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기 짝이 없었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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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기 짝이 없었던 토론회

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16-09-13 오후 04:30:37  | 수정 2016-09-13  | 관련기사 건

지난 11일 고성군문화체육센터에서는 고성-통영 행정구역통합과 관련한 군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지난 6월 13일 행정개편추진위원회가 고성-통영간 통합을 바라는 주민들의 의사가 과반수가 넘어 통합대상지역으로 선정 됐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내 찬반 논란을 뜨겁게 불러일으켰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고성신문과 고성미래신문 고성시사신문 고성인터넷뉴스 이렇게 지역4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찬반토론회를 마련해 주요 쟁점과 전망을 지역민들에게 알리고자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날의 토론회는 막말로 ‘개판’이 됐다.

 

사회자의 미숙함도 미숙함이거니와 패널들의 준비부족과 토론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2시간이 넘도록 했던 토론회 내내 알맹이 없는 횡설수설만이 난무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언론 4사 관계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런 정도의 지식수준과 그런 정도의 준비로 토론회에 임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통합을 찬성하는 패널 쪽에서는 반대 쪽과는 달리 지역 언론사에 수차례 통합의 정당성과 당위성, 통합으로 인한 혜택과 같은 자세한 수치까지 적시하며 통합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글을 싣더니 막상 토론회 장에서는 보고 읽는 것조차도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으니 지금껏 언론에 실었던 주장들은 누군가의 글을 베낀 것에 다름 아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거듭되는 사회자의 제지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인쇄물을 읽어 내려가던 행위는 ‘몽니’에 다름 아니었다.

 

사전에 두 군데 패널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시간은 얼마든지 주겠다’고 그렇게 주문했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사회자의 통제를 벗어나버렸다. 그것도 찬성 쪽 패널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자는 그들을 통제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마침내 사회자는 반대 쪽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였고 중립을 잃었던 것으로 비쳐졌다.

 

이날 토론장에는 통영의 모든 언론사 편집국장들도 참여해 토론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취재에 열중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시작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누구는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희화화된 토론회에 두 손을 들어버렸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페이스북에는 ‘오늘 고성에서 열린 토론회는 두 곳 패널 모두가 통영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특종’ 이라며 비아냥댔으니 시쳇말로 얼마나 쪽팔리는가.

 

MBC-TV에서도 취재진 세 명이 단단히 준비하고 왔다가 모두발제 듣고 난뒤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더니 이내 토론장을 빠져나가버렸다.

 

이거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그날 만사를 제쳐두고 토론장을 찾았던 사람들과 군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사회를 맡았던 글쓴이의 미숙함에는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

 

이제 17일이면 통영지역 한 언론사에서 이 문제로 또 토론회를 연다. 소문에 따르면 고성토론회 찬성 쪽 패널로 나섰던 두 사람이 서로 ‘내가 나갈테니 당신은 나오지 마라’고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찔하다.

 

심지어 이런 말도 있다. ‘나는 통합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저것들(반대 쪽을 지칭함) 꼴 보기 싫어서 이런다’는 사람이 패널로 참석 할 정도니 잘 못 되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이번 토론회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군민들이 꼭 알아야 하겠기에 구차하지만 이렇게라도 알릴 수밖에 없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통합하자’도 ‘고성군 홀로서자’도 고성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발로다. 또 나름대로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판단에서 주장하는 것이어서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을 삼고 원수를 삼아서 될 일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논지를 올바르게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할 터인데도 상대를 비난할 준비부터 먼저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어쩌면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토론회만 봐 왔던 터라 상대를 깔아뭉개면 토론을 훌륭하게 치른다는 그릇된 생각을 한 것 같다. 토론문화의 정착이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튼 두 시간 이상 억지로 끌어오던 토론회 말미에 정호용 의원과 이종석 자유총연맹 회장의 질의와 건의가 이번 토론회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정호용 의원은 ‘고성군민 스스로 나서서 찬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앞으로 정부에서 강제 통합을 추진할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 의원은 ‘우리보다 앞서 통합을 한 지역 대부분 실패했다고 아우성이다. 지금 우리는 통합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때이다. 정부가 바라는 것은 아무런 잡음 없이 통합을 시키는 것이다. 통합이 돼 버리면 고성은 아무런 권리나 권한이 없어진다. 그때는 어떠한 요구를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군민의 반대가 팽배할수록 정부는 여러 가지 혜택들을 제시할 것이다. 반대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 찬반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철저한 준비를 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석 한국자유총연맹고성군지회장은 ‘찬성 족 주장처럼 통합 후 통합시 청사가 고성에 들어서고, 통합시 명칭도 고성시로 된다면 고성군민은 반대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힘의 논리나 객관적 조건상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말하며, ‘수긍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 없이 막연히 고성·통영행정통합을 찬성하며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것은 그야말로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찬성 쪽 패널을 호되게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찬성 쪽 패널로 참석한 남덕현 고문은 ‘통합만 되면 고성군이 잘 살 수 있다. 고성군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통합 통영시가 되도 통합만 되면 좋다. 통합시 명칭은 고성시로 하고 통합시청사는 고성에 둘 수 있다’ 며 횡설수설 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견해 딱 한 가지만 밝히고자 한다.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고성군과 통영시를 합쳐 통합시를 만들게 될 경우 수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 많은 요소들 가운데 딱 고성군에 좋은 게 한 가지 있다. 군민이 시민 되는 거 그거 한 가지 말고는 고성군이 좋아질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한창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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