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교수의 엄마육아기]가을 숲에서 만나는 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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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엄마육아기]가을 숲에서 만나는 벌레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9-12  | 수정 2007-09-12 오후 10:01:40  | 관련기사 건

가을을 두고 수확의 계절이라든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여, 우리들은 풍요와 포만감이나 여유로움을 연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을 숲에 가게 되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가을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른 현상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가을 숲에서는 청명한 하늘빛과 까슬까슬해진 흙과 물기가 사라진 나뭇잎은 아이들의 눈에 충분히 들어올 수 없지만, 날개를 휘날리면서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와 더욱 분주해진 개미 떼와 맥 빠진 듯이 붕붕대는 꿀벌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됩니다.

 

 

여러 벌레들 한테 마음이 빼앗겼다가 조금 가다듬을라치면 이제는 가을 풀벌레들의 정겨운 소리들이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요란스러웠던 여름 매미의 소리와는 전혀 다르게,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박하고도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벌레 소리에 아이들은 평온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혹시나 숲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는지요? 저는 가을 숲에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을 겁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은데, 우리는 자연의 마음을 모른 채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강박감에서 못 벗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가을 숲에 조용히 있어보면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고 오감이 열리면서 마음과 영혼이 열리게 됩니다. 아이들이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오감이 열리면서 가을 곤충들을 더욱 투명하게 바라볼 수가 있겠습니다. 생애 최고의 춤을 추면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두 마리의 고추잠자리들. 여기저기에서 고추잠자리들은 결혼하기 바쁩니다. 결혼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이들은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해가 저물면 나방들이 가을 숲의 가로등 불빛에 몰려들어 사생결단으로 법석을 부립니다. 나방들은 왜 저럴까하고 나방의 마음이 되어봅니다. 어느덧 귀뚜라미의 애닯은 노래가 들려옵니다. 방울이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가을 저녁이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꼭히 먼 숲에 가지 않더라도, 동네 숲에라도 마실을 나가게 되면 아이와 함께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너무 바빠요. 힘들어요. 시간 없어요’ 등의 말을 주절대면서 세상을 다 살았는 듯이 지쳐서 짜증난 표정을 짓곤 합니다. 아이들한테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맛보도록 해 줄 필요가 있는데, 가을 숲이 가장 적격일 것이고 특히 가을 저녁에는 더욱 시간적으로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도와주는 아동센터의 아이들이 가을이 되면서부터 더욱 바빠졌습니다. 잠자리 잡는 기술이 더욱 늘었습니다. 잠자리 채를 어떻게 흔들면 더욱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는지 아이들 스스로 터득했더군요. 잡은 잠자리의 날개를 다치지 않도록 잘 접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했더군요.


잠자리는 무엇을 먹는지 인터넷으로 아이들이 찾아보더군요. 잠자리가 개미를 먹는다나요. 잠자리의 생태에 대하여 아이들은 호기심이 대단하더군요. 결국에는 잡은 잠자리들을 모두 놓아주더군요. 아이들은 잠자리를 수확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잠자리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잠자리와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잠자리가 조금이라도 불편해 보이면 자유세계로 놓아주는거지요.

 

아이들은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고 탐구심이 향상되고 과학적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그림책이나 텔레비전의 화면으로는 온 몸으로 가을벌레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가을 벌레와 만나려면 가을 숲에로 가야 됩니다. 아이가 자연과 친숙해져야만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서 자연을 도와주기 위해서 아이들은 많은 능력들이 향상하게 되고 감수성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전 주말에는 가을 숲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김정화 교수


   효성여자대학 기악과 졸업, 피아노 전공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맑고푸른 대구21 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코다이음악협회 연구위원

리트미 유아음악연구소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수성구 보육정책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대구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운영위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 이사


저서


김정화 동요작곡집 <봄오는 땅 속에는> : 세광음악출판사, 1981.

유치원 기악 합주곡집 : 보육사, 1985.

초등학교 새교과서에 따른 피아노반주곡집 1-6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2.

유아음악교육 : 형설출판사, 1993.

피아노 반주의 이론과 실제 : 형설출판사, 1995.

유아교육을 위한 피아노 율동곡집 : 동서음악출판사, 1996.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 학문사, 1997.

유아용 피아노 교본 <동서음악캠프> 1-18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8.

유아전래동요지도 : 양서원, 1999.

아동학 : 교육과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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