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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3-02 오후 6:38:37 | 수정 2012-03-02 오후 6:38:37 | 관련기사 건
서기호, 백혜련, 박은정 사법연수원 29기 동기들 일 낸다!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정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서울북부지법의 서기호 판사가 2일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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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호 판사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함께 2일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 판사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아야 하는가’라는 입당 기자 회견문을 통해 향후 국회의원이 됐을 때 강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야심차게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경 정치검찰의 행태를 비판하며 검사복을 벗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4.11 총선에서 안산 단원갑에 출마하는 백혜련 검사와 29기 동기다.
또한 최근 나꼼수를 통해 밝혀진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이재호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사실을 폭로해 2일 검사복을 벗은 박은정 검사와도 사법 연수원 29기 동기다.
박은정 검사는 2004년 자위대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의 수사를 서울 서부지법에 고발하고 이를 사법 연수원 기수 후배인 박 검사에게 기소하라는 압력을 넣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 같은 폭로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의혹 제기로 시작되었다. 주 기자는 나꼼수에서 나 의원을 비판한 글을 올린 수많은 네티즌 중에서 이재호 판사의 관할 지역인 주소지에 거주하는 네티즌만 기소를 당해 ‘의도된 기소, 판사가 검사에게 기소 압력’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기자를 되레 나 전 의원 측에서 고소하고 주 기자를 구속 수사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박 검사는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검사 복을 벗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강하고, 이로 인한 뿌리 깊은 병폐가 최근 들어 수면위로 자주 떠오르며 법조인들이 조직을 떠나 정당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법과 원칙, 사회적 약자 배려…우리가 꿈꾸었던 판검사의 길은 험난했다”
서 판사는 이날 입당하면서 백혜련 검사와 박은정 검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서로 간에 판사와 검사로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이심전심으로 통했다”며 “특히 부당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재판 혹은 수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마음가짐 역시 한결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었던 판사, 검사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후배를 지도한다는 미명에 가끔씩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선배 법조인들의 모습에서 실망하기도 했고 국민을 위한 법원과 검찰보다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조직의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개별 판사와 검사를 관리, 통제하려고만 하는 수뇌부의 모습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러한 (사법부의)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심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세 시람은 강제퇴직 당하거나, 사직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도대체 전화를 걸어 기소청탁을 한 김재호 판사는 왜 남고, 양심에 따라 이를 사실대로 밝힌 박은정 검사는 왜 떠나야 하냐? 도대체 몇 명의 젊은 소장 판사, 검사가 더 옷을 벗어야, 이 부러진 법원, 검찰의 행태를, 광란의 칼질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로부터 입당과 함께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던 사실을 밝히면서 “판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가 불의의 강제퇴직을 당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법 개혁을 하고 싶다는 순수한 뜻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이면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자 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 제가 원하는 근본적인 사법개혁이 법률 개정 등 입법 활동과 연결 돼 있고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운동 차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런데 오늘 박은정 검사의 소식을 접하고서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정으로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결정했다.
그는 구체적인 비례대표 순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당에 가입하기로 했다”며 “저의 문제를 비롯해 부러진 화살 영화, 박은정 검사님 사건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법조계 사태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소수 엘리트 관료 법조인들과 보수언론, 청와대 사이의 기득권복합체의 지배체제 유지 차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두어서는 우리나라의 사법근간이 흔들리고, 국민들의 사법 불신은 더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기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저는 전국적 조직을 갖춘 정당 활동을 통해 그리고 가급적이면 국회의원이 돼 뿌리 채 헤집어서 근본적인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나서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향후 “민주당 백혜련 검사를 만나 박은정 검사 사태에 대해 공동 대응 방침을 논의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사법개혁과 함께 검찰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재임용에서 탈락하면서 큰 고난을 당할 당시 박은정 검사는 서 판사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자를 보내 위로했던 사실도 전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사법부의 병폐와 불신을 날 것으로 드러낸 영화 ‘부러진 화살’, ‘박은정 검사 사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시위대 재판개입’ 등 사법부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을 언급하며 ‘우리사회가 어떻게 나가가야 하냐’라는 부분에 대해 그간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 점이 정치인으로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됐음을 밝혔다.
한편,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할 당시 법원은 3년 만에 이례적으로 판사회의를 여는 등 사법부의 많은 문제를 수면위로 본격화 시켰다.
이러한 장본인의 가장 왼쪽이며 진보적인 정당에 입당함으로서 서 판사 인생의 서사성 뿐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도 도드라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민주당도 최근 당에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운 법조인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백혜련 검사, 송호창 변호사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언주 변호사사와 임지아 변호사도 소장파 법조인 출신이다.
2일 입당한 조근행 변호사도 행시와 사시를 모두 패스한 각료와 사법부를 두루 거친 이력을 지니고 있고, 김도식 전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최근 검찰과 수사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권력기관장 출신이다.
이러한 법조계 인물들의 정치권 영입이 여와 야를 막론하고 사법 4.11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확보했을 때 검찰과 사법부에 드리워질 개혁의 칼날 예고편이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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