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현실은 드라마 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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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현실은 드라마 뺨친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6-08  | 수정 2007-06-08 오후 12:09:15  | 관련기사 건

드라마 ‘쩐의 전쟁’이 몸서리치는 대부시장의 무서움을 알리며 갈수록 화제다.


지난달부터 전국에서 고리대 추방 민생탐방을 진행 중인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도 드라마의 위력 덕분에 서민들이 고금리의 폐해에 민감해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


서민들이 ‘쩐의 전쟁’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대부업체와 사채업자들이 법망을 무시하며 이용자의 한계상황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대출과 빚 독촉을 일삼기 때문이다.

사채 빚 때문에 全재산을 날리고 자살한 아버지, 2000만원을 빌리고 1억원을 갚아야 하는 조폭, 빚 갚으라며 윤락을 강요하는 사채업자의 모습은 일반인의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특히 지난 6일(수) 방송분에서는 주인공 금나라가 아버지의 신체포기각서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본인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였기에 담보물로 설정된 주요 장기를 비롯한 신체 전부에 대한 권리를 사업자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끔찍한 신체포기각서까지 떠돌고 있다(사진 첨부).


현실에서는 연66%의 합법적 고금리마저 무시하는 폭리 대출, “몸 팔라”는 협박, 빚을 갚으려 유흥업소에 취직했다가 더 많은 사채 빚을 뒤집어쓰기, 가족의 채무를 빌미로 폭행 등 고리대와 불법추심이 판을 치고 있다.


2003년부터 채무상담을 진행한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드라마 ‘쩐의 전쟁’ 바로 알기> 다섯 번째 시리즈에서 드라마 뺨치는 현실의 고리대 피해사례를 일부 공개한다. 카드사·상호저축은행·캐피탈사 같은 제2금융권은 물론, 제1금융인 은행권의 고리대와 불법추심 사례도 많지만 여기서는 제외했다.

 


▶연166%의 고리대에 선이자·수수료 강요, “몸 팔라” 협박까지


자영업에 종사하던 박미란씨(가명. 서울 중랑)는 운영자금조달과 기존채무의 이자상환을 위해 2006년 2월24일 등록대부업체를 방문했다. 500만원 대출에 수수료 및 선이자 100만원을 제한 400만원을 받고, 매일 3만8500원씩 150일 동안 일수 형식으로 갚기로 했다(금융 감독 당국의 계산법에 따르면 금리는 연166%로 대부업법상의 연66% 금리상한 위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박씨가 76회 변제 후 연체를 시작하자, 대부업자는 “몸을 팔아서라도 갚으라”며 갖은 욕설, 폭언, 협상을 했다. 결국 박씨는 500만원을 다시 대출 받았고, 이때도 직원식사비를 포함해 수수료 105만원을 제했다.


▶3년 만에 원금 700만원이 3,000만원으로


경남 창원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배진환씨(가명)는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려운 살림살이를 했다. 불경기 탓에 매상이 줄었고,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배씨는 생활비, 아이의 학비, 가게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두 명의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2004년부터는 포장마차의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져 임대료를 내기도 어려워졌다. 사채업자는 채권을 다른 곳에 팔아버렸고, 이때부터 배씨는 추심업자의 횡포에 시달렸다. 채권을 넘겨받은 추심업자는 배씨의 가게에 찾아와 “안 갚으면 알아서 하라”는 위협과 함께 침을 뱉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씨가 처음 빌린 돈은 700만원에 불과했지만, 채권자들은 빚이 3,000만원으로 불었다며 각서를 요구했다. 결국 3년 만에 원금 700만원이 3,0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형 대부업체도 불법추심


보험설계사로 재직하던 이민선씨(가명)는 신용카드 연체를 면하기 위해 2003년 대출중개인을 통해 대형대부업체에서 연66%의 금리로 550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중개인은 110만원을 수수료로 챙겼고(수수료 수취는 불법 대부업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이씨는 매달 30만원을 이자로 납부했다.


이씨의 연체가 시작되자 대부업체는 문자나 전화를 수시로 보내다가, 이른 아침 집으로 찾아와서 새로 대출을 강요했다. 본인이 없는 시간에 이씨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에게 집주소와 엄마의 휴대폰 번호 등을 물었고, 두 명의 추심원이 이씨를 찾아와 1시간동안 “이 자리에서 아무 데나 전화 걸어 돈을 빌리라”고 협박했다.


추심원들은 이씨의 모친, 언니, 동생에게 채무사실을 알렸고, 이씨의 가족들은 전화 받기를 두려워할 정도에 이르렀다.


▶대부업체 빚 갚으려 유흥업소 취직


윤미진씨(20대. 가명. 서울 성북)는 2001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900만원을 빌려 열대어 노점상을 시작했지만 실패하고, 700만원의 빚만 남겼다. 윤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이자만 늘어났고, 채무상환을 위해 2002년 선불금 9백만 원을 받고 유흥주점에 취직했다.


윤씨는 며칠 뒤에 업소를 탈출했으나 붙잡혀 감금당했고, 유흥주점 사장은 어머니와 협상을 통해 1300만원을 받고 윤씨를 풀어줬다. 2003년까지 윤씨는 카드빚 등을 갚기 위해 새벽에는 녹즙 배달, 오후에는 옷가게 점원을 하다가 스트레스로 인한 대상포진에 걸렸다. 김씨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금융권의 전화와 방문추심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집에서 나와 친척집에 무상으로 거주했다.


▶남편 빚 갚으라며 폭행


김명자씨(50대. 가명. 경기 고양)는 2007년 5월27일 저녁 8시40분경 일본계 대형대부업체의 추심원이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문을 조금 여는 순간, 추심원은 강제로 들어오더니 남편 빚을 대신 갚으라면서, 집안 집기에 딱지를 붙이겠다고 협박하며 공포심을 조성했다(가재도구 압류는 추심원이 아니라 법원 집행문을 부여받은 집행관만 할 수 있다).


김씨는 집에 14개월 된 손자와 단 둘만 있던 터라 무서운데다가 아이가 심하게 울기에 추심원에게 집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추심원은 실랑이 끝에 김씨의 오른뺨을 때리고 팔을 비틀었다. 김씨는 무단침입, 퇴거불응, 폭행, 불법추심 죄로 추심원을 고소한 상태다.


▶고리대·불법추심 판쳐도 정부는 없다?


고리대와 불법추심이 판치는 이유는 정부가 대부업체에 연66%의 폭리를 보장하면서도, 서민피해 방지를 위한 금리 인하나 불법 처벌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대부시장의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금융 감독당국은 금리상한을 연60%(시행령상 연50%대)로 ‘무늬만 인하’만 고집하고 있고, 관리·감독권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겼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과중채무자를 대상으로 피해구제 상담활동(02-2139-7853~4)과 금리규제 강화 등 제도개선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터넷 상담실(http://minsaeng.kdlp.org)도 운영 중이다. 

 

                                   <광주/ 김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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