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성군 보건소는 복마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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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성군 보건소는 복마전인가?

한창식 기자  | 입력 2012-06-03  | 수정 2012-07-23 오전 10:58:02  | 관련기사 건

고성군 보건소에서 얼마 전 일어난 해프닝은 고성군 보건소의 현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이미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두 명의 고성군 보건소 여직원이 사적인 견해차로 다툼을 벌였다는 것인데, 문제는 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어떻게 행정의 최고책임자에게까지 들어가 발끈해서 ‘당사자들을 중징계하고 읍면으로 보직하라’는 엄한 질책이 내려졌는가 하는 문제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보건소라는 곳이 일반 행정직보다 상대적으로 자리 이동이 뜸할 수밖에 없는 보건직렬 공무원들이 있는 곳이어서 진급을 위해 그야말로 사활을 건 투쟁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고, 서로 질시하고 꼬투리 잡고 진급을 위해 여기저기 연줄을 댄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일은 그야말로 가십이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을 마치 중죄를 지은 죄인 취급하며 자체감사 활동도 벌이기 전에, 인사위원회 권고도 들어보기도 전에 최고 책임자가 ‘당사자들을 중징계하고 읍면으로 보직하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오히려 더 이상하다.

 

마치 이번 일의 당사자들을 희생 삼아 마치 복마전 같은 고성군 보건소 내부의 고질적 병폐를 덮어버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복마전 같은 고성군 보건소 문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고성군 보건소가 이지경이니 제대로 의견을 내고 바른 길을 가려해도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일을 풀어보려 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면서 십년 전 감정이 예사로 표출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의회에도 물어본다. 고성군 의회에서도 업무시간 외에 두 여성공무원이 사적인 감정으로 다툰 것이 정말로 중징계를 당하고 읍면으로 쫓겨나야 될 그런 사안으로 보는지. 군수와 마찬가지로 발끈해서 ‘당사자들을 중징계하고 읍면으로 보직하라’고 해야 할 사안인가 말이다.

 

마치, ‘그래 이제 잘 걸렸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두르는 형국 아닌가.

 

이들의 죄질이 지역주민을 두들겨 패거나 ‘예산 남용’이나 ‘오용’ ‘공금횡령’ ‘유용’ ‘금품수수’를 해 중징계를 받을 만한 그런 내용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이러한데도 현상만 보고, 그것도 침소봉대해 중죄인 마냥 취급해 열심히 공직생활해온 그들을 벌해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긴다면 그 대가도 상대적으로 아프고 클 수 있다. 왜, 남아있는 공무원들이 아직 수두룩하고 우리 사회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사람이어서 사적인 이유로 다툴 수 있고 치고 박고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업무시간 끝난 뒤, 둘이서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어느 한 곳에 들어가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인 이상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라고 뭐 죽어서 사리가 몇 개씩 나와야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이런 둘 만의 다툼을 기어이 군수의 귀에 들어가게 해 군수가 듣자마자 노발대발해서 ‘당사자들을 중징계하고 읍면으로 보직하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도록 조직적으로 확산시킨 고성군 행정조직의 내부가 문제인 것이다.

 

들어보면 이들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공무원에 들어와 20년 이상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중간간부 수준의 실력을 쌓고 있는 사람들인데다 업무수행의 우수성으로 여러 곳으로부터 많은 수상경력도 있고 자신의 업무로 질책을 당하거나 민원제기도 한 번 당하지 않은 우수한 공무원들이고 게다가 업무와 관련해 비리혐의도 없는 평가받을 만한 공무원들이다.

 

국가도 이런 공무원을 길러내기까지 많은 투자가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공무원이 일상적으로 감정싸움을 해 오던 것도 아닌데다 업무 시간 이후 그들만의 공간에서 사적이고도 순간적인 감정을 일으켰던 것을 두고 중죄를 지은 죄인마냥 몰아 부친다면 나머지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는 어떡하나.

 

이틀 뒤인 5일이면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인사위원장인 부군수를 비롯한 고성군 행정 측에서 4명, 외부에서 4명이 참여해 <업무시간 지난 오후 여섯시 경, 고성군 보건소 여성공무원 둘이서 사적인 일로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다투었던> 일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갖는다.

 

만약 외부인사 4명이 이번 건이 인사위에 회부 될 사항이 못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 미리 다른 강도의 징계를 작정 해놓고 벌이는 인사위원회는 아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누가 며칠 전 그랬다. ‘마녀사냥식 접근은 안 된다’고.

 

 

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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