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빼빼로 선물한 관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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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 빼빼로 선물한 관공서

한창식 기자  | 입력 2016-09-19 오전 11:50:41  | 수정 2010-11-12 오전 7:09:28  | 관련기사 건

11월입니다. 11월하면 언뜻 가을의 낭만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성이 고향이거나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언제부턴가 11월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시름에 젖는 시기라는 사실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또 농민들은 군청 앞마당에 쌀가마니를 쟁여놓고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한 가마니라도 더 팔아보려고 처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이런 지경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희한한 경우가 생겼습니다. 고성 관내 어떤 관공서에서 `농업인의 날`인 오늘, 해당 관서를 찾은 시민들에게 빼빼로를 선사하는 사은 이벤트를 벌였다는 겁니다.


독자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날이 갈수록 농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농업농촌이 살길을 못 찾아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추고 험난한 FTA를 넘을 것인지 힘들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추수를 마치고 수매가격 결정으로 분주한 오늘 11월 11일이 하필이면 밀가루로 만든, 그저 길쭉 하기만한 빼빼로를 먹고 주는 날로 돼 버렸는지요?


정부에서는 1996년 11월 11일부터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선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있고, 일부 민간에서는 또 이날을 ‘가래떡 데이’로 이름하며 쌀 소비를 촉진하는 운동을 벌이는 이 마당에 그것도 관공서에서 공공연히 ‘빼빼로 데이’를 기념한다면서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주었다는 것 아닙니까?


더 가관인 것은, 해당 관공서에서 고객들에게 빼빼로’를 나눠주고는 저희 고성인터넷뉴스에 ‘미담사례’가 있다며 해당 관공서 직원이 전화로 제보를 한 뒤, 이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오기까지 한겁니다.


그저 웃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고, 앞으로는 이 문제의 밀가루로 만든 ‘길쭉한 과자를 먹고 주는날’을 좀 없앴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같은 시각, 고성군청의 어떤 과에서는 해당 과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팥고물을 얹은 ‘시루떡’을 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같은 관공서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었습니다. 그 시루떡이 어떤 이유로 손님 앞에 나와 있었는지는 몰라도 농업인의 날인 오늘을 염두에 두고 손님에게 내놨던 떡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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