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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10-31 | 수정 2007-10-31 오후 2:16:50 | 관련기사 건
특히 이 행사가 학생의 날에 맞춰 개최되는 것과 통영시가 예산 250만원 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반대 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통영문인협회(지부장 강기재)는 11월 3일 정량동 소재 청마문학관에서 전국 초.중.고 학생들과 대학생 일반인을 상대로 자유로운 주제로 ‘편지 쓰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공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매년 개최되는 이 대회가 유치환의 친일행적을 의혹 삼는 단체와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9월 전갑생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유치환의 친일 행적을 찾아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 뒤 친일행적이 뚜렷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1941년 5월 31일 관동군참모본부에서 작성한 `비적정보월보 제4호(匪賊情報月報 第4號)`라는 채색지도를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 관동부 사령부에서 발간한 지도
이 지도는 이 시기 만주 전역에 1360명의 `비적`(항일군)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일성 부대가 간도성을 비롯해 하얼빈 인근까지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도에 따르면, 1941년 5월 25일 밤 8시경 빈강성 동흥현 후삼택 동쪽 약 3km 지점에서 동북항일연군 제12지대장 박길송(朴吉松) 부대원 40명, 장광적(張光迪) 부대원 20명 등 총 120명이 전투를 벌였고, 유치환이 거주한 연수현에서도 20명의 만주군과 혈전을 벌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이 시기 하얼빈과 연수현 등지에서 동북항일연군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비적`으로 불렸던 그들은 무장항일독립군임을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다.
전갑생 위원은 “유치환의 시 `수`는 항일군을 조소하는 마음을 담은 `친일시`다. 일부에서 `비적`을 두고 하는 말처럼 "글자 그대로 떼지어 다니면서 살인 약탈을 일삼는 도둑의 무리"가 아니라, 유치환의 거주지에서 만주 전역까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무장 투쟁한 항일군의 총칭‘이라고 주장한다.
또 최근에는 유치환이 1942년 2월 <만선일보>에 발표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이 발견되면서 유치환이 친일시를 발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만선일보
이 산문은 박태일 경남대 교수가 발견했는데, 박 교수는 10월 27일 영남대에서 열린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청마 유치환의 북방시 연구-통영 출향과 만주국, 그리고 부왜 시문>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치환은 이 글에서 “오늘 대동아전(大東亞戰)의 의의와 제국(帝國)의 지위는 일즉 역사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비류 없이 위대한 것”이라고 해놓았다. 다음은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 전문이다.
▲ 만선일보에 실린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
“오늘 대동아전(大東亞戰)의 의의와 제국(帝國)의 지위는 일즉 역사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비류없이 위대한 것일 겝니다. 이러한 의미로운 오늘 황국신민(皇國臣民)된 우리는 조고마한 개인적 생활의 불편가튼 것은 수(數)에 모들 수 업는 만큼 여간 커다란 보람이 안입니다.시국(時局)에 편승하여서도 안 될 것이고 시대(時代)에 이탈하여서도 안 될 것이고 어데까지던지 진실한 인간생활의 탐구를 국가의 의지(意志)함에 부(副)하야 전개시켜 가지 안으면 안 될 것입니다. 나라가 잇서야 산하도 예술도 잇는 것을 매거(枚擧)할 수 업시 목격하고 잇지 안습니까. 오늘 혁혁(赫赫)한 일본의 지도적(指導的) 지반(地盤) 우에다 바비론 이상의 현란한 문화를 건설하여야 할 것은 오로지 예술가에게 지어진 커다란 사명이 아닐 수 업습니다.”
그동안 유치환의 친일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유치환이 썼던 시 “수”(首, 1942.3)와 “전야”(前夜, 1943.12), “북두성”(北斗星), 1944.3) 등을 두고 일부에서는 친일성을 계속제기하며 유치환과 관련된 행사를 반대해 왔다.
박태일 교수는 “일부에서는 이들 시편들은 친일성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해석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산문이 유치환이 일제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의 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통영지회 조재우 교사는 “이번에 발견된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을 통해 유치환의 친일 행적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진 만큼 친일작가를 기리는 행사는 통영시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교사는 또 “특히 이날은 일제강점기 6·10만세사건과 광주학생운동 등 학생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학생들에게 자율역량과 애국심을 함양시키는 한편,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학생들의 얼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학생의 날”이라며 “이런 날에 통영시에서는 시민의 세금으로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만 친일청산시민행동 대표는 “시 ‘수’ 등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산문을 볼 때 유치환은 친일하겠다는 입장을 그 당시에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던 사람임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통영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지원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기재 통영문인협회장은 “몇 가지 단순 자료로 유치환의 친일을 확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특히 이번 행사는 순수하게 문학적 측면에서 조명해야 할 것이며 계획된 행사는 어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최 할 것”이라고 밝혔다.
250만원 통영시예산 지원과 관련하여 김상영 문화예술과장은 " 유치환 선생의 수많은 작품 중 유독 몇편의 시를 지목하여 친일이라고 몰고 가는 형태는 바람직 하지 않다"며 "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문인협회의 연간 사업계획에 의한 사회단체보조금 차원의 돈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영지회는 민족작가협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이번 행사를 제지 할 것을 결의하고 우선 각급 학교에 협조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참가하지 말것을 독려하고 나서는 한편 행사 당일에는 성명서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통영 허덕용 기자(ty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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