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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4-17 | 수정 2012-04-18 오전 7:41:18 | 관련기사 건
당신에게 배려와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새누리당 제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이 자스민 후보가 공인으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정치부 김현정기자
이 자스민 후보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민 여성의 표본이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대학 재학 중 한국으로 시집와 두 아이를 낳고 한국에 뿌리 내리며 살 던 와중 그 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사연은 그녀 개인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선을 넘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온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후보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15번에 배치되고 4.11 총선을 통해 당선자로 최종 확정 되는 과정에서 결혼 이주민 여성 문제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의제를 우리 사회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되고 나서 수많은 논란 중 국가 공인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검증 단계에서 큰 흠결 사유로 드러난 학력 위조 논란을 스스로 자처한 데 대해서 제대로 된 해명 한 번 없었던 이 자스민 후보가 국록을 먹는 국가 공인 중의 공인인 국회의원의 자질을 스스로 갖췄다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
한국사회 학력만능주의 풍토 십분 이용해 만든 ‘엄친딸 이미지’ 학력 거짓말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했나?
그녀는 지난해 11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 “필리핀 대입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아 의대에 진학했다”며 “재학 중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학업을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그녀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서류의 최종 학력에 필리핀 ‘아테네오데다바오 대학 생물학과 중퇴’라고 기재했다.
그녀가 공영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던 학력 논란은 스스로 자초 한 셈이다.
누리꾼과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그녀는 “내가 다닌 아테네오데다바오대의 자연과학부는 대부분 학생이 의대를 지망하는데 한국의 의예과 개념으로 분류 된다”며 “내가 이런 과정을 모두 설명하면 모두 의대를 다녔던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납득이 가지도 않는 해명일뿐더러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해명이란 느낌을 지을 수 없는 발언이다.
필리핀은 학부에 의대 과정이 없으며 관련 기초 학부를 졸업하고 ‘NMAT(National Medical Admisstion Test)필리핀 의과대학원시험’을 치고 각 대학이 원하는 기준 점수 이상을 받아야 의대에 정식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필리핀 의과대학원시험’을 치지도 않은 사람이 의대를 다녔다고 했는데, 그걸 필리핀 교육 체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의 잘못으로 돌린 또 다른 ‘남 탓’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더불어 그녀의 학력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새누리당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이 후보가 필리핀 의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한 것이 아니”라며 “새누리당은 이 자스민 후보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100만이 넘는 외국인과 16만이 넘는 이주여성을 대변하게 하고 싶었다”고 엄호했다.
여기에 대해 새누리당의 이중 잣대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국민의 정부시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고 김대중 대통령이 임명한 장 상 총리서리에 대해 학력 위조 논란을 키우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융단폭격을 퍼 붓고, 끝내 총리 임명동의안을 채택하지 않았던 사례를 잊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필리핀 미인대회 입상자 출신 명문대 의대생 소위 말해 ‘엄친딸’이미지를 키웠던 것은 이 자스민 당선자 그녀 자신이었다.
그 저변에는 학벌을 중시 여기는 교육열이 과다한 대한민국 사회의 숨겨진 열망도 작용했으나 이를 이용한 것은 이 자스민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 자신이 이주결혼여성들과 차별화 하면서도 다문화가정인 점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주민 출신 여성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는 소설 같은 일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다른 이주결혼여성처럼 시골 노총각에게 시집온 여성이나, 수많은 이주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더라도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까지 당선 될 수 있었을까? 향후 20년 안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공인으로서 책임의식은? 자질은?
그렇다면 허위 사실을 공표한 데 따른 공인으로서 책임도 응당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인으로서 거쳐야할 검증도 철저하게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녀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온정과 배려는 필요하지만 그녀가 공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책무까지 온정과 배려 차원으로 그냥 넘겨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국민들이 그녀에게 바란 건 제대로 된 해명과 거짓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였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조차 없이 얼기설기 얽혀 놓은 사실관계가 금세 들통 나는 순간 모면하기 바쁜 변명이 아니다.
또 한국 문화, 법안 발의가 주 업무에 해당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능력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췄다고 생각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국민이 주는 혈세를 받아먹는 공인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 공인으로서 어떤 식으로서 답을 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자스민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SNS와 온라인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일부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인종차별적 성격의 발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자스민 후보가 원인을 제공한 자신의 이력을 과대 포장한 부분에 대한 논의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지난 16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이 자스민 당선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내지 SNS 상에서의 공격이 도를 넘어선 상태”라고 이 당선자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황 대변인은 또 “미등록자나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에게도 최소한의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권고사항”이라며 “다문화 가정을 보호하고 그 분들의 인권을 보살피는 것은 소수자를 배려하는 인권국가로서 반드시 실행해야 할 규범”이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우리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불법체류자로 인해 대한민국 원주민들은 각종 성폭력과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는지 묻고 싶다. 자국민 보다 이주민 보호가 더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족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되고 시신조차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수원 여대생 사건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노동자에게 윤간을 당한 군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피해자와 외국인노동자 우범지대로 전락해 내국인들이 낮에도 길거리 지나가기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안산 단원구 공단 지역 문제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국록을 받아먹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의혹 제기가 단순히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이자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로 치부하면 그만인지 묻고 싶다.
기자들에게 질문하라고 불러 놓고는 자기 할 말만 하고 간다?
17일 이 자스민 후보가 국회에서 최근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일방적으로 할 말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돌아선 태도를 보면 새누리당이 그토록 강조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소통이 당사자에 의해 차단되는 형국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만한 태도로까지 비춰진다.
이상일 대변인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자스민 당선자가 지금 정론관 복도에 서 계시다”며 “궁금한 것이 많으실 텐데 이 당선자에게 질문하실 것이 있으면 복도로 나와 달라”고 취재 협조를 부탁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이고 또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장본인인 만큼 궁금한 게 국민 뿐 아니라 기자들 또한 많았으리라.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 나가 서 있는데 이 자스민 당선자는 기껏 기자들 불러 모아 놓고 카메라 앞에서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서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이 자스민 당선자는 “한국에서 살면서 많은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다른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이번 일로 상처 받게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번 일로 대한민국의 포용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 마디 물어 보려고 따라가는 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의사가 없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럴 것이면 대체 뭣 하러 이상일 대변인은 정론관 기자실 마이크에 대고 공공연하게 기자들에게 취재 협조를 요청하며 복도로 불러 세운 것인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자스민 당선자가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아이들에게)웬만하면 신문을 읽지 말라고 하죠”라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고 하니 이 당선자의 언론에 대한 관점이 어떤 대목인지 알만한 대목이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별 탈이 없다면 장차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인데, 그렇다면 더 더욱이 신문 등 언론과 접촉이 잦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전반을 반영하는 신문을 단지 자신과 관련된 안 좋은 글이 실린다고 하여 보지 말라고 하니,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종의 피해의식이 쌍방향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에 대한 쓴 소리에는 아예 눈 막고, 뒤 닫아 버리는 방식을 택한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과 소통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일방적인 하달 식의 의사 표현만 할 줄 아는 국회의원이 앞으로 국민과의 소통은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자스민 당선자에게 배려는 합리적 차별이지 일방적인 봐 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합리적 차별이란 그 동안 같은 조건하에서 배제 혹은 차별 받아 왔던 집단에 대한 혜택을 통해 원천적인 차별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지, 다르다는 상황 그 자체만으로 일방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배려는, 소통은 일방적 호혜가 아니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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