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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0-09-30 | 수정 2010-09-30 오전 8:45:37 | 관련기사 건
중국 창·지·투 개발에 대해
북의 조선로동당 3차 당대표자대회가 국내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뜨거운 이슈다. 하지만 권력세습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확실하다. 당장 북한의 변화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중관계, 특히 북중 경제협력이라는 변수다.
작년 11월 중국정부가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북중경협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에서부터 북중간 전통적 동맹관계가 부활하고 있다거나, 북한경제가 중국에 종속되고 있다는 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중관계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경제협력을 2001년 북한의 신의주특구정책이 좌초됐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북한 변화 좌우할 북중경협
당시 중국은 신의주특구장관에 임명된 화교 사업가 양빈(楊斌)을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중국정부는 양빈의 체포를 사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 해명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한반도정책을 담당하는 중국 관리는 한 회의에서 접경지역 내에 도박장 같은 유흥사업을 하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또 다른 이유를 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랴오닝성(遼寧省) 내부의 권력 갈등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중국과 북한이 모두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했고 이것이 신의주특구사업을 좌초시킨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양국의 움직임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창·지·투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북중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창·지·투 개발의 주요 거점도시들을 방문한 것이 심상치 않다.
이 중국 방문이 후계자에 대해 중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인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후계자와 함께 중국 동북지역 전체를 돌아다닐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에 경제협력이 이 방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최근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일차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창·지·투 개발계획의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두만강유역 개발사업을 중앙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채택하고 그 대상지역을 훈춘(琿春)이라는 변경도시에서 창춘(長春), 지린(吉林)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동해로 진출하기 위한 출로를 확보하고자 두만강유역 개발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2003년 개혁개방 시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동북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동북진흥전략을 발표한 이후 그 적극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이 사업을 주로 지린성정부가 주도하면서, 재원을 마련하고 북한 및 러시아와 국가간 협력을 추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이 선점했다고 알려진 북한 나진항 부두 운영과 개발도 2008년 러시아에 먼저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재원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되고 국가간 협력, 특히 북한과의 협력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 추진하는 중국
중국이 추진하는 창·지·투 개발계획은 이처럼 상당한 내적 동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1990년대 초에 거창한 구상만 내놓고 실질적으로는 추진되지 못했던 두만강유역 개발사업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 이미 중국의 철도와 도로망이 북한의 국경까지 연장되었으며 곧 북한 내의 철도, 도로로 이어질 기세다. 이는 우리에게 위협이자 기회다.
북중경협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토적 야욕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다. 그렇지만 수수방관할 일은 아니다. 남북경협이 진전이 없거나 사실상 후퇴하는 마당에 북중경협이나 북중러경협만 진전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균열을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적인 불이익도 적지 않다.
자원문제가 대표적이다.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진출하는 마당에 북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다. 철도의 경우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까지 고속철도를 연장할 계획인데, 중국의 표준에 따라 북중철도가 놓일 경우 장기적으로 남북철도 연결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북중경협과 남북경협 사이의 불균형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불이익은 증가할 것이고, 한반도경제권의 형성도 멀어질 것이다.
동북아경제협력 진전시킬 기회
다만 중국이 두만강유역 개발을 북중 협력이나 북중러 협력이라는 틀에 가두기보다 남한, 일본, 미국 등 역외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방적 지역협력으로 진행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가 참여할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이는 한반도경제권의 형성과 동북아경제협력의 새로운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의 동해안 협력과 두만강유역 개발과 연계시키는 전략적 구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과거 남북경협은 주로 서해안 지역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동북아협력과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두만강유역 개발과 남북의 동해안지역에서 협력을 연계시키는 것이 더 유효할 수 있다. 우선, 이 지역은 북한의 정치적 중심에서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북이 과감한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둘째, 중국, 러시아, 남한, 북한 사이에 윈-윈협력이 용이하며 일본이 참여할 경우 환동해경제권 형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교통협력, 자원협력, 관광사업 등을 강화해 역내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대북정책과 동북아경제협력 구상에 대한 무관심으로는 이런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이남주(李南周)
196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및 뻬이징대학 정치행정관리학 박사과정 졸업.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저서로 『중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특징』 『동아시아의 지역질서』(공저) 등, 편서로 『이중과제론』(창비담론총서 1)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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