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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통일전문가 | 입력 2013-07-30 오후 03:27:14 | 수정 2013-07-30 오후 03:27:14 | 관련기사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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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통일전문가 |
정부는 어제 ‘북한은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북에 실무회담을 제의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그간 진행되었던 개성공단 실무회담의 성과를 부정하고,
실제로는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하려는 최후통첩으로 보인다.
핵심문제는 북한이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6차 회담 직후 북한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일련의 북한측 합의문 초안을 보면, 쟁점이 된 재발방지 문제를 포함하여 상당히 전향적인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다. 북한이 제시한 6회회담의 합의...서 재수정안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한다(1조)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발 방지가 본질이고 이에 대해 북이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계속 공전시켰다. 실무회담 과정에서 정부가 주장한 ‘재발 방지’는 사실상 ‘북한의 일방적 사과’ 혹은 ‘완전한 굴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는 ‘북측은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라는 남측 안만을 고집한 데서 드러난다.
남측의 이 안은 우선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의 일방적 책임임을 인정하라는 의미이다. 개성공단 정상가동 저해의 주체를 북측으로 한정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재발방지를 북측의 사과와 무리하게 연결시키려는 정부의 일방적 요구로 인해 ‘포괄적 재발방지 약속’을 포함하여 북측이 전향적으로 제안한 성과들은 모두 무시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라는 어귀의 의미를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공개적으로 확약하라는 의미로 연결시킴으로써, 회담과정 내내 북한의 ‘완전한 굴복’을 강요하였다. 이는 “"언제라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면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남측이) 추궁했는데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라는 김기웅 남측 회담대표의 언급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핵투발 연습을 포함한 어떠한 대북군사위협이 있더라도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약속하라는 정부의 요구는 지나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한다’는 북측의 안은 군사적 긴장과 적대상태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전제조건 없이 포괄적인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재발 방지 약속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한미합동훈련 등과 연결시켜 북한을 자극하고 나아가 북한의 ‘완전한 굴복’을 확인하려 했기 때문에 실무회담은 결렬로 이어진 것이었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정치군사적 위협과 관련된 사안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문제는 포괄적 수준에서의 재발방지 약속을 수용하여 개성공단을 신속히 재가동시키고, 군사적 긴장과 대립상태로 인한 위협요인들의 해소는 남북군사실무회담 등을 통해 별도로 병행해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가 아무런 태도의 변화도 없이 북에게 최후통첩성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은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논쟁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고압적이고 일방적 태도의 연장일 뿐 대안과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승환 통일전문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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