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왜 자꾸 외국어로 이름 짓나

> 뉴스 > 칼럼&사설

공공시설, 왜 자꾸 외국어로 이름 짓나

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5-07-15 오후 03:23:31  | 수정 2025-07-15 오후 03:23:31  | 관련기사 건


- ‘힐링공원속 어린이 도서관과 벚꽃공원속 어린이 도서관

 

옛 공설운동장에 너무나도 생소한 어린이 도서관이들어섰다.

도서관이란 곳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곳이란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어른 도서관 따로 어린이 도서관 따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어린이 도서관이 만들어 졌으니 그런가보다 할 밖에.

 

그런데 옛 공설운동장에 새 이름을 붙이면서 왜 외국어로 이름을 지었는지 참으로 어이없다. 이름을 지을 때, 사람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시설물이든지 기념할 만한 건축물이나 광장이나 거리 이름을 지을 때는 역사 속 사실에서 가져오든지, 뛰어난 인물을 기념하든지, 대상물 주변 환경이나 대상물 형태를 이용해 이름을 짓기 마련이다.

 

남쪽에 있으니 남산이요, 돌을 쌓아 둔 듯하니 적석산이고 장산 마을에 있는 숲이니 장산 숲, 생긴 모양이 여덟 개 각진 모양을 하고 있으니 팔각정, 연꽃이 많이 피어나니 연꽃 공원, 제정구를 기리니 제정구 공동체, 철로를 깔아 공사를 해서 철둑이란 이야기도 있고, 쇠처럼 튼튼한 둑이니 철둑, 문수보살이 바위틈에 보이니 문수암, 밀물 때에는 잠기고 썰물 때에는 물 밖으로 드러나니 간사지(干潟地 : 간석지로 읽어야 함), 걸어가다 멈추었다고 거류산.....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어느 것 하나 이름을 짓는 보편 원칙을 저버린 것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고성군 행정이 개입돼 이름을 지어놓으면 요상하게 되니 이게 무슨 일인가. 백세공원만 해도 그렇다. 주변에 많은 갈대가 있으니 그저 갈밭 공원하고 불러주면 얼마나 좋은가. 100살 살수만 있다면 그만인가?

 

봄날 그 아름다운 벚꽃 흐드러지게 핀 벚꽃 숲을 두고 힐링이 뭔가 힐링이!

 

지난해 220, 코카콜라사에서 한류열풍을 반영해 한글로 디자인한 코카콜라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국 사람들을 뿌듯하게 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 터이다. 코카콜라 130년 역사에서 특정 국가 언어가 표기된 제품을 판매한 것이 처음이란다. 무섭게 몰아치는 한류 열풍을 내로라하는 세계 상표인 코카콜라마저도 무시할 수 없었던 터였다.

 

그런데 막상 우리는 왜 세계 속에 빛나는 우리 글을 우리 스스로가 천대하면서 남의 나라 글을 받들고 있는가. 세계화? 국제화? 그 좋아하는 글로벌 때문인가? 세계 문화 질서가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 때에 한글을 천대하고 외국어를 받드는 이 해괴망측한 꼴을 왜 공공에서 먼저 보여주고 있는가? 여전히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얼빠진 사람들도 부지기 수인데 왜 공공에서 이러는가.

 

센터, 커뮤니티, 힐링, 비전, 로드맵, 컨설팅, 리모델링, 바우처, 쿠폰, 스마트, 인센티브, 벤치마킹, 마케팅, 실버, 웰니스, 세미나, 워크샵, 팸투어, 오토캠핑, OPEN, 브랜드, 네이밍, 랜드마크, 프리마켓, 네이밍, 챌린지, 버스킹, 클린, 원데이, GO, 이벤트, 클래스, 페스타, DAY, 푸드, 로컬푸드, 글로벌, 인플루언서, 퍼실리테이터, 페스티벌

 

이렇게 40개 정도를 고성군 공무원들이 즐겨 쓰고 있다. 그래, 이렇게 40개 정도만 잘 알면 영어를 잘 구사할까? 장담컨대, 이들 외국어를 지금 고성군청 공무원들이 알고 있는 뜻으로 고질병처럼 쓴다면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기자가 영어영문학과 공부를 하고 졸업해 봤기 때문에 영어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힐링공원속 어린이 도서관이 좋은가 벚꽃공원이나 벚숲공원속 어린이 도서관이 좋은가.

 

양념처럼 우리말 속에 영어 하나씩 끼워 넣는 버릇 빨리 없애야 된다. 이거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아직도 모르고 계속 써대니 참 부끄럽다. 게다가 고성군청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공복, 사회심부름꾼 아닌가. 공공기관에서는 또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국어기본법 제1장 총칙 4조를 보자.

 

4(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국민 국어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역어 보전을 비롯한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상ㆍ신체상 장애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불편 없이 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제발 정책을 생산하거나 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건물을 새로 짓고 나서 이름을 짓고자 할 때 나쁜 버릇 좀 고치자. 첫째 영어로 이름 지을 생각 하지 말 것. 둘째 어려운 한자어로 이름 지을 생각 하지 말 것. 셋째 쉽고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과 글로 이름 지을 것.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 고성인터넷뉴스 www.gsi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 비밀번호 :

칼럼&사설전체목록

공공시설, 왜 자꾸 외국어로 이름 짓나

최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