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오늘, 이준 열사의 순국을 추모하며..헤이그 밀사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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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오늘, 이준 열사의 순국을 추모하며..헤이그 밀사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7-14  | 수정 2007-07-14 오후 7:18:17  | 관련기사 건

100년 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일제와의 치욕스런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황제의 친서를 가슴에 품고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로 떠났다가 분사(憤死)했던 이준 열사의 추모일을 맞아 열사의 마지막 남긴 글, 겨레사랑과 나라사랑의 절절한 마음이 베어있는 「한국혼의 부활론」을 실었습니다.

 



「한국혼 부활론」 - 이 준 -


인간이 살았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죽었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인가? 모름지기 혼이 있는 때를 살았다 말하고 혼이 떠난 때를 죽었다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라가 흥하고 망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친 것이며, 성하고 쇠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친 것인가? 백성이 나라를 위하는 정신이 있는 때는 흥하고 성하는 것이요. 그 정신이 없는 때는 망하고 쇠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으로서 영혼이 한 번 간다하면 어떠한 명의(名醫)가 있다할지라도 다시 살릴 재주가 없을 것이요. 만일 나라로서 정신이 한 번 흩어진다 하면 어떠한 큰 정치가가 있다 할지라도 바로 잡을 방책이 없을 것이다.


이제 어떤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 하자.


그를 사랑하는 부모는 그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 것이요, 그를 위하던 아내는 그 남편 앞에 엎드려 통곡할 것이며, 그에게 의탁하던 아들과 딸은 그 아버지를 부르며 몸부림을 칠 것이요, 그 친한 벗들은 한숨을 쉬고 눈물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정이 간절할 것이다.

이때를 당하여 그 부모, 그 아내, 그 자녀, 그 벗들의 지극한 정리와 정성을 만일 천지가 눈이 있어 능히 보고, 만일 귀신이 있어 능히 듣는다 하면 분명코 감동됨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사랑의 마음이랴. 그러나 그는 명명유유(冥冥幽幽)한 속에 영원히, 영원히 길이 잠이 들어 깨어날 줄을 모른다. 그 얼마나 무정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무정한 것이 아니요 그 사람의 혼이 무정한 탓이다.


가령 여기에 허수아비를 가져다 두고 아침마다 일깨우며 “너는 말하여 보라, 너는 말하여 보라” 하면 그 허수아비가 능히 말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여기에 우상을 가져다 두고 저녁마다 충동질 하며 “너는 달려 보아라, 너는 달려 보아라” 말한들 그 우상이 능히 달릴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은 모두 안 될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설령 죽었다 할지라도 본래부터 우상이나 허수아비는 아닌 이상 아직도 혼의 자취가 아주 끊어지지 아니하였으면 슬픈 울음과 애끊는 소리에 다시 머리를 들 수 있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라도 본시 우상도 아니오 허수아비도 아닌 이상 설사 참혹한 액운에 빠졌다 할지라도, 어찌 다시 솟아날 수가 없으랴.


아! 나의 사랑하는 우리 동포들이여!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모두 안다할진대 다행이려니와 만일 모른다 하면 어찌하여 감각이 그다지도 둔하단 말인가.


여기에서 나는 비록 그 길이가 세 치에 지나지 못하는 혀(舌)끝만은 온 나라를 향하여 큰 소리로써 우리 한국혼을 불러야 하겠다. 반드시 불러내야 하겠다.


동쪽을 향해서도 우리의 한국혼을 부르고 서쪽을 향해서도 우리의 한국혼을 부르며, 남쪽을 향해서도 우리의 한국혼을 불러내고, 북쪽을 향해서도 우리의 한국혼을 불러내야 하겠다.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반만년 동안에 금수강산으로 집을 삼고, 이천만 민족으로써 식구를 삼아 엄연한 독립의 나라로서 서로 전하여 감히 강한 나라가 업수이 여기려는 것을 용납치 않고서 살아오지 아니하였는가.


너는 일찍이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기묘한 계교와 신기한 방책으로 나타나 수(隨)나라 양제(煬帝)의 백만 대군을 깨뜨렸고, 안시성주(安市城主) 양만춘(楊萬春)장군의 화살에 나타나 당(唐) 나라 태종의 눈을 맞혀 꿰뚫었으며, 혹은 신라의 장성(長星)이란 칭호가 있는 김유신 장군의 보검(寶劍)에 나타나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거만한 것을 꺾었고,


혹은 고려 윤관(尹瓘)의 말에 나타나 만주(滿洲) 뜰을 휩쓸었으며, 혹은 서희(徐熙)의 담력에 나타나 여진을 몰아내었고 혹은 강감찬의 장략(壯略)에 나타나 거란의 소손녕(蕭遜寧)을 내몰았으며, 혹은 발해 태조 대조영의 웅도(雄圖)에 나타나 당나라를 대항케 하였고, 혹은 이조의 이순신 장군 거북배에 나타나 왜적을 때려 물리쳐 우리의 역사를 천추에 빛내게 하지 아니하였는가.


이렇게 거룩한 한국혼이여! 이렇게 웅장한 한국혼이여!

네가 오늘 어디서 잠이 들고 있는가?

노쇠(老衰)한, 탓인가 멸패한 탓인가.

장차 파란(波蘭)의 복철(覆轍)을 밟으려하는가.


인도의 전감(前鑑)을 보지 못하는가.

노년(老年) 이태리(伊太利)와 같이 장차 갱소년이 되는 날을 맞이하려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북미 신대륙과 같이 두 번째로 건설이 되려는 때를 맞이하려 하는가.


천년이나 오래 잠이 든 사자가 과연 깨어날 기회를 맞이하려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장경성(長庚星)이 과연 다시 비치려는 운수를 가져오려 하는가.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네가 그 노론(老論), 소론(少論), 남인(南人), 북인(北人) 등 사색편당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는가.


네가 그 시(詩)와 부(賦)와 표(表)와 책(策)을 읊조리기에 흩어지고 말았는가.

네가 그 벼슬의 공명심 때문에 부서지고 말았는가.

네가 그 머뭇, 머뭇이 지내는 통에 파묻히고 말았는가.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네가 하늘 위에 있는가. 네가 땅 아래에 있는가.

네가 어느 관청이나 어느 마을에 있는가.

네가 어느 당(黨)이나 어느 회(會)에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기운이 빠진 늙은이 축에 끼었는가.

어리고 젊은 청년 틈에 섞이어 있는가.

장차 어느 때를 기다리어 깨이려 하는가.


저 옛날 이태리(伊太利)의 혼이 일찍부터 무덤 속에 파묻히어 몇 천 년 동안 끙끙거리고 있다가 별안간 청년 이태리에 뛰어 맛치니(瑪志爾)가 생기고, 가리발디가 났으며, 카부르(加富伊)가 점지되어 옛날 로마의 영광을 회복하였고, 또한 옛날 혁명군의 단독 힘으로 프러시아, 오지리 등 동맹국에 대항하여 백번 싸워도 굽히지 아니한 것은 불란서의 혼이요, 십삼주(十三洲) 땅으로써 새로 나라를 세우고 영국의 백만 대군과 싸워 팔년 만에 성공한 것은 미국의 혼이며, 저 조그마한 몇몇 개의 섬으로써 바다의 패권을 잡고 있는 것은 영국의 혼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 소위 삼세상(三世相)이 있어서 어떠한 나라를 막론하고 혼이 없이 그 나라를 잘 만들었다는 것은 일찍 들어보지도 못하였고 장차로도 들어보지 못할 것이다.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지금 너는 어느 곳에 있는가!

몇 몇 천년 동안 대대로 전해 온 혼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는가.

이천만이 다 같이 하늘에서 받은 혼이어늘 하룻밤에 흩어졌는가.

아무리 불러도 막막히 움직이지 않고, 냉냉히 온기가 없이 한 끝의 신경도 까마득히 감각되는 조짐이 보이지 아니함은 유감된 일이란 것보다 통탄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반만년 내려오는 중간에 공포의 역사가 무릇 몇 번이었던가.

장차 쌓이고 쌓인 모닥불이 일어나도 가의(賈誼)와 같이 올 줄을 모르며, 한밤중에 닭이 울어도 조적(祖狄)과 같이 일어나 춤출 줄 모르고, 필경 우리나라로 하여금 슬픈 지경에 빠지게 하였음은 무슨 일인가.

여기에 이르러도 네가 오히려 부끄럽지 않으며 여기에 이르러도 네가 오히려 두렵지 않는가.


슬프다!

오백년 동안 문을 닫고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꽃이 피면 봄인 줄 알고, 잎이 지면 가을인 줄 알며, 해가 나면 낮이요, 달이 뜨면 밤인 줄만 알았고, 밭을 갈아 먹을 것을 얻고 우물을 파서 마실 물이 생기면 강구연월(康衢烟月)의 세상인 것을 노래하며, 책상 위에 놓인 역사책은 다만 통감강목(通鑑網目) 등 몇 권이요 그 희망하는 바는 다만 진사급제 한 가지 뿐이요 일생의 사업이란 것은 벼슬하고 부자가 되겠다는 것뿐이다.


또한 그 듣고 본 것이란 것은 돌구멍(城內) 안에 그쳤고, 그 사색(思索)이란 방 안에 잠기어 아무런 찔림도 없고 아무런 감동도 없이 그저 그대로 아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이 살아 왔을 뿐이었던가.

그렇다. 이에 만일 네가 모른다 하면 책망할 길 없겠다.


그러나 임진의 왜란이며 병자의 호란(胡亂)을 네가 어찌 머리를 돌이켜 보지 못하며 병인양요(丙寅洋擾)와 신미사건(辛未事件)을 네가 어찌 귀를 기울여 듣지 못하였으며, 병자통상(丙子通商)과 임오군란(壬午軍亂)에 네가 어디 있었으며 갑신정변과 갑오경장에는 네가 어디로 갔던가.


모름지기 팔도강산이 물 끓듯이 움직이게 된 그 급하고 위태한 형세가 이웃나라의 못된 비평을 빗발같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오히려 주저하던 그 버릇이 여전하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던 그 버릇이 변하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이 웬 일인가.


서울에 있는 관원들은 주사(主事)와 의관(議官)의 갑을 따지고, 시골의 선비들은 사람과 짐승이 다르며, 화(華)와 이(夷)가 다르다는 것만 논란하고, 정계의 파란은 와각(蝸角)의 투쟁이 쉴 새 없고, 지방의 정상은 생령(生靈)의 비명이 그칠 새 없음은 이것이 웬일이랴.


그래도 산정(山亭), 수각(水閣)에는 승평재상들이 편히 눕기만 일삼고, 은익한 현실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남아(憂國男兒)가 끊어지려 하니 이것이 무슨 대상의 현실이냐.


이렇게 저렇게 하는 동안 세계 지구의(地球儀) 가운데서 우리 한국의 한자리의 옛 자취를 잃어버리게 되니 참으로 슬프다.


우리 한국의 혼이여! 너는 조국의 부끄럼을 잊어버리고 말려는가.


지난 일은 차마 들을 수 없고 차마 말할 수 없다.

다만 눈물이 펑펑 흐르고 슬픔이 용솟음 칠 뿐이다.

그러나 오는 일에 대하여는 오히려 될 만한 성질이 없지 아니할 것이다.

어찌하여 장래의 희망을 바라보고 용맹스럽게 살피지 아니하는가.

우리의 혼이 한 번 또 한 번 빼어났다 하면 자유도 될 수 있고 독립도 될 수 있는 것이다.


(1) 한국의 혼이여!

너는 독립의 혼이 되고 노예(奴隸)의 혼이 되지 말라!


(2) 한국의 혼이여!

너는 자유의 혼이 되고 견마(犬馬)의 혼이 되지 말라!


(3) 한국 혼이여!

지금 너는 새는 배(船) 가운데 있다. 닻줄과 노(櫓)를 놓지 말지어다. 한 번 마음을 놓으면 풍랑(風浪)이 두렵다.


(4) 한국혼이여!

지금 너는 험한 비탈에 있다. 조심하여 헛디디지 말지어다. 한 번 실족하면 땅에 깔린 가시 덤불이 두렵다.


(5) 한국혼이여!

너는 평안히 앉지 말지어다. 평안히 앉기만 하고 용맹스럽게 뛰지 못하고 너를 그물질하려는 놈, 너를 끌려고 하는 놈, 너를 밀어내는 놈, 너를 넘어뜨리려는 놈이 수없이 와서 너를 해치리니 이를 어찌 할 것이냐.


(6) 한국혼이여!

너는 모름지기 단결하며 헤어지지 말지어다. 헤어져서 단결이 못되면 너를 쏘려는 놈, 너를 찌르려는 놈, 칼을 가진 놈, 총을 멘 놈들이 모두 와서 너를 해치리니 이를 어찌 할 것이냐.


슬프다 한국혼이여!


너는 이미 살아온 지가 사천년이 넘었도다.

그리하여 청국, 일본, 영국, 미국, 법국, 덕국, 그 여러 나라가 혹은 너의 후진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그들은 우리를 평등으로 대접하지 않고, 그들은 우리를 벗으로 불러 주지 아니하니 이러한 부끄럼이 어디 또 있을 것인가.

친구로 대접하여 주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호랑이도 되고 사자도 되고 승냥이도 되고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니 두렵지 않고 무엇이 두려울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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