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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2-20 | 수정 2008-02-21 오전 9:38:56 | 관련기사 건
하지만 요즘에는 대보름이 그렇게까지 명절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풍습은 오곡밥을 먹거나 부럼 깨기, 달맞이를 하는 정도다. 왜 우리 선조들은 그런 풍습을 지켜왔을까? 대보름에 먹는 음식들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들여다보자.
한방에서는 대보름 명절음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오곡밥은 음력 정월 대보름날의 전통적인 절식(節食)으로 지방에 따라 약간 다른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 5가지의 곡식으로 지은 밥을 말하는데 올 한해도 모든 곡식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실제 오곡밥은 오색(五色)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한의학에는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에 각 장부를 배속하고 다시 여러 가지 색, 맛, 기운 등을 연결해 생각하는 ‘오행학설’(五行學說) 이란 게 있다.
흔히 붉은색 포도주는 심장에 좋다거나 검은색 콩은 신장에 좋다는 것은 모두 오행학설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오곡밥은 오색이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장육부를 조화시키고 체질적으로도 각 체질의 음식이 골고루 섞여 있는 조화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맵쌀은 맛이 달아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어느 체질이나 먹어도 문제가 없다. 차진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소화기를 보하고 구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 좋다.
하지만 찹쌀은 열을 많이 생기게 하고 대변을 굳게 만든다. 또한 오랫동안 먹게 되면 몸이 약해지고 힘줄이 늘어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노란 차좁쌀도 비장(脾臟)과 위(胃)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좋다.
곡물 중에 가장 크고 긴 수수는 태양인에게 좋은 음식으로 소화는 덜 되지만 몸의 습(濕)을 없애주고 열을 내려준다. 고단백의 콩은 오장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도와 태음인에게 좋다. 붉은 팥은 부종을 빼주고 이뇨작용을 도우며, 종기와 농혈(膿血)을 배출하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해 화와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다.
우리 조상들은 대보름날 아침에 견과류나 호두, 땅콩 등 부럼을 제 나이대로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진다고 믿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견과류가 비폐신(脾肺腎)을 튼튼하게 해 몸의 저항력을 길러주며 특히 장과 피부에 좋다고 말한다. 잣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며 변비 예방에 효과가 있다.
호두는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前驅體)가 많아 두뇌 발달에 좋다. 탈모와 노화를 예방하며 불면증 신경쇠약 히스테리에 효과적이다. 은행은 호흡기 기능을 도와주고 기침과 가래를 삭혀준다. 밤은 비타민 B1,C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엔 묵은 나물을 꺼내 먹던 습관이 전해오고 있다. 겨우내 부족한 영양소를 묵은 나물로 보충해오던 풍습이지만 지금은 햇나물도 많이 나와 이 풍습을 따르는 경우도 줄고 있다. 그러나 묵은 나물은 햇나물과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진다.
대보름에 먹는 나물은 주로 가을에 갈무리를 해둔 나물로 예전 야채가 귀한 정월에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었다. 묵은 나물은 진채라고도 하는데, 가을이 되면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 시래기, 고구마순 등 적어도 9가지 이상의 나물을 손질해서 겨울 동안 잘 말렸다가 대보름날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는다.
하지만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 먹는 풍습은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며, 이 진채식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 내려온다.
비타민, 무기질, 미네랄 성분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나물은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의 생성을 더욱 도와줘 항암 효과까지 발휘하는 영양소를 갖고 있으며, 겨우내 부족한 비타민을 충분하게 보급시켜 여름철 급격하게 떨어지는 활력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보충하는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코비한의원 이판제 원장은 “부럼을 깨는 것은 이를 튼튼하게 하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귀신을 쫓는 무속의 의미도 있었다. 실제로 부스럼이나 피부병으로 인해서 죽기도 하는 시절이 있었던 만큼 우리 선조들은 영양적인 문제에서 비롯한 질병보다 무속신앙에 기대는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며 "하지만 보름에 행해졌던 풍습들은 후세에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실제로도 각각의 질병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우리 전통 풍습은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전통이며 우리가 지켜가야 할 양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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