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通하다 5억년간 곰실곰실 자라난 '대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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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通하다 5억년간 곰실곰실 자라난 '대금굴'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6-18  | 수정 2007-06-18 오전 7:46:40  | 관련기사 건

▲ 모노레일을 타고 굴입구까지 진입하는 대금굴이 6월 5일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보통사람들의 숫자 단위는 대게 여기서 끝이 난다. 대단위의 수학적 계산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그렇다. 그만큼 사람들에게‘억’단위는 크고 먼 단위인 것.


여기, "억"년을 다섯번 지나온 지난 굴이 있다.  2007년 6월 5일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대금굴이다.


대금굴의 나이는 삼척의 유명한 환선굴과 함께 5억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금굴’이라 이름 붙여진 것은 정작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금굴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을까.


삼척시청 관광개발과 김후기씨는 "여기를 물골이라 불렀다"는 말로 운을 뗐다. 김후기씨의 말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물골을 따라 파들어가면 동굴이 나올꺼라는 겁니다. 이렇게 많은 물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동굴이 있다는 거예요."


그 어떤 과학적 탐사보다 정확한 "어르신들"의 말씀이 발단이 되고, 계획이 되고 결국 실천이 돼 동굴도시 삼척은 또 하나의 거대한 동굴 하나를 개발했다.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동굴이다.


"은하철도 대금호"가 도착한 곳은 5억년 신비를 간직한 대금굴

 

▲ 전나무길 사이 조성된 데크, 트레킹하는 기분을 준다

 

삼척시 신시면 대이리 동굴지대에서 굴입구를 향해 오르는 길은 대금굴 개발이 되지 않았더라면 ‘혼자만 알았으면 좋겠다’하는 욕심이 들만큼 청정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오르는 길, 잘 가꿔진 데크계단과 생태공원이 아무리 빼어나도 본디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은 따라가지 못하는 법. 쭈뼛쭈뼛 수직으로 자란 전나무둥치,수평으로 뻗은 가지는 산을 더욱 깊고 푸르게 만드는 진짜 주인들이다. 

 

▲ 은하철도 대금호는 국내 최초 모노레일로 하루 720명만 이용할 수 있다.

은하철도 대금호는 총 세량(42인승)의 국내 최초 모노레일로 하루 720명 만이 이용할 수 있다. 하루 18회 운행하는 셈. 풀 한 포기, 흙 한 톨 다칠세라 은하철도가 공중부양(?)을 시작한다.


통유리로 사방이 뚫린 덕에 실감나게 깊은 숲속을 눈요기 할 수 있다. 게다가 동굴에 들어서기 위해 땀흘려 산행하지 않아도 되니‘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은하철도 대금호가 멈춰 선 곳은 내부 140m 지점까지 들어와서다. 모노레일에 올라타 앉은 시간은 7분여. 하지만 모노레인 안의 7분, 동굴 안 140m는 평지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긴 시간, 깊은 길이를 의미한다.

높이 8m의 거대한 폭포. 물의 근원지는 알 수 없지만 환선굴과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금씩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대금굴 속 대금역에 도착한다.


내려서자마자 맞은편 습도계가 눈에 들어온다. 99%를 알린다. 물방울이 맺혀 잡힐듯 한 습기다. 수천수만년간 맴돌았을 공기와 습도가 빚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동굴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떠올려지는 순간이다.


중력을 거슬러 퉁겨 올라올 듯 힘 좋은 폭포수

 

▲ 높이 8m의 거대한 폭포

“통~통~통~”

한발 한발 계단으로 발을 옮길 때마다 동굴 특유의 메아리가 퍼져 나간다. 기대감을 오래 간직할 필요도 없이 동굴은 폭포부터 "떡하니" 보여준다. 


관람길을 따라 가다보면 왼쪽에 8m의 거대한 폭포를 발견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턴 발걸음의 울림도 폭포소리에 묻혀 버리고 만다. 길동무와의 얘깃소리도 들리지 않기는 매한가지. 그만큼 폭포 물줄기가 거세고 수량이 많다.

훤히 제 속을 드러내 놓고 있는 대금굴 속을 휘휘 들여다보면 종유석 지역을 만나게 된다. 기기묘묘한 동굴생성물들이 감탄할 틈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쉼 없이 늘어서 있다.


몇천몇억년을 거쳐 균일한 힘을 받아 흐르고 또 흘러 층층이 계단식 논이 형성된 휴석소, 쭉쭉 뻗은 막대형 종유석, 베이컨 시트, 동굴방패, 동글동글한 진주모양의 생성물, 기형종유석 등 인간 세상의 단어로는 이름짓기 어려운 형태의 모양을 이뤘다. 경이롭다.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쉼없이 이어진다.



동굴 생성물들은 99% 습도 속에서‘반지르르한 속살’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동선을 신경 쓸 이유도 겨를도 없었던 대금굴 아니었던가. 아직 제 속을 구경하러 사람이 들어선 것조차 모르는 눈치다. 동시에 저 스스로가 얼마나 큰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는지 역시도 모르는 눈치다.


1년에 0.1mm씩 “영차 영차, 지금 다가가고 있습니다”

 

▲ 대금굴의 하이라이트 종유석 지역

▲ 쭉쭉 내리뻗은 종유석들

 

“지금 다가가고 있습니다. 천년 후엔 우리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마주본 석순과 종유석은 그리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을까. 천년이 지난 후엔 석순과 종유석이 만나 사랑을 이뤄 석주가 될 수 있을까.


석순은 1년에 기껏 1년에 기껏 0.1mm밖에 자라지 않는다. 종유석이 자란다고해서 반드시 석순이 쌍으로 석주로 자라는 것 역시 아니다.  러니 석주 하나가 탄생한 데는 숱한 우연과 필연, 시간과 사연이 담겨져 있음에 틀림없다.

 

종유석과 종유관커튼 등의 2차 생성물들이 한데 모여 이룬 벽에서는 자연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올려다 볼 수 있는 최대한 고개를 뒤로 젖혀 쳐다 본 천정에는 종유석이 레이스처럼 늘어져 있다.

 

 

커튼콜을 외치면 열릴 듯 웅장하고 거대하다. 아이스크림처럼 봉긋봉긋하게 탑을 쌓아 가고 있는 생성물도 있다. 이처럼 굴의 규모에 비해 여러종류의 동굴생성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대금굴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대금굴은 또 여느 동굴과 달리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 천정이 낮아 자세를 낮추거나 오리걸음으로 지나는 구간이 없어서다. 때문에 관람이 편하다.


반면 훼손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게 사실. ‘손 내밀면 닿을 듯’ 정도가 아니라 손을 내밀기만 하면 닿는 거리에 동굴생성물들이 즐비하다. 현재의 살아있는 대금굴 관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훼손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가늠하기 힘든 깊이 "아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호수


종유석 지역을 지나면‘호수지역’이 나타난다. 동굴 안 호수라…. 굴 안의 호수라 하기엔 크고 넓다.


물골이라 불렸던 만큼 대금굴에는 유난히 물이 많다. 계단 틈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곳이 온통 물이다. 게다가 동굴 관람의 막바지 즈음에 나타난 호수는 관람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대 규모.


수심 8~9m의 호수는 너무 맑아 깊이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바깥세상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아찔한’ 맑음이다. 호수지역 뿐 아니라 대금굴 속의 물들은 그 시작이 어디인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호수지역을 마지막으로 모노레일을 타고 돌아온 대금굴 관광센터


은하철도 대금호를 함께 탔던 길동무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최고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미에는 "가장 큰" 혹은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보다 "살아 숨쉬는" 이라는 의미가 크게 작용했으리라.


5억년전 얕고 맑은 바다는 환선굴이 되고 관음굴(미공개)이 되고 대금굴이 되었다. 인간의 상상력은 기기묘묘한 동굴의 자태 앞에 한없이 미숙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하지만 길어야 1백년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동굴은 관대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두리번거리는 우리들에게 기꺼이 5억년 신비를 만끽하기를 허락했다. 한발자국에 한번의 감탄을 싣고 동굴을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여. 매표소에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1시간 30분 가량을 계획하면 적당하다.


대금굴 관람은 하루 720명, 모노레일 운행횟수 18회로 제한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 굴곡이 심하거나, 자세를 낮춰야 하는 등 난코스가 없어 노인, 어린이 모두 관람이 가능하다.

 

제공=한국관광공사(gjnew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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