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은 자연이 아니라 관계다

> 뉴스 > 기자수첩

[기고] 환경은 자연이 아니라 관계다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25-07-10 오후 03:35:13  | 수정 2025-07-10 오후 03:35:13  | 관련기사 건

최상림.jpg

 




  최상림 전)고성교육재단 이사장

 



 

- 7, 말 없는 풍경 앞에서

 

어느 마을을 걷던 길, 나지막한 돌담 앞에서 걸음이 조용히 멎었다. 풍화된 이끼 사이로 손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고, 오랜 세월 쌓인 손길의 층위가 그 위에 고요히 남아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도 관계가 전해질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은 저런 돌담의 결이 아닐까. 그곳엔 삶의 속도와 무게, 계절의 흐름이 함께 붙어 있었고, 한 사람의 태도는 그렇게 주변의 질서가 되어 있었다.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중과 기억의 구조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 조용한 풍경 하나가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환경을 설명하려 애쓰며 점점 더 많은 말과 숫자를 쌓아왔다. 보고서, 정책 목표, 숫자의 틀로 자연을 정의하려 들었다. 그러나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되묻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한 변화를 자각하라는 것보다는, 우리 자체의 감각을 되찾으라는 조용한 물음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조용한 물음을 들을 수 있는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은 거리를 좁혔지만, 마음은 응답하지 않는다. 속도는 높아졌지만, 방향은 흐릿해졌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 존재 사이에 흐르던 온기도 멀어졌다.

 

그런 틈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책임이라는 환경이다. 환경은 단지 숲이나 바다, 물의 문제가 아니라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말보다는 태도의 축적과 소리보다는 기억으로 형성된다. 보호나 외침보다, 실천으로 드러나는 존중이 더 깊다. 그것은 관계가 쌓이는 방식이며, 삶의 시간 들이 스며드는 바탕이다. 사람과 공간은 일정한 질서를 맺으며, 그 안에서 조용히 공존의 형식을 만들어낸다. 환경은 그렇게 함께 살아낸 누적의 서사가 된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 우리가 환경을 쌓아 올리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7, 햇살은 짙어지고 바람은 천천히 눅눅해진다. 익어가는 햇살 속에 나는 문득 묻는다. 지금 어떤 거리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지키고 있는 환경은 숲이나 바다보다 먼저, 사람, 그리고 존재 사이의 거리, 배려의 온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의 방식은 아닐까. 그래서 환경은 지켜야 할 무엇이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응답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곧 환경이 된다. 그 마음이 쌓여 방식이 되고, 시간이 흐르며 공동체의 표정이 된다. 환경은 더 이상 눈앞의 자연만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고 감내한 삶의 방식이며, 그 방식이 모여 하나의 시대를 이룬다. 그렇게 만들어진 더 나은 환경은, 우리의 모든 행위와 선택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었는지를 말없이 증명한다.

 

20257

최상림 전)고성교육재단 이사장






고성인터넷뉴스 gsinews@empas.com

ⓒ 고성인터넷뉴스 www.gsi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 비밀번호 :

칼럼&사설전체목록

[기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부터 고성을 지켜야 할 때

최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