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기후변화의 위협과 발리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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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기후변화의 위협과 발리로드맵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1-20  | 수정 2008-01-20 오전 8:13:52  | 관련기사 건

2007년 한해는 기후변화(또는 지구온난화)가 화두였다.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를 접했을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에서 과학, 환경, 사회경제적 측면의 최신 정보가 발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싸이언스》 《네이처》를 비롯한 관련 분야의 전문학술지에서도 추가 정보가 발표되었다. 이것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바는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그 원인은 인류활동으로 인한 공기중의 온실가스 농도 증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포스트-쿄오또 협상대책으로 발리로드맵을 힘겹게 통과시켰다. 발리로드맵에서는 우선 온난화의 증거가 명백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더이상 지연한다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심각한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 삼림 보존, 기후변화 적응, 기술 이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발리로드맵은 2009년 덴마크 유엔정상회의 이전 협상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쿄오토의정서에서 발리로드맵으로


세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1970년보다 70% 이상 증가했으며, 그 증가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0억톤 규모였으나 2000년대에는 70억톤 이상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의 배출량 증가는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1990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2배 증가했으며,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늦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의 50%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발리로드맵에서도 선언되었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은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낳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적응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문제의 핵심은 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있다. IPCC는 1988년 설립된 이후 네번의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특히 2007년 발표된 4차 보고서에서는 과거 보고서에 비해 기후변화에 관한 메씨지가 명확해졌다. 보고된 대로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과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지만, 21세기에는 그보다는 2~5배 이상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불행하게도 아프리카, 아시아의 저개발국가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네팔의 경우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서 생긴 빙하호는 파괴적인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네팔 국민들의 책임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그 영향은 심각하다. 그러므로 발리로드맵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저개발국가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선진국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결과 : 생물종 멸종과 이상기후


지구의 긴 역사에서 기후는 항상 변화해왔다. 그러나 지구의 평균기온이 2~3도 변한 경우에는 생물종이 20~30% 멸종했고, 5도 이상 변한 경우에는 생물종이 많게는 80% 이상 멸종하여 점진적으로 새로운 생물종으로 바뀌어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인 목적은 ‘위험한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온실가스의 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기온이 2도 이상 변한다면 위험한 기후변화의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생물종의 멸종뿐만 아니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류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인류사회와 자연생태계는 각 지역의 기후에 어느정도 적응되어 있다. 만약 기후가 천천히 변화한다면 그것에 적응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100년 만의 홍수, 50년 만의 가뭄 등의 피해는 여전하겠지만, 나름대로 적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가 빠르게 변화한다면, 즉 1000년 만의 홍수, 300년 만의 가뭄 등이 발생하다면, 사회경제 및 자연생태계는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서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북극 해빙의 감소로 인한 북극곰의 생존 위협, 산호초의 백화현상, 호주의 기록적인 가뭄, 유럽의 폭염, 이딸리아에서의 치쿤구니아(모기가 옮기는 열대 바이러스성 질환) 발병 등이 작년에도 계속 매스컴을 통해 전해졌다. 2003년 프랑스에서 연일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지속되어 1만 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진국이라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호우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해수면 상승은 태풍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다. 2002년에 태풍 루사로 GDP 대비 약 0.9%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2003년 태풍 매미 때 기록적인 강풍이 내습했던 것이 그 예다. 또한 육지 및 해양 생태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과의 주산지가 대구에서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던 한라봉을 이제는 남해안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남해에서 참치가 잡힌다는 뉴스도 있다. 소나무나 참나무에 발생하는 병해충도 겨울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자연생태계를 위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는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온난화의 정도뿐만 아니라, 특히 강수량의 변화가 지역에 따라서 판이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어떤 방향성을 지닐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위험한 수준에 이른 기후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응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50년을 미리 내다보고 범부처적인 기후변화대응기구 신설 등 제도적인 장치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감시, 예측, 부문별 영향과 취약성 평가, 적응대책의 수립은 어느 한 부문에서만 추진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지구씨스템 모델은 대기, 해양, 생태계, 태양, 화산, 온실가스, 빙하, 에어로졸 등 지구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각 요소들은 매우 복잡한 형태로 상호 작용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기후에 반응하는 시간도 다르다. 이러한 모델은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관련 학문간 연구와 함께, 국가 및 지자체의 참여만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산업체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문화적인 수요의 변화를 반영한다면,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노벨상위원회가 IPCC와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을까? 평화는 안보 또는 전쟁에 대응되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지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발리로드맵이 지향하는 대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삼림 파괴를 중단하고, 기후변화로 야기된 피해에 대한 적응조치를 강구하고, 지구촌의 일원으로 저개발국가를 지원하는 모든 것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고 결국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오늘 태어나는 아기는 이러한 모든 기후변화의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책임은 앞으로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사회와 자연생태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權琬台.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팀장. 저서로 《날씨와 기상예보》, 역서로 《엘니뇨와 라니냐》(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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