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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7-04-15 오후 05:36:37 | 수정 2017-04-15 오후 05:36:37 | 관련기사 건
부활절을 앞두고 한국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의 부활절 사목서한을 싣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우리사회 아픈 구석구석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마침 세월호 3주기와 부활절이 겹쳐 심연에서 건져낸 세월호를 따라 꽃 같은 우리 아이들도 같이 부활 할 것만 같습니다.
강우일 주교님 부활절 사목서한 전문
‘이리 나와라!’
금년의 봄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죽음이 생명을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해주는 희망찬 봄입니다. 3년 동안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 파묻혀 있던 세월호가 떠올랐고, 304명의 귀중한 생명을 수장해버린 우리 사회의 그릇된 구조와 관행과 악을 옹호하고 지키던 제왕적 권력이 허물어진 봄입니다. 생명의 봄 4월에 우리 모두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르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며, 또한 피로 멍든 많은 가슴들은 차갑게 얼어붙어 땅 속에 갇혀있던 쌓이고 쌓인 한들이 따뜻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하늘 높이 승천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봄에 세월호 희생자들만이 아니라 죽음의 세력으로 갑자기 비통하게 사로잡혀간 많은 사람들이 기억납니다. 무더기로 해고된 KTX 계약직 여승무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소송에 승소를 해서 보상금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이 계약직 해고는 위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하였고, 이 판결로 인해 받았던 보상금도 도로 반환해야 했던 한 여승무원은 결국 자기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전철역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해마다 열차에 치이는 사고로 네 명이나 죽어갔습니다. 철도에서, 제철소에서, 우리 산업 모든 분야에서 위험한 노동환경과 과도한 업무로 수많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때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최경락 경위가 엄청난 외부의 압박을 받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그 시절 민정비서실의 책임자였던 김영한 민정수석이 청와대 내부 압박을 견디지 못하여 사직하였고, 반년 동안 술로 고통을 달래다가 급성 간암으로 갑자기 죽었습니다.
2015년 4월 경제사범으로 조사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이 돈을 건넨 지난 정권의 유력 인사들의 리스트를 호주머니에 넣고 북한산에 올라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그 리스트의 진실은 결국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때 전남 보성에서 상경하여 시위를 하다가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칠순 노인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가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10개월이 지난 2016년 9월25일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렇듯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죄도 없고 보상도 없는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들이 줄지어 이어졌습니다. 이런 죽음의 주인공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까요? 누가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잊혀져버리고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일까요? 세상의 부조리가 그렇게 끝나도 되는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골짜기에 쌓여있는 바싹 마른 뼈 조각들에게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너희에게 힘줄을 놓고 살이 오르게 하며 너희를 살갗으로 씌운 다음,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에제 37, 5-6)
이제 비로소 봄다운 봄이 왔습니다. 우리 중에 누구도 이렇게 따뜻한 봄이 오리라고 예상도 못 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손수 봄을 불러들이셨습니다. 세상의 누구보다도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을 당하신 우리 주 예수님께서 악의 권세를 물리치시며 무덤에 묻힌 모든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과 비분에 위로와 환희의 목소리를 들려주실 것입니다. 마음이 북받치신 예수님이 라자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셨듯이 이들에게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리 나와라!’
부활하신 주 예수님의 축복이 모든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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