하는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되는 것이 자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위협한다고 비판하지만 아직 중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켜야 하는 핵심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 군사적 충돌에 이르지 않는 한 다른 갈등상황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중관계가 이전 상황으로 복원되기도 힘들 것이다. 그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당장의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시장으로의 진출기회를 차단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부상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국에 한국과의 갈등에 따른 이미지 손실은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사드로 한중관계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필연적이었는가이다. 현재 상황은 한중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각자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양국관계의 허상에 자족하며 지내온 결과이기도 하다. 양자가 직접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북한이나 미국 등 제3자 문제로 인해 이처럼 심각한 갈등국면에 진입한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양측은 지금도 허구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한국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은 사드가 한국방어의 필요를 넘어선다고 주장하며 그 뒤에 작동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만을 겨냥하고 있으며 여기서 미국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대응으로는 사드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고, 한중관계의 복원도 요원하다.
사드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과 관련된 문제로, 남북관계의 악화와 북한 핵능력의 강화가 동북아로 사드를 끌어들인 셈이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으면 사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갈등요인이 반복해서 출현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중 양국 모두에 매우 해가 되는 사태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한국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중관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지난 시기처럼 문제의 해결보다는 상황관리에 치중했던 전략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중국이 남북 모두와 불편한 관계에 직면한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 다행히 중국도 과거보다는 실질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대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왕 이(王毅) 외교부장은 작년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병행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의 대규모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통해,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 상황에 제동을 걸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추진을 위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5월 9일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에도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정세가 조성될 때 한중이 사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계속 악화되면 사드 문제의 해결이 요원해질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개혁도 순조롭게 추진되기 어렵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gsinews@empas.com
ⓒ 고성인터넷뉴스 www.gsi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 뉴스전체목록
최근뉴스
명칭 : 인터넷신문 | 제호 : 고성인터넷뉴스 | 등록번호 : 경남 아 00033 | 등록연월일 : 2006년 9월 14일 | 발행연월일 : 2006년 9월 14일 | 발행인 : 한창식 | 편집인 : 한창식
발행소 : 경남 고성군 고성읍 중앙로 48 동외빌딩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창식 | 사업자 번호 : 612-03-63094
Tel : 070-7092-0174 | Phone : 010-6686-7693 | E-mail : gsinews@empas.com
| 통신판매신고 : 제2008 경남고성 0001호
Copyright © by gsinews.co.kr All rights reserved. contact mail to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