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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1-08-24 오후 04:33:26 | 수정 2021-08-24 오후 04:33:26 | 관련기사 건
얼마 전에도 고성 남산 공원 산책길에 걸려 있는 글귀들에 대해 문제 있다고 지적했던 적 있는데,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나무 판 속에 쓰여 있는 글귀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으니 그대로 두자고 했을 가능성이 아주 짙다.
사실 남산공원 산책길에 걸려 있는 10개 남짓한 나무판 글귀들 가운데 "반갑습니다" 말고는 모두 그다지 쓸모없는 글귀들이거나 잘못 써놓은 글귀들이다. 그렇게 내버려둬도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못 알아먹는 것도 아니니 계속 그대로 둘 심사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글귀들이 공공행정에서 주도해서 쓰게 된데다 그런 문제 있는 글귀들이 앞으로도 계속 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게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문제다. 글을 쓸려거든 제대로 쓰고 또, 이치에 맞는 말을 써야 한다. 아무리 봐도 이런 글귀를 수많은 사람들 앞에 버젓이 ‘자, 보고 이렇게 하시오~!’하고 걸어두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무판 속 "부정적인 언어는 폭력이에요"란 글귀가 무엇이 어떻게 잘 못 됐는가 알아보자.
먼저 "부정적"이라는 낱말을 보면 "부정"에는 不定, 不正, 不貞, 否定 정도의 한자어가 있는데, 그런 한자어 뒤에 적(的)을 붙인 것으로 아마 긍정의 반대말인 否定을 쓴 듯하다. 풀어 말하자면 어떤 사람의 견해나 글, 말 따위에 ‘그렇다’하고 긍정하지 않고 ‘아니다’하고 부정하는 말과 글은 바로 ‘폭력’이라는 것이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거 뭐 웬만큼 글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궤변’이라고 생각할 터여서 더 이상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는데, 그래도 잘 못 된 점을 지적해 공공기관에서 써 내는 글귀들은 최소한 다른 어느 곳보다 올바르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부정적’이란 뜻은 ‘부정의 내용을 갖거나 부정하는 것’을 나타내는 낱말로 긍정적과 서로 반대의 뜻을 갖는다. 그런데 ‘부정적인 언어는 폭력’ 이라고 썼으니 조금 더 풀어보면 부정적인 언어, 곧 ‘아니다’하고 말하거나 글을 쓰면 폭력이라니 긍정만 하라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뭐래도, 장차관이 뭐래도, 국회의원이 뭐래도, 군수가 뭐래도, 동네 이장이 뭐래도 바로 ‘맞다’ ‘그렇다’하고 말하며 조용히 따르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무지막지한 궤변이 어디 있는가. 틀렸는데도? 올바르지 않은데도? ‘예, 예, 녜, 녜, 그럼요~’하고 긍정만 하고 가만히 있을까?
이런 식으로 행정에서 시민을 다스리던 때가 있기는 있었다. 1960년대나 70년대, 80년대 초와 같은 때 공공 행정에서는 시민들을 계몽시켜야 할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행정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면 주억거리고 그렇게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이 시민을 가르치는 시대도 아니거니와 그런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당치도 않은 글귀를 써놓고 시민들을 가르치려 들고 있으니 이 얼마나 꼴불견인가.
또 한 가지 잘못 된 점, ‘부정’ 뒤에 붙은 ‘~적(的)’이 문제다. 이 ‘~적’은 바로 100% 완벽한 일본말로서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글 가운데 하나다. 우리 국민 정서상 일본말을 안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도 크게 무리로 보이지 않지만, 일본말이어서 절대 써서는 안 된다기보다 이놈의 일본말 ‘~적’ 때문에 우리 배달겨레말이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심각하다. 이 일본말 ‘~적(的 てき)은 정말로 심각해서 다음에 한 번 이 일본말 ’적‘으로만 문제 삼아 이야기하기로 한다.
아무튼 사진 속 글귀는 ‘부정하는 언어는~’이라고 말하거나 써야 되는데 ‘부정적인 언어는~’이라고 썼다. 그래서 일본말 ‘~적’을 썼으니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공공행정의 글로서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마지막 한 가지. ‘폭력이에요’라는 곳이다. ’~이에요‘와 같은 끝말은 공공행정에서 쓸 만한 말이 못 된다. 이런 투는 올바른 말법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우리말을 올바르게 써야할 책임을 가졌다. 다듬어 보면 ’부정하는 언어는 폭력입니다‘가 될 것이다. 자,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떤가. 무작정 긍정만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고 그런가. 정말 부정하면 폭력인가? 공공행정이 아직까지도 시민들을 계몽시키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참 문제다.
공공기관이나 행정에서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우리말과 글을 잘 가꾸고 다듬어 나가야 할 책무를 가졌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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