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행] '장터' -고성장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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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행] '장터' -고성장 제 2 편-

한창식 기자  | 입력 2008-09-26  | 수정 2008-09-26 오전 11:35:05  | 관련기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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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사진기행 “장터” 1편에서 고성장의 유래와 지역적인 특색 등을 넓은 시야로 둘러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시야를 좁혀서, 장터의 주인인 시장상인들을 중심으로 고성장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 고성장 - <객원기자 안양수>


넉넉한 인심에 수줍은 미소


지난 호에 소개한 상설 어시장의 백열등 행진이 끝나는 곳까지 걷다보면 어느덧 골목이 교차하면서 하늘이 열십자로 열리는 자리를 만나게 된다. 그 곳은 자연광이 제법 채광되어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자연스럽다.


필자와 이번 호에서 사진을 담당한 박재우님이 이곳을 처음 찾아 허둥지둥 거리고 있을 때 먼저 인사를 건넨 이가 바로 사진의 주인공인인 "고성횟집"의 주인마님 되시겠다.


어디에서 왔느냐, 카메라가 좋은데 무슨 작품을 하느냐, 심지어 이렇게 이른 시간에 다니는데 아침은 먹었느냐.... 등등 시종 웃는 얼굴로 덩치가 산마한 장정 둘을 친한 동생이라도 만난 듯이 이것저것 물으신다. 인근 마산과 창원에서 왔고, 경남 일원의 재래시장을 돌면서 작품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흔쾌히 촬영을 허락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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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이 횟집을 운영하여 자식들 공부시켰고, 이제는 장성한 자식들 보는 기쁨을 느낀단다. 아주머니에게 한 컷 찍겠다고 말씀드리자 차려입지도 않았는데 하시며 못내 수줍어하신다.


땀 흘리며 생활 하시는 그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말씀드리자,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여가며 생선 비늘을 벗기면서 예의 그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신다.


붕장어 물 좋던 날의 만남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은 묵묵히 칼을 갈고 계셨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물음에도 별 반응도 없으시고, 주위에 계신 분들이 사진의 용도를 대신 물어오길래 답을 해드렸더니, 촬영 허락도 다른 분들이 하신다. 어르신 곁에서 한참을 촬영하고 있자니,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으시던 어르신이 오늘은 붕장어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제일 좋을 때라는 귀띔을 살짝 해주신다.


그리고는 어른 팔뚝만한 붕장어를 도마에 척 걸어놓고는 신들린 듯한 솜씨로 붕장어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후에 깨끗한 물에 헹구어 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숭숭 썰어서는 비닐 봉지에 넣어서 척하고는 기다리는 손님 손에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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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쓰는 솜씨가 워낙 귀신같아서, 박재우님과 나는 얼빠진 사람마냥 멍하니 서서 구경만 했다. 손님이 돌아서자 턱에 주렁주렁 달린 땀을 한 번 훔치신다. 그렇게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분의 발갛게 그을린 팔에서는 연신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아름다운 삼대(三代)


주차장 바로 옆의 노천 시장에는 비스듬히 비치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삼대가 새우를 선별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지긋이 담배 연기를 뿜어가며 한가롭고도 느린 템포로, 아버지는 능숙한 손길로, 손자는 나이에 비해 옹골차게 상품으로 내놓을 새우들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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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처음에 부자(父子)가 길바닥의 생선 궤짝 위에 아침 밥상을 차려서는 함께 먹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같은 또래의 여느 아이들 같았으면 부끄러워 앉아있지도 못할 자리에서 조숙한 아들은 여느 어른들처럼 천연덕스럽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아이의 당당한 모습에 어른인 내가 오히려 주눅이 들고 낯이 부끄러운 이유는 뭘까? 혹시 내가 지금까지 머리로만 이해해온 땀의 의미를 이 아이가 체득했을 것이라는 묘한 열등감 때문은 아닌가?


상인들의 땀방울은 현대 사회에는 오히려 갚진 보석


요즘 항간에는 서울 강남의 땅 부자를 줄여서 `강부자`라는 말을 한다. 목 좋은 곳이나 재개발 지구의 집 사서 다시 되파는 손쉬운 수법으로 한탕을 하고,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기 좋아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갖은 보석으로 자신의 몸을 치장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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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는 달리 재래시장 상인들의 공통점은 자기 몸을 움직여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 만큼만 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회지에 부는 부동산 투기 바람 같은 한탕주의나 터무니없는 요행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다.


이들이 모은 재산이란 바로 벌겋게 그을린 이마에 송글송글 피어오른 땀방울이지 결코 부끄럽게 취득한 아파트나 숨겨둔 땅덩어리도 아니고, 보석상자에 축재해둔 금은보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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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인들은 도회지에 살다가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재래시장에서 다시 활기를 얻는 다는 것은 특별한 무엇 때문이 아니라 상인들이 흘리는 수많은 땀방울의 마력에 의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현대사회에서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보석이란 강부자 집 보석함에서 잠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이들 상인들이 수없이 쏟아내는 땀방울 아니겠는가?


만약, 누군가가 고성이라는 `사람터`가 진정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천혜의 관광자원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장 상인들의 땀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겠는가?


글 : 안양수

사진 : 박재우, 안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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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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