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행 장터 - 함안 '가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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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행 장터 - 함안 '가야장'

객원기자 안양수  | 입력 2009-12-17  | 수정 2009-12-17 오후 7:26:34  | 관련기사 건

사진기행 장터  함안가야장 1부』

 

 

회상

 

동서로 길게 이어진 철길 좌우에는 일 미터 남짓한 전나무 방책이 늘어서 있다. 그 기우뚱한 전나무 방책에 얼기설기 얽은 철조망 사이를 열 살 남짓한 악동들이 마치 방책을 비웃기나 하듯이 비집고 들어가 철길 위에 걸터앉아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어떤 녀석은 제 손가락 굵기 만한 작은 돌멩이를, 또 다른 녀석은 일 원짜리 백동전을 선로 면에 올려놓고는 꺄르르르 웃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길 건널목에서는 딸랑딸랑 경보음이 울리자 아이들은 황급히 선로를 벗어나 줄행랑을 친다.

 

이윽고 열차가 그 육중한 몸뚱이에 어울릴만한 굉음을 내며 침목들을 차례로 내리누르며 동쪽으로 향한다.

 

함안 가야장은 동서로 뻗은 철길에 기대어 좌우로 펼쳐져 있다.

 

 

 

귀향


운전하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30년도 더 지난 아지랑이 저편의 기억. 열차가 지나간 뒤 손바닥 위에 올려 놓으면 묘한 온기를 전하던 백동전. 그 온기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승용차 바퀴가 덜컹거리며 철길 건널목을 천천히 타고 넘는다. 장터의 서편 언덕길에 차를 대고 촬영 장비를 챙겨서 터벅터벅 길을 걸어서 내려간다. 길게 뻗은 선로 면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시야를 찢는다. 동산으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묵을 쪄낸 찜틀에서는 마법같은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


철길을 왼편에 끼고 시장으로 접어든다. 이제 막 쪄낸 메밀묵의 찜틀에서부터 뽀얀 증기가 기묘한 마법 속으로 나를 인도하듯이 하늘을 휘돌아 오른다. 그 마법의 주인공은 아주머니 한 분이다.

 

“오늘도 일찍 왔네? 이리 와라 춥다. 불 좀 쬐라. 참, 묵 한 덩어리 먹어봐라.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다. 여기 막걸리 하고….” “돈 안 받으면 안 먹습니다.” “지랄한다. 맨날 그 소리. 그냥 먹어라. 좀” “하하, 내 참….” “어때, 맛있제?” “예, 시원한 것이 맛이 끝내줍니다.”

 

아주머니와 알고 지낸 지가 벌써 이년이 되었다. 시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먼저 말을 걸어온 것도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의 말씀은 묘약과도 같은 힘이 숨어있어서 도시생활에 지친 내 심신을 위로하고도 남는다.

 

아주머니는 어쩌면 마법의 힘을 지니신 것인지도 모른다.

 

두부가게 옆의 노랑색 천막 아래에는 생선장수 내외가 손님들의 주문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꽁꽁 언 명태를 단칼에 보기 좋게 잘라내는 아저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검붉게 그을린 팔뚝에는 생선 비늘들이 듬성듬성 붙어있다. 아주머니는 예의 그 수줍은 듯한 미소로 눈인사를 건넨다. “추운 날씨에 고생 많으시네요.” “뭘요. 오늘은 손님이 많아 추운 것도 잊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커피나 한 잔 하세요. 아주머니, 여기 커피 넉 잔요.”

 

곡물가게에서 주인과 행인들이 정겹게 난로를 쬐고 있다.

 

주황색의 무궁화호 열차가 덜컹덜컹 리드미컬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철길 굴다리는 철길과 나란히 동서로 곧게 뻗은 길과 남북으로 완만하게 굽은 길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언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철길 굴다리 아래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필자는 굴다리에서 남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길 양 옆에는 곡물전이 펼쳐져 있다. 곡물전이 끝나는 곳에는 60여 년 동안 이 장터를 지켜 오신 명실상부한 터줏대감이신 왕초할매가 계신다.

 

곡물전 주인들의 겨울나기 모습

 


 『가야장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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