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윤이상·박경리 낳은 통영 먹칠' 유치환 기념사업 반대 성명서 내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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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윤이상·박경리 낳은 통영 먹칠' 유치환 기념사업 반대 성명서 내고 주장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11-02  | 수정 2007-11-02 오전 9:45:46  | 관련기사 건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진선식)는 통영문인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청마우체국 개명 염원 편지쓰기대회`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친일 의혹이 있는 청마 유치환을 기념하는 사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성명서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청마가 민족 수난의 시대를 살면서 민족 정신을 훼손했던 글들이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외면했던 이를 위해 우체국 이름을 바꾸는 것과 유치환 기념사업을 경계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발견된 청마가 1942년 2월 《만선일보》에 발표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에서 “오늘 대동아전(大東亞戰)의 의의와 제국의 지위는 일즉 역사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비류없이 위대한 것”이라고 쓴 것은 일제를 칭송하고 두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통영시와 문인협회가 유치환 기념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선생과 우리말의 진수를 담은《토지》의 박경리선생을 낳은 위대한 도시인 통영을 먹칠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통영문협은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매년 `청마우체국 개명 염원 편지쓰기대회`를 열고 있다.


                           《성명서》


청마우체국 개명 염원 편지쓰기 대회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 친일 의혹 청마 유치환 기념사업 철회되어야 -


 제 4회 청마 우체국 개명 염원 편지 쓰기 대회는 공교롭게도 11월 3일 ‘학생의 날’이다. 학생의 날은 일제 강점기에 학생들이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여 들불처럼 일어났던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족 수난의 당대를 살았던 시인 청마는 민족정신을 훼손한 글이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청마가 1942년 2월 《만선일보》에 발표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이 얼마 전 발견되었다. 청마는 이 글에서 “오늘 대동아전(大東亞戰)의 의의와 제국의 지위는 일즉 역사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비류없이 위대한 것”이라고 썼다. 이렇듯 일제를 칭송하고 두둔했던 것이다.

      

청마 문학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위상 정립은 전적으로 문화예술계의 몫이다. 우리는 청마가 학도병 참가 권유와 대동아공영권 수립을 축원하는 친일문학 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또한 하얼빈협화회 등 친일적인 조직에 근무했던 경력도 있으며, 그리고 청마가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청마우체국 개명 및 청마기념관 추진을 주목하는 것이다.


청마우체국은 개별 민간인이 설립한 우체국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된다는 의미이다. 민족을 배신한, 적어도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를 방관하고 외면했던 그런 인사를 위해 우체국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그런 행위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그런 행위를 조장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편지쓰기 행사 또한 참가자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친일행위자를 우러르게 되는 모순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청마우체국과 청마기념관이 생긴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일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시만 잘 쓰면 된다’라는 왜곡된 역사관을 갖게 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마를 기리려면 그 문학적 성취와 뜻에 공감하는 분들이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의 힘으로 청마의 시와 삶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청마의 예술과 삶을 온전하게 기리는 방법이라고 감히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청마는 뛰어난 시인이자 교육자이다. 청마의 업적을 기리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청마우체국 개명 사업이 오히려 청마의 시와 예술과 삶을 굴절시킬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그 동안 청마에 대한 친일 의혹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영문협은 편지쓰기 대회를 3회째 열어 왔다. 그러나 이젠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친일)로 입증되었기에 ‘청마’관련 편지쓰기 대회를 여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이러한 행사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위기 앞에서 당대의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의거했던 날에 정반대의 대척점에서 반민족적 글쓰기를 감행했던 인물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선생과 우리말의 진수를 담은《토지》의 박경리선생을 낳은 위대한 도시인 통영을 먹칠하는 일이기도 하다.


청마의 편지쓰기와 우체국을 연결하려는 대중적인 사업 방식을 나무랄 일은 아니겠으나,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비틀리고 왜곡된 역사를 수정하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행했던 지난 역사의 악순환일 뿐이다.


이 사실에 비추어 11월 3일(토) 청마와 관련한 편지쓰기 행사가 취소되기를 바라며, 일선 교육청이나 학교가 이 행사를 공지하여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참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이 행사로 인하여 교육공동체에 불필요한 마찰과 파장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밝힌다. 

                                2007년 11월 1일

 

                                 

                              

                                    통영 허덕용 기자(ty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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