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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2-10 | 수정 2007-02-10 오전 11:02:27 | 관련기사 건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모독
그 사건의 내용, 성격에 대하여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32년이 지난 후 재심에서야 비로소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우리의 법치주의 및 사법제도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인권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한 생명과 행복의 상실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유신헌법 당시의 사법부는 삼권분립체제하의 사법‘부(府)`가 아니라, 영도적 대통령의 막하에 있는 일개 부서로서의 사법‘부(部)’였다. 박정희 대통령 개인은 3부 위에 우뚝 솟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였다.
소위 ‘인혁당재건위사건’은 무엇이 그 실체인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시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의 정권안보의식은, 적어도 반유신체제운동이라면 전국적으로 거대하게 조직되어야 하고, 그 조작의 배후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 침투하고 있어야 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체와 상관없이 조직도표와 배후관계가 그려지고, 그중 일부분은 극형에 처하였던 것이다.
그와 같은 정권위주의 극악한 행동들은 몇 년도 못가서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갔는가에 대하여는 오랜 투쟁 끝에 그 실상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제헌헌법이 ‘민주주의 제(諸)제도(制度)를 수립’할 것을 선언하였고, 역설적이게도 유신헌법부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고히 또는 확고히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할 수 있으려면,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는데, 유신헌법이 유신체제 자체를 비판하는 것을 엄금하면서 굳이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하려고 하였던 것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모독이었다.
사회주의체제하에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최일선국가(最一線國家)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에 불과하였다. 인혁당으로 지칭되는 이들은 혁신계열에 속하고, 평화통일을 주창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추구하던 평화통일이 북한이 주도하는 적화통일을 의미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설혹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행적을 가지고 그토록 무자비하게 사형을 집행할 일은 아니었다. 남한에서도 평화통일을 말하지만, 내심으로는 북진통일 또는 흡수통일 이외의 방식을 전혀 용납하지 않으면서 평화통일을 말하기도 한다. 평화통일을 하나의 이념으로 볼진대, 그 안에 ‘진심’이 담기지도 않고 ‘현실적인 방법론’이 미비한 경우에는 위장 적이거나 공허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유린한 나머지 그들의 이념과 행동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게 되었다.
사상과 이념 때문에 사형에 처하는 일 다시없어야
오늘날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념으로 인하여 생사화복(生死禍福)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현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각자가 신봉하고 있는 이념의 내용을 되돌아보고, 더욱 철저하고 분명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이념은 무엇이며, 이 나라의 통합과 발전,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는지 밝히기 위하여, 인격적이고 역사적인 모든 관점에서,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접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사상과 이념의 문제로, 독선적인 태도로써 서로 시의(猜疑)하거나 반목(反目)하고, 내부에서 먼저 분열하여 멸망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크게 분발하여야 할 때이다. 사상 또는 이념은 기본적이거나 중점적인 사고일 뿐, 결코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포괄하지 못한다. 그 영역에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다. 상호 존중하면서 시대에 따라 최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운용되어야 한다.
사상, 이념의 문제로 사형에 처하여지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예방되어야 하고, 어떤 이념 또는 사상이 국민의 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여 그 자체를 처벌하려고 조급해 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생활과 의식의 기초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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