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진상조사위 `물어뜯는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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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당권파-진상조사위 `물어뜯는 이정희`

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5-07  | 수정 2012-05-07  | 관련기사 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상황과 비교하며 ‘언론도 공정 보도 안한다’ 비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의해 저질러진 조직적인 부정선거와 관련해서 당권파 이정희 대표가 되레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보도하는 언론과 조사위원회를 향해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물어뜯고 나섰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 동안 연이어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당권파 이정희 대표와 우위영 대변인 등 과거 민주노동당계 경기동북부 세력들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공격을 가하면서, 회의를 거듭 파행으로 이끌었다.

 

또한, 일부 당권파들은 의결 정족수가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의결을 막고, 다른 비당권파들의 의견개진에 소리를 지르고 비난을 가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를 일삼았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물리력을 행사해서 막고, 거기에 일부 당권파 당직자들이 합세하기도 했다.

 

당권파의 대표 인물인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와 당권파가 차기 당권파의 간판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청년비례대표 이재연 당선자는 비례대표직 사퇴 불가를 천명했다.

 

이에 심상정 공동대표는 공동대표단 총사퇴와 비례대표 당선자 총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심 대표는 또 “병을 고치는 사람의 심정으로 당의 대대적인 쇄신”을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처음부터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별 득표수와 모든 자료의 공개를 한 달 반 동안 주장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는 이날도 자료 공개를 거듭 거듭 요청했다.

 

주말 동안 이어진 전국운영위원회 파행을 거듭한 직후 7일 오전 9시에 시작된 공동 대표단 회의는 그야말로 시베리아 벌판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분위기였다.

 

당권파 당직자, 공동회의 석상에서 국민참여당 출신 유시민 대표만 커피 안 줘

 

가장 먼저 국회 의정지원실 회의석상에 자리하고 있던 유시민 대표는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어 회의시간 정각에 도착한 심상정 대표의 어두운 표정이 당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온 심 대표는 먼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 대표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귓속말을 나눴다.

 

이후 2분 늦게 들어온 이 대표는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나눴으나, 심 대표와 유 대표 사이에 앉아 냉랭한 분위기와 표정을 이어갔다.

 

유 대표가 뭐라고 말을 걸어도 이 대표는 유 대표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또 이 대표는 취재하는 언론과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릅뜨기도 했다.

 

이후 조준호 공동대표가 늦어진다는 연락을 받자 회의는 15분 후에 시작하겠다고 하고, 심 대표는 살얼음판 같은 회의실을 떴다.

 

이 대표와 유 대표만 남아 있자 이 대표는 유 대표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뭐라 항의의 말을 했다.

 

유 대표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어 회의시간이 되자 심 대표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와 자리에 착석했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계속 늦어진다는 연락이 오자 이 대표는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시작과 함께 당직자가 커피를 가져다주는 데 이 대표와 심 대표 자리에만 커피 잔을 놓아두었고 유 대표에게는 커피를 주지도 않고 자리에 있지도 않은 조 대표의 자리에 나머지 커피 잔을 놓아두었다.

 

이에 뻘쭘해진 유 대표가 자신의 옆자리에 두었던 종이컵의 물을 한 잔 마시자 당직자가 그제야 빈 조 대표의 자리에 놓아두었던 커피를 유 대표의 자리로 옮겨 놨다.

 

현재 여러 세력으로 갈라져 있는 통합진보당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인 것이다.

 

이 대표는 회의 선언을 하자마자 “제가 먼저 모두 발언을 하겠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 했다.

 

3년 전 외부에서 공격받은 노 전 대통령과 내부에서 부정 저지른 당권파와 ‘같은 심경?’

 

이 대표는 말하면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 직전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교했다.

 

옆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불렸던 유시민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애써 감추며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었다.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과 저를 포함한 대표들의 무원칙한 비례대표 투표 이후 처리로 인해 모든 사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정선거가 아닌 그저 ‘무원칙한 투표’라고 표현을 했고 모든 사태의 원인을 그저 ‘공동대표단의 조사위원회 조사 발표 후 처리’로 돌렸다.

 

이어 그는 “국민여러분은 당원들의 고통 그리고 저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의견의 차이 그 모든 일들을 다시없었던 일처럼 봉합하거나 되돌릴 수 없기에 앞으로 고통스럽지만 상황을 이 지경까지 오게 한 데 대해서 스스로를 매일 채찍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매일 채찍질 한 것 같다는 이 대표는 원인을 전적으로 벌어진 부정 경선의 상황이 아닌 조사위의 무원칙한 조사 발표와 대표단의 의견차이 그리고 벌어진 상황에 정확하게 확인 되지 않은 사실로 비판적인 보도행태를 일삼은 언론의 탓으로만 돌렸다.

 

이 대표는 “저는 진실만이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배워왔다”며 “어느 것 하나 불확실한 의혹을 상대방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도 저 스스로에게도 지우지 않는 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법률가로서 진보정치인으로서 가져온 시각이다. 과거 민주노동당부터 해왔던 많은 분들은 수도 없이 모함 받고 그것이 기정사실화 된 불확실한 여론 조사에서 고통 받아 온 일이다. 다시는 누구도 그런 고통을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수 없이 애써 왔다”고 거듭 억울함을 항변했다.

 

그는 “3년 전 2009년 이 시점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본 마음이 어떨지 생각했다”며 “많은 의혹과 언론에 뭇매를 맞았다. 쉽게 언론의 뭇매에 동조하면 누구나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그 시점에는 편안했다. 그러나 저는 그 어떤 언론의 공습도 사실로 획인 되기 전에는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저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상황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의 상황과 같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자신은 그저 억울한 피해자라는 입장만 항변했다.

 

그는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일들을 당사자의 성명이 충분히 반영되지도 않은 일들을 언론에 중계 방송하는 검찰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적극적으로 변호하지는 못했으나 함부로 의혹을 지우고 같이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짓은 제가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에 들어온 많은 분들은 그 때의 고통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유시민 대표를 비롯 국민참여당 세력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설움에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내일 오후 2시 공청회 하자! 언론사들도 생중계하라!” 큰소리치는 이정희

 

이 대표는 “전국운영위 회의 내내 진상조사위원장님은 (부정으로 밝혀진) 해당 지역위원회의 부정선거를 한 사람으로 지목 받는 당원들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분들이 충분히 해명하고 말 한 마디로 모든 의혹이 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 사실을 목도 할 때 마다 의장석 연단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저는 절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운영위원회가 진상 조사 보고위원회에 대해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제로 파헤쳐져야 했던 무효표로 이미 처리 된 조직적 부정은 무엇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진상 조사위의 문제에 대해 거듭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말 한 마디로 결백이 밝혀질 일들도 ‘현장 투표소의 80~90%가 부정이 있었다’는 선정적인 헤드 카피로 나타났다”며 “이 모두 진상조사위가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위원회의 90%가 부정투표 관련자로 매도당했다”고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상조사 보고서의 철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며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제안 드린다”고 공청회 개최를 들고 나왔다.

 

이어 그는 “전국민 앞에서 모든 여론에 자신 있게 조사 결과를 발표하신 만큼 진상조사위가 당원들과 공개 토론하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내일 5월 8일 2시면 가능하다. 언론사들의 생방송을 부탁한다”고 언론과 비당권파들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유시민, “지금 통진당 위기는 외부에서 온 게 아니고 내부에서 발생한 것”

 

이 대표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유 대표는 “지금 통합진보당이 봉착한 위기는 외부의 공격에서 온 것이 아니고 우리당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위기가 아니라 당 내부에서 만들어낸 정통성의 위기”라며 “정통성의 위기는 민주주의 기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대서 시작된 문제가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정통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받아들인다”며 “사실 어제 벌어진 전국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강요하고 회의장을 물리적으로 봉쇄한 일부 당원들, 심지어 가담한 일부 당직자들의 행동은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으로 저는 받아들인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차 “비례대표 경선 총투표의 결과가 정당성을 의심 받은 상황의 핵심 중심부에 있는 하나의 문제는 당원 명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당원명부가 확실하고 정상적으로 관리 되고 있다는 확신, 믿음이 없을 때 그 어떤 투표도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월 22일 발표 된 비례대표 경선 결과 후보자 득표수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두 달 가까이 요구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 번 중앙선관위에 요구한다. 선거와 관련된 총 득표수 등 모든 결과를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어떤 경우도 분당은 없다!”

 

심상정 대표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분당 설에 대해서 “그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다고 피하지 말고 부끄럽다고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재편을 당원들에게 드러내고 당원들이 공유해서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하는 그런 마음으로 통합진보당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호 “내가 먼저 진상조사위원장 맡겠다고 했나?”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대표는 이날 회의에 뒤늦게 도착했다.

 

그는 “조사위원회가 진행한 조사 과정의 약간의 미흡함이 있을지언정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며 이 대표의 의혹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그리고 일반 경쟁 부분 문제도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고 확인하면서 “조사단장위원장을 맡을 때도 제가 자청하지 않았다. 이 어려운 문제를 저에게 맡기면서 책임 있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사로운 개인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진보의 미래를 여는 당원동지들과 그리고 우리를 비추는 대중들과 국민들과 함께 길을 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전적이 있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그 사람들(경기동북부)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권력을 잡기위해 향한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관행은 당권파의 오래된 병폐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는 와중에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는 검찰 조사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한쪽에서는 검찰 수사를 반대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과거 민주노동당에 있다 탈당해 다른 당으로 옮겨 당직자로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경기동북부의 뻔한 수법”이라며 “자기들의 내부 위기를 외부 공격으로 막아 수습하려는 것이다. 검찰 조사가 들어오면 내부에서는 사건을 쉬쉬하고 뒤덮으려 하는 데 이걸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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