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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2-07-23 | 수정 2012-07-23 오후 4:49:39 | 관련기사 건
조금 한가함을 느낄 때는 역시 소설이 최고다. 막간을 이용해 읽기 시작하다가 재미에 빠져 자정 훨씬 넘기고 책장을 덮을 때쯤 감동에 뒤척이며 날을 새우곤 한다. 이것이 소설 읽는 재미다. 더군다나 한 열권쯤 넘는 장편소설은 그 감동과 여운을 한참 남겨두곤 한다.
조정래의 소설들이 그랬다. 태백산맥으로 시작돼 아리랑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장편소설, 이를 대하소설이라고 했다. 젊은 날 심장을 뛰게 했던 조정래의 신작‘허수아비 춤’은 다행이도 단행본이다. 한권으로 돼있다. 잠시 여유가 생길 듯 해 집어 들었다. 역시 조정래, 마지막 쪽을 넘기고 나서야 책을 놓았다.
조정래의 대하 역사소설 중 ‘한강’을 못 읽었다. 그래서 ‘모두 그렇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보면 대한민국 민초들의 삶을 주로 그린 작가다. 그러나 이 책 ‘허수아비 춤’은 돈 많은 사람들의 돈 놀이과정을 그렸다. 그들이 돈의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과 방법을 소설 속에 녹아 냈다. 천민자본주의의 얽혀진 인간관계를 가감 없이 그리면서 그들의 천박함과 권력 속에 녹아 든 자본의 위력을 비교적 소상히 그려냈다.
그러나 상상속의 돈 놓고 권력 먹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한번쯤 언론지상에 공개됐던 구체적 실화에 근거해 소설적으로 각색해 놓았다. 저자는 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긴 했어도 여전히 경제 민주화가 더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소설은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지은이의 시각이 녹아있다.
주인공 강기준은 일광그룹 문화개척센터 실행총무다. 문화개척센터는 일광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각계에 일광그룹 장학생들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정치권은 당연하고 언론이며 학계며 검찰을 비롯한 각계 모든 곳에 그들의 돈으로 관리되는 인맥들을 모으고 확장하고 관리한다.
그룹총수의 아들에게 그룹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획도 그들이 한다. 바로 이곳 문화개척센터의 총본부장 윤성훈, 기획총장 박재우가 핵심 삼인방이다. 이들은 그룹 내 실세들이고 회장의 심복들이다. 이들 역시 돈으로 순치되고 돈으로 길들여진다. 이들이 자본을 활용해 대학생 청년세대들에게 그룹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명절 때 각계에 떡 값을 돌리는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 언론을 광고를 통해 순치 시키는 일들이 소설 속에 고루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여기에 이들 삼총사의 골든패밀리가 되기 위한 홍콩 명품쇼핑장면이 펼쳐진다.
이들이 자본의 권력 순치를 하는 동안 발생하는 반대급부의 사람들, 올바른 교수, 변호사, 시민운동가들이 이들에 대항하는 사람들이다. 소설 속에서는 이들이 승리하는 내용은 없다. 앞으로 그들이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도 없다. 다만 주인공 강기준은 또 다른 자본권력으로 이동하고, 세상은 기업 권력에 관대한 채 그들의 비리를 또 용납한다. 소설 속 세상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그저 응시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작가가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현실을 반영해야 함을 철저하게 수행한다. 오히려 그동안 사회적 신분이 낮았던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던 소설 속 시각을 부자들, 가진 자들에게 응시함으로서 소설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해설의 정당함을 이해 할 수 있다.
모처럼 잘 읽은 소설 ‘허수아비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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