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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 입력 2009-09-01 오후 8:42:57 | 수정 2009-09-01 오후 8:42:57 | 관련기사 건
이번에 고시하는 보물 제1618호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전체높이 4.8㎝, 가로 5.3㎝, 세로 5.3㎝, 무게 794g의 크기로 금·은 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손잡이〔인뉴(印鈕)〕는 거북이 형태이고 인면(印面)에는 ‘황제어새(皇帝御璽)’ 4자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제국의 황제가 사용한 어새로서의 기품을 지니고 있다. 또한, 어새와 함께 보물이 된 내함(內函: 어새를 넣어 둔 함)은 황동으로 만들어졌으며 특이하게 내부에 인주함(印朱函)이 들어 있다.
이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대한제국의 국새(國璽), 어새(御璽), 어보(御寶), 보인(寶印) 등을 수록한‘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실리지 않았고, 또한 대한제국 당시 어보나 국새의 일반적인 크기에 비해 작게 제작되어 그동안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조선시대 어보 제작의 일반적인 방식인 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인면을 깎아 글자를 새겨 넣은 기법〔착인법(鑿印法)〕역시 조선시대 어보 제작에 쓰이던 기법으로 그 제작 형태가 조선시대 어보 제작의 전통방식을 따랐음이 밝혀졌다.
또한, 이 어새가 찍혀 있는 서신(‘1909년 1월 1일에 고종황제가 호머 헐버트에게 미국에 유학 간 조카(조남복)를 잘 돌보아달라고 요청하는 서신’) 진본(眞本)이 발견되어 ‘황제어새’가 당시에 사용된 실물이었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1903년 11월 23일 이태리 군주에게 보낸 친서’ 등 이 어새의 특별한 사용례들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가 고종황제가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 휴대하며 사용한 어새였음을 알려주며 황제위(皇帝位)에서 물러난 후에도 개인적인 사신(私信)에 계속 사용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어새가 다른 어새류에 비하여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고,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수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고종황제는 일본의 국권침탈을 막기 위해 비밀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어새를 새로 만들 필요성을 가지게 되고,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당시 국새·어새를 관장한 내대신(內大臣)의 직제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관장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휴대 비장(秘藏:남이 모르게 소중히 간직함)하기에 적합한 크기로 제작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비밀리에 사용된 어새가 대한제국황실 공용(公用)의 보인(寶印)과 부신(符信)을 수록한‘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실릴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며, 같은 이유로 고종황제는 퇴위 후에도 이 어새를 간직하며 개인적인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의 보물 지정은 고종황제가 일본의 국권침탈 위협에 대항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펼친 주권수호운동의 중대한 역사를 증명하고, 이 시기 우리 역사의 실체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또한, 지정 과정에서 보여준 역사적, 예술적, 과학적인 다양한 측면에서의 조사와 종합적인 검증작업들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의 까다로운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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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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