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지방선거 이후 4대강사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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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지방선거 이후 4대강사업의 길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0-07-08  | 수정 2010-07-08  | 관련기사 건

여론이 반드시 정의를 대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론은 때로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여론은 가변적이고, 따라서 불완전하다. 그러나 종교적 사안이나 철학적 논쟁 등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라, 사회기반 시스템을 선택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면 여론은 불안정한 속성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지표를 제공해준다.


6월 2일의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실시된 여론조사(중앙일보 2010.6.8)에 따르면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승리한 까닭에 대해 응답자의 79.2%는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의 잘못`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응답자의 11.2%만이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나아서`(8.8%), 그리고 `민주당 등의 야당이 잘해서`(2.4%) 여당이 참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5.6%는 선거결과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며, 이들 중 74.5%는 세종시나 4대강사업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심판이라고 답했다. 결국 다수의 국민들은 세종시 사안이나 4대강사업의 독단적인 추진에 관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결국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된 이 시점에서 뚜렷이 남아 있는 범국민적 메씨지는 `4대강사업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한국일보 2010.6.10)에 따르면, `규모의 축소나 속도의 조절`(46.8%), `사업의 중단`(32.6%) 등 사업의 수정이나 반대를 요구하는 의견이 79.4%에 이른다.


이러한 결과는 부차적인 혼란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쾌하고 확정적인 국민의 주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이 야당의 승리와 여당의 참패라는 정치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인천시장, 충남도지사, 경남도지사, 강원도지사 등은 선거과정 중에 4대강사업 반대의사를 밝혔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공사의 중단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와 더불어 토목 및 환경 영역의 공학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행정 및 법적 검토도 철저하게 진행하여 4대강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충남도지사와 경남도지사는 국토해양부에 공사를 일단 중단할 것을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또한 4대강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현재의 공정을 고려한 대안 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사가 진척되어 중단할 수 없다고?


정부와 여당은 4대강사업을 중단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중단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가지 사항(공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보 공사는 4대강사업 중 가장 두드러지게 진척된 공정이다. 이 상태에서의 공사 중단은 이미 투입한 예산의 회수 불가능과 철거 관련 추가비용의 발생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의 철거에 드는 비용은 공사 진행이 강행될 때 발생하는 사회비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진척된 공사비와 철거비의 합산액도 완성된 보 등의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과 생태환경의 보존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준설공사의 경우, 보 건설공사 주변지역을 제외하고는 공사가 그다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홍수에 대비한 통수단면(通水斷面, 유수가 흐르는 곳의 횡단면적) 부족구간에 대한 준설은 계속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사의 중단이나 취소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


생태하천 조성공사는 각 공사구간마다 매우 유사한 조경공사가 계획되어 있어 생태하천 조성이 아니라 이른바 `하천공원 조성` 공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다른 사업, 즉 하천부지 내에 있던 농경지를 정리하여 생태습지 등으로 변경하는 사업은 지속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도로 공사는 현재 착공된 구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


지자체에 주어진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


한편 4대강사업은 대부분 국가하천 규모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작 직접적 이해가 맞닿아 있는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의 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미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로, 계약 해지권이다. 광역자치단체가 협약에 의해 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구에 대한 공사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공사의 일시적 중단이 가능하다.


둘째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확인되는 경우 환경부장관에게 공사 중단이나 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문화재지표조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셋째로, 공사 관리감독권이다. 농지 및 산지의 전용 등은 광역단체장의 허가사항이므로 준설토를 사용한 농지 리모델링이나 산지 복토를 위해 필요한 전용 등의 승인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준설토 적치장은 기초단체장이 허가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이나 소음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준법공사를 유도하면 공사는 지금처럼 속도전식으로 진행될 수 없다. 하도(河道) 준설과정에서 오탁방지막이 유명무실화되어 하류로 부유물질과 토사 등이 유출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시체계를 동원하여 공사 중지와 기준 준수 등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사업의 방향전환을 위한 전방위적 모색


4대강사업 중단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공사의 진척 정도이다. 즉 이미 진행된 공사와 그에 투입된 예산이 4대강사업 중지 요청에 맞서는 또 하나의 대립요소인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4대강사업과 관련하여 광역자치단체장이 가진 행정적 권한은 제한적이며, 따라서 이러한 권한 행사가 4대강사업을 저지하거나 방향을 수정할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않는다.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밖의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현실적인 방안은 4대강사업의 건전한 전환을 요구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각 사업의 속성을 고려하여 지속 필요성과 중단 필요성에 따라 분류하고, 중단해야 할 사업에 대해서 더욱 적합한 대안을 검토하거나, 사업의 전환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보 공사의 중지와 철거, 불필요한 구간의 준설 중단, 자전거도로의 축소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을 활용하여 지류하천(지방하천과 소하천) 유역의 종합적인 복원 및 정비, 하구 둑의 개선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대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4대강사업 예산의 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사업항목을 조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보를 철거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의 중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민들의 반발, 적치장 허가의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의 해결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주민들에게 4대강사업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의 의사를 명료하게 반영하는 민주적인 여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균형 잡힌 여론을 통해 얻어지는 강력한 힘은 우리 사회를 이끄는 긍정적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런 에너지가, 작년 초여름에 발생했으나 아직까지도 완료되지 않은 충남 논산천의 수해복구사업과 무리하게 강행되는 4대강사업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가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결합되어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견고한 기초가 될 것이다. <창비주간논평>

 

허재영  

 

저자 소개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일본 오오사까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저서로 『수리학』 『하천공학』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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